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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업계의 흑백사진<24> (2018-11-23 10:36)

규제만 덕지덕지… 풀리지 않는 방판법

2011년은 방문판매법 개정 소식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이른바 ‘무늬만 방판’인 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후원방문판매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됐다. 이와 동시에 방문판매에 대한 규제 역시 강화되는 등 새로운 규제 조항들이 대거 삽입되면서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됐다.


‘후원방판’ 신설, 방판업체 반발
2011년 3월 7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다단계와 방문판매의 중간 단계에 있는 업체에 대해 ‘후원방문판매’라는 개념을 도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법사위에 회부했다. 

당시 방문판매법 개정안은 기존 다단계와 방문판매의 규제 공백을 없애고, 유통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신방문판매’의 규제 수위를 높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방문판매업체이더라도 판매층이 3단계를 넘어서면 판매성과, 지급범위와 상관없이 ‘후원방판’으로 인식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 서울 YMCA는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대해 “후원방문판매의 공제조합을 신설해 가입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이번 법 개정안은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졸속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방문판매 대리점들도 공제조합에 가입해야 하고 전산 설비를 갖춰야 하는 등의 부담을 떠안게 되는 등 규제 강도가 오히려 다단계업체보다 강해졌다. 이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개정안이 발효될 경우 화장품, 학습지, 건강식품 등 2만 여 개 기업 및 대리점, 판매원 50여 만 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개정안에 따르면 후원방판 업체들은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되고 160만 원을 초과하는 제품의 판매도 금지됐다. 청약 철회 기간은 14일에서 3개월로 늘어났다.

기존 다단계에는 없는 규제도 신설됐다. ‘전체 매출(전월 구매량)의 50% 이상을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한다’는 이른바 ‘옴니트리션 기준’이 적용되는 것. 또 판매원에게 제공하는 각종 수당 지급액이 제품 매출의 38% 이내로 제한됐다. 성과가 높은 판매원에게 추가 인센티브 등의 지급이 어려워지는 등 일부 화장품 업체들은 판매방식까지 바꿔야하는 상황이 됐다.

당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방판업체들은 방판으로 신고하고 사실상 후원방판과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영업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대형방판업체의 경우 후원방판으로 등록하고 영세 방판업체는 기존의 방판 상태로 유지되며 사실상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서울 YMCA 측 역시 성명서를 통해 “후원방문판매의 공제조합을 신설해 가입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이번 법 개정안은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졸속입법”이라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도약 발판
2011년 신묘년, 연초에는 다단계판매업체들이 힘찬 도약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독특한 아이템 출시, TV광고, 홍보모델 기용 등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가 하면 해외시장 진출 사업 다각화에도 힘쓰면서 기업들의 행보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먼저 한국암웨이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뉴트리라이트는 2011년 새 TV광고, ‘77년의 건강기능식품 전문가-농부편’으로 눈길을 끌었다.

뉴트리라이트는 2011년 새 광고에서 원료식물을 어떻게 재배하고 수확하는지, 영양 밸런스를 위해 얼마나 다양한 식물영양소를 연구하고 있는지 등 77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좋은 건강기능식품을 고르기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
▷ 뉴트리라이트의 2011년 새 TV광고, ‘77년의 건강기능식품 전문가-농부편’

한국허벌라이프는 인천국제공항에 국민건강 캠페인 광고를 게시했다. 당시 광고는 2010∼2011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메인 모델로 등장하며 화제가 됐다.

한편 주네스글로벌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옥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영업에 들어갔다. 주네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부과의사이자 미용 성형외과 전문의인 닥터 뉴먼이 개발한 화장품 ‘루미네스’와 동결 압축방식으로 추출한 농축과즙 음료 ‘리저브’를 주력상품으로 영업 본격적인 시장 확보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 주네스는 2011년 3월 한국지사를 오픈하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KT, 다단계에서 80% 시장 점유
2011년 당시 이동통신 시장의 만년 2위 KT가 ACN코리아와 업무를 제휴하면서 다단계시장에서는 선두 굳히기에 들어갔다. KT는 통신다단계의 원조격인 NRC(당시 나라콤)를 통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불요금제를 출시하면서 통신다단계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KT의 이 같은 독주에 대해 당시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시장 점유율로 본다면 KT가 약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KT의 경우 다단계 업체를 전담하는 팀을 운영할 정도로 적극적인 반면, SKT는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다단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몇 번의 사고를 겪으면서 부정적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 2011년 당시 KT는 다단계시장 8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는 또 “35%로 수당상한선이 묶여 있는 다단계보다는 통신을 주종목으로 하는 방문판매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암웨이나 하이리빙 등의 정통 기업에서 통신을 배운 판매원들이 회사를 차리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함량미달’ 외국계 기업 주의보
외국계 다단계기업의 한국행 붐이 일면서 함량미달 외국계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주의가 요망됐다. 이들은 2011년 당시 국내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한 채 터무니없는 가격 정책을 시행하거나, 제품을 묶어 판매하는 피라미드 형 사업방식으로 판매원들을 유인하면서 논란이 됐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들 기업의 한국행 러시는 시장 확대를 위한 선택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국내의 방문판매법 덕에 자국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두 배 가까운 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자국에서 매출의 70%를 판매원 수당으로 지급하는 회사라면 한국에서는 최대 35% 밖에 지급할 수 없도록 방문판매법이 틀어막고 있어 나머지 35%는 고스란히 수중에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2011년 당시에는 모나비와 ACN이라는 초대형 기업이 들어온 이후 쓰리에이치라이프, 네츄러리플러스, 카야니, 레인 등의 기업이 뒤를 이어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중국과 미국의 또 다른 기업들도 한국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기업 중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자금력과 영업망을 구체적으로 갖추고 본국 또는 해외 지사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예는 전무하다”는 게 세간의 풍문이었다. 그 외에는 본사의 열악한 상황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책의 차원으로 한국을 선택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예 한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해외에서 창업하는 기업도 생겨나는 실정이었다. 한국에서만 판매활동을 하면서도 본사는 미국에다 두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던 것이다.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외국계 기업으로 판매원이 몰리는 것은 ‘국내 기업의 경우 경영자가 임의로 레그를 조정하는 등의 횡포가 잦은데다, 기업의 유지기간이 1∼2년에 불과하지만 외국계 기업은 그래도 글로벌 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거기에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업에서 밀려난, 이른바 퇴역 CEO들이 외국으로 건너가 호구지책 차원에서 불리한 계약조건을 감수하면서 외국계 기업을 끌어오는 것도 당시 외국계 기업 러시가 이뤄지고 있는 한 이유로 거론됐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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