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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로 얼룩진 젠더 갈등

빙글빙글 세상 이야기

  • (2019-01-25 10:46)


미투 운동의 촉발과 함께 떠오른 ‘젠더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2월 17일 전국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대 10명 중 6명(57%)이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성(性) 갈등을 꼽기도 했다.



미투촉발 이후 남녀 갈등 대두

지난해 1월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 게시판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고 JTBC 뉴스룸 출연을 통해 성추행 피해를 고백했다.

이 같은 서 검사의 폭로는 분야를 막론한 각 계에서 미투운동이 전개될 수 있었던 기폭제 역할을 했고, 미투운동과 함께 남녀 갈등에 대한 사회적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후 한 사건에서 비롯된 일련의 과정들이 성 갈등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게 된다. 지난해 5월 1일 홍대 누드 크로키 수업 도중 한 여성 모델이 동료 남성 모델의 나체를 촬영하여 여성우월주의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게시한 이른바 ‘홍대 몰카’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장소와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인물을 쉽게 특정할 수 있어 5월 10일 안 모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혐의로 입건하고 다음날인 11일 구속영장을 신청, 12일 안씨는 구속됐다.

그런데 이 사건을 두고, ‘성 편파수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피해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기 때문에 경찰의 신속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급기야 5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나흘도 안 돼 3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5월 19일 혜화역 근처에서 벌어진 주최 측 추산 여성 1만 2,000여 명이 참가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로 번지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2월 22일로 6번째 시위를 이어갔다.

▷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8월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 모 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8월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 모 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지난 12월 20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재판에서도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것이 검찰의 항소 이유처럼 너무 가볍거나, 피고인의 항소 이유처럼 너무 무거워서 양형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양형을 유지했다.


“성대결이란 표현이 성 갈등 부추긴다”

이수역 폭행사건 역시 젠더 갈등을 부추겼다. 이수역 폭행사건이란 지난 11월 13일 새벽 4시 이수역 근방 한 주점에서 여성 2명과 다른 테이블에 있던 남자 3명 사이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이다.

▷ 이수역 폭행사건의 피해자라며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함께 게시된 사진

남녀 갈등의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화장을 하지 않았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의 글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되면서부터다. 이 글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고, 하루 만에 청원자가 20만 명을 넘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다음날인 11월 15일,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수위 높은 욕설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사건이 남녀 대결 구도로 번졌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이수역 폭행사건을 두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신 위원장은 “이수역 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 생각한다”며 “여성 측이 호소하는 대로 ‘내가 머리가 짧고 노메이크업을 했기 때문에 맞았다’ 혹은 ‘폭행을 당했다’고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증오범죄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성대결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성 갈등을 촉발한다고 본다”고 응수했다. 이어 “분명히 여성들이 했던 말 안에 보면 한국 남성과 사귀는 여성에 대해서 비하적 표현을 했다”며 “진정한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여성이 자유연애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디선가 욕설을 들었다고 하면 오히려 페미니스트가 공격해야 될 사람은 그 욕설한 사람들”이라고 맞섰다.

경찰은 이수역 폭행사건에 대해 ‘쌍방 폭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12월 26일 이수역 폭행사건에 연루된 남성 3명과 여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폭행) 위반,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주점 밖 계단에서 몸싸움을 벌인 21세 남성과 26세 여성에 대해서는 상해 혐의도 추가 적용됐다.


“남녀 모두 반성해야 한다”

젠더 갈등은 정계, 문화예술계, 교육계 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젠더 갈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국정지지도에서 20대 남녀 차이가 많이 난다는 질문에 “젠더 갈등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사회가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 예를 들면 난민, 소수자 갈등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런 갈등을 겪으면서 사회가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 1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젠더 갈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이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20대 젠더 갈등의 불만 질렀다”고 비판했다. 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젠더갈등의 본질을 전혀 모르고 있으며 아무런 해법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진단과 처방은 20대의 젠더갈등을 완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고 악화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다. 또 젠더갈등을 세대갈등으로 키우는 심각한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월 19일 방송된 KBS1 TV 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남녀평등에 대한 내용이 조명됐다. 이 프로그램은 도올 김용옥과 배우 유아인이 우리나라 근현대사 100년을 재조명하며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세대를 뛰어넘으며 소통하고 교감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남녀평등에 대한 토론에서 한 여성 방청객은 “과대표를 남자가 하는 분위기에서 남녀 차별을 느낀다. 반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쓰는 일은 남자에게 떠넘기려는 모습에서 우리 안에 있는 성차별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아인은 “생물학적으로 남녀 신체 능력에 차이가 있다. 올림픽에서 남녀 나눠 게임을 펼치는 게 차별은 아니다”라며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서로의 특징과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 1월 19일 방송된 KBS1 TV 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남녀평등에 대한 내용이 조명됐다(사진: 도올아인 오방간다 방송화면 캡쳐)

이수역 폭행사건에 대한 의견도 언급됐다. 김용옥은 “그냥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은 건데 너무 성대결처럼 이슈화된 것 같다”고 했으며, 유아인은 “약자의 합리적 목소리가 우리사회에 수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회 현상이 필요 이상으로 남성과 여성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한 남성 방청객의 발언에 김용옥은 “어느 한 사건을 두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국 우리가 다 같이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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