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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의 ‘상남자’ (2018-12-07 10:41)


대개 소설 속의 인간은 현실의 인간을 반영한다. 때로 소설 속의 인간은 현실을 뛰어넘고 싶어하는 작가의 이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고전이라는 것은 그 작품을 쓴 인간과 작품 속의 인간이 함께 살아남아 천 년 만 년 살아 숨 쉰다는 말이다.

우리는 고전을 읽으면서, 특히 고전 소설을 읽으면서 공연히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불끈 힘이 솟기도 하며, 한없이 침잠하기도 한다. 그것이 소설의 힘이며, 고전의 힘이며, 글의 힘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역/ 열린책들
지금까지 인류가 발행한 책들을 통틀어 보더라도 조르바만한 남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조르바의 반대쪽에 웅크린 남자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조르바는 그들조차도 자신을 동경하게 만든다. 아니 경배하게 만든다.

더욱이 조르바는 실존 인물이었다고 한다. 니코스 카잔차기스는 어떠한 경로를 통해 조르바를 만났고 그 경험을 소설로 썼다. 만약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러시아나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태어났더라면 톨스토이나 빅토르 위고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었을 거라는 게 전 세계 평론가들의 고백이다.

이 책은 화자와 조르바의 짧은 동거의 기록이다. 함께 산다는 뜻에서 동거라는 말을 쓰기는 했지만 동행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타당할 듯 하다. 그저 세상의 모든 풍상을 겪은 한량인 줄 알았던 조르바가 한때는 테러리스트였던 것으로 드러나는 장면은 꽤 감동적이다. 진정으로 종교를 가졌던 사람들이 무신론자가 되고, 온몸으로 총칼 앞에 맞섰던 사람들이 무정부주의자가 된다는 아이러니. 화자와 조르바가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원목사업이 물거품이 되고 나서 읊조리는 말은 실패를 경험한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내가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야성의 부름 | 잭 런던/ 권택영 역/ 민음사
한 번만 들어도 뇌리에 깊이 각인되는 이름을 가진 몇 안 되는 작가가 잭 런던이다. 19세기 말에 활약한 미국인인데 그의 작품은 21세기인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도 않고 예스럽지도 않으면서 매력은 철철 넘친다. 그 중에서도 <야성의 부름>은 잭 런던 문학의 백미라고 할만하다.

더구나 대형견을 기르는 것이 뭇남성들의 로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은 진정으로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세인트버나드와 셰퍼트의 잡종으로 태어나 당당한 몸과 민첩성 그리고 뛰어난 두뇌를 가진 ‘벅’이라는 개가 우여곡절 끝에 알래스카로 팔려가 야성을 되찾고, 끝내는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벅이 인간을 떠나 늑대 무리의 대장이 되기 전까지 함께 살았던 손턴이라는 남자도 벅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수컷이다. ‘손턴은 인간과 자연에 요구하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는 한 주먹의 소금과 권총만 있으면 황야에 뛰어들었고, 즐거운 곳이라면 어디든지, 즐거운 시간이라면 언제까지나 여행을 했다, 야생의 가장 큰 덕목은 자유와 분방이 아니라 인내심이다. 야성적인 인간의 대부분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끈질기게 자신만의 길을 찾아 간 사람들이니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도스토예프스키/ 김희숙/ 문학동네
상남자 한 사람만 나와도 책이 꽉 차는 듯한 느낌이 드는 법인데 이 책 속에는 아버지와 세 아들이 함께 등장한다. 아버지 표도르비치 카라마조프와 큰 아들 드미트리 카라마조프의 갈등을 중심으로 둘째 아들 이반과 막내인 알로샤의 심리를 추적하면서 각각의 인간본성에 접근해 간다.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읽는 내내 불편하다. 인류 공통의 금기인 ‘친족살해’를 다루는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에 못지않은 부자간의 삼각관계를 다루기 때문이다.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와 장남 드미트리 카라마조프는 그루센카라는 여자를 두고 대립한다. 호언장담 드미트리는 자주 ‘아버지를 죽일 거야’를 외치지지만 실제로는 그만한 용기도 없고 악의도 없다. 그러나 학자풍인 둘째 이반은 낮은 목소리로 개입해 교묘하게 드미트리를 부추긴다. 하지만 실제 살인은 표도르의 사생아 막시모프가 문진으로 그의 아버지를 쳐 죽이면서 발생한다. 드미트리보다도 이반보다도 아버지를 더 죽이고 싶었던 것은 자신을 사생아로 태어나게 한 데 대한 원한으로 가득 찼던 막시모프였던 것이다. 그러나 살인범으로 지목된 것은 이미 자살한 막시모프가 아니라 아버지를 죽일 거라고 노래를 부르며 다녔던 드미트리다. 그의 누명은 끝내 벗겨지지 않고 시베리아로 유형을 간다. 여기서 모든 남자가 명심해야 할 변호사의 한 마디. “정말로 어떤 아버지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 무무는 민음사에서 나온 <첫사랑> 뒤편에 수록돼 있다

무무 | 이반 투르게네프/ 이항재 역/ 민음사

주인공인 게라심은 키가 195cm나 되지만 말을 할 수도 말을 들을 수도 없는 장애인이다. 그렇지만 그는 지주 소유의 많은 하인들 가운데 유일하게 자의식이 뚜렷한 사람이다. 비록 말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지만 식탁에서의 자기 자리만은 양보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그러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세탁 일을 하는 타티야나를 사랑하지만, 늙은 여지주는 뚜렷한 이유 없이 그녀를 주정뱅이인 구두장이와 결혼하게 한다. 구두장이와 타티야나가 여지주의 집을 떠나가던 날 게라심은 물에 빠진 강아지를 건져내 집으로 데려오는 데 이 녀석이 바로 무무이다. 이번에는 농노와 강아지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지극한 사랑을 질투한 지주는 이번에는 무무를 없애라는 명령을 내린다. 무무의 목에 돌을 달아 물에 빠뜨린 후 돌아온 게라심은 짐을 챙겨서는 자신이 태어난 시골마을로 돌아간다.

이 소설은 18세기 러시아 농노제도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그에 항거해 농노제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투르게네프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주 계급이었던 투루게네프가, 역시 지주 계급이었던 톨스토이와 마찬가지로 농노 제도에 반대했다는 것에서 그들의 용기와 도덕성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이미 그들 자신이 상남자였던 셈.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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