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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력적인 여인들 (2018-12-14 09:57)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게 생겼듯이 이성을 바라보는 시선도 제각각이다. 도무지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 목숨 거는 경우가 있고, 모두가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사람을 피해 달아나기도 한다. 고전 속의 사랑과 여인을 찾아가 보자.


생의 한가운데 | 루이제린저/ 전혜린 역/ 문예출판사
실제로 만난다면 남자를 좀 열 받게 만들 수도 있겠는데, 에두르지 않고 삶의 한가운데를 관통해나가는 주인공 니나의 모습은 그 어떤 미모의 여인도 대적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소설은 격조했던 니나를 다시 만난 언니의 진술로 시작된다. 한 번도 위기를 겪지 않은 언니가 니나의 삶(진정한 삶)을 읽고 이해해 가는 과정이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소설 속에서 니나는 가난과도 싸우고 나치와도 싸우고 사랑과도 대적하면서 나이 들어간다.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니나의 곁에서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면서 늙어가는 슈타인의 일기 중에 ‘나는 자기 배를 항구에 매어둔 상인과 같다. 배를 내보내야 돈을 벌어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배를 바다에 내보내는 것은 위험했으며, 나는 본래 모험에 적합한 인간이 아니었다.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남자가 무슨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라는 자책은 평탄한 삶에 안주해온 모든 남자들의 자책으로 읽힌다.

자살을 결심한 슈타인이 ‘진정으로 삶을 살지 못했을 때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인지’라고 읊조리는 장면은 평범하게 살아온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가장 많이 후회할 부분일 것이다. 니나가 삶과 시대의 중심으로 달려가면서 남긴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쁜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침묵하고 있을 수 있나요?’


루살로메 | 프랑수아즈 지루/ 함유선 역/ 해냄
여자의 매력은 결코 미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몸매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미모에도 뻑 가고 몸매에도 뻑 가겠지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매력으로 한 시대의 영웅들을 녹여버린 여성이 있었다.

루 살로메.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프리드리히 니체, 지그문트 프로이트까지. 시인과 철학자와 의사를 한 방에 보낸 그녀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애석하게도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녀의 매력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쨌거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루 살로메의 근처를 오가면서 <두이노의 비가>를 썼고, 프리드리히 니체는 그녀에게서 버림받은 직후 미쳐가면서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썼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시 그녀의 영향력 아래서 <꿈의 해석>을 완성했다. 남자 잡아먹는 여자는 도처에 깔렸으나 세 남자 모두를 인류 역사상 최고의 책을 쓸 수 있도록 고무한 여성이 루 살로메 말고 또 있었던가. 과연 이 여자는 얼마나 매력적이었길래 인류의 지성사에 길이 남을 위인들을 섭렵할 수 있었던 것일까? 잘 씻지도 않고 성격 또한 그다지 좋았던 것 같지도 않은데. 분명한 것은 루 살로메는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막상 사랑 앞에서는 몸을 사리는 여자였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멈칫거리는 사랑이 시대의 호걸들을 사로잡은 비결이었을까?


운명의 딸 | 이사벨 아옌데/ 권미선 역/ 민음사
엘리사는 칠레의 영국이민자 가정인 로즈와 제레미, 존 남매가 함께 사는 집 대문앞에 버려져 있었다. 목숨을 건 사랑에 실패한 바 있는 로즈는 지극 정성으로 엘리사를 기른다. 엘리사는 호아킨이라는 가난한 청년을 사랑하게 되고 호아킨은 황금을 좇아 미국의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호아킨을 찾기 위해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도착한 엘리사는 오아킨을 찾기 위해 황금이 난다는 광산 전역을 헤매지만 도적 떼의 두목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호아킨과는 만나지 못하고 늘 곁에서 자신을 도와주던 타오와의 심상찮은 관계를 예고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엘리사를 키워준 로즈나 예고도 없이 로즈를 떠난 엘리사 그리고,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여성들은 마치 코르셋처럼 자신을 옭아맨 운명과 싸우느라 지쳐 있다. 지금도 여성해방을 외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지경이니 과거에는 여성으로 사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남자들로서는 는 짐작조차도 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 중에 애인 호아킨을 찾기 위해 미국에 도착한 엘리사가 남자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끼는 장면이나, 소설이 막바지로 가면서 엘리사가 타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 ‘남자처럼 구는 것도 보통 고역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여자처럼 구는 것은 더 큰 고역일 거예요’라는 말에서 다시 한 번 여성으로 사는 것의 곤고함을 알 수 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영원한 삐삐롱스타킹 | 마렌 코트샬크/ 이명아 역/ 여유당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다. 우리가 잘 아는 텔레비전 드라마 <말괄량이 삐삐>의 원작자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이 등장하는 아름답고 신나는 책을 많이 썼지만 개인적으로는 힘겹고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랑을 하고 혼자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맞서야 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아들 라르스가 참전하게 되자 미친 듯이 분노한다. “라르스를 전쟁에 끌려가게 놔두느니 차라리 총으로 쏴 버리는 게 낫겠다. 미치광이가 된 지구 위의 불쌍한 엄마들” 이라며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대신해 분노의 글을 쏟아내기도 한다. 전쟁터가 아닌 그냥 군대에 보내는 것만 해도 억장이 무너지는 일인데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는 전쟁터로 보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고, 입양을 보내고, 가난과 맞서면서도 흔들리지도 꺾이지도 않은 그의 의지에는 감탄할 뿐이다. 평생을 아이적 환상에 빠져 살았던 사람답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1987년 그가 80세에 찍은 사진에도 여전히 삐삐 롱스타킹의 표정을 간직하고 있다. 

이 세상 모든 여성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은 엄마로서 행복해 하는 모습이다. 엄마로서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여성으로도 완전하지 못하다는 뜻이 아닐까?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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