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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살 빠진 것 같지 않아? (2018-11-30 10:46)

“나 살 빠진 것 같지 않아?”… 누구나 들었을 법한 매우 난감한 질문입니다. 보통은 애인에게서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며칠 굶었는데 500g 정도 빠졌다고. 정말 잘 모르겠지만, 한사코 살 빠졌다는 이야기를 해줘야만 대화에 마침표가 찍힙니다.

이것은 업계의 종사자들이 “다단계판매업계 이미지 많이 좋아진 것 같지 않아요?”라고 묻는 질문과 비슷합니다. 요즘 들어 부쩍 많이 듣고 있는 이야기인데, 이 대화 역시 “좋아졌다”는 대답을 해야만 끝이 납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다단계판매원과 소비자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그들과는 온도차가 분명합니다. 이들은 다단계판매의 이미지가 변화했다는 것에 대해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최고직급자로 활동하고 있는 한 판매원은 다단계판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기는 했어도 이미지가 좋아진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단계판매에 대한 인식이 곧 판매원의 사회적 지위와 직결되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올해 2월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일반 소비자 200명을 대상으로 ‘다단계판매의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단계판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설문결과를 살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설문에서 10명 중 7명이 다단계판매를 불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대부분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 뉴스가 많고, 주변의 소문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다단계라는 용어 자체가 불법처럼 느껴진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요.

원인이 무엇일까요? 응답자들은 인간관계를 악용한 영업방식을 다단계판매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수준 높은 마케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맥을 중심으로 하는 영업방식인 만큼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사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은 다단계판매라는 유통방식이 도입되자마자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다단계판매의 영업방식이 법적으로 허가됐던 때는 1992년 시행된 방문판매법이 2년 뒤 개정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암웨이, 썬라이더, 포에버리빙 등 외국계 기업들이 들어오면서부터 급격히 규모가 커졌지요.

하지만 기지를 발휘하는 업체들이 있는 반면에 소위 말하는 ‘30만 원 시스템’ 등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던 업체도 함께 있었습니다. 일부 업체의 몰지각한 행각은 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시켰고, 여기에 무차별 폭격기처럼 쏟아진 언론보도로 인해 대중들은 다단계판매를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인식의 많은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도 몇몇 업체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업계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 모양입니다. 어떤 사람은 온전히 법을 지키면서 영업하는 업체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오히려 되묻기도 합니다.

업계의 인식개선은 앞으로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과거에 비해 아무리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췄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인식이 전제돼 있으면, 모든 것이 허사이기 때문입니다.

다단계판매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원론적으로 다단계판매의 기본 원리는 재화의 생산자에게는 제값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이익이 되게 하고,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음으로써 이익을 만듭니다. 희망적인 것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부터는 자신이 노력한 인생에 비해 결과는 불안정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다단계판매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긍정적 인식보다는 부정적 인식이 더 큰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단계판매라는 산업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 외환위기 시절에 배타적 성향을 보였던 화이트칼라들이 다단계판매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라도 다른 곳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단계판매라는 유통방식이 앞으로 새로운 인재를 받아들이고, 외연 확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식개선이 선행돼야 합니다. 지금도 많은 다단계판매업체의 임직원과 판매원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 직접판매산업협회, 양 조합 등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인식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래질도 세 사람이 한마음이 돼야 하듯, 지금보다도 더 많은 분들이 인식개선을 위해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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