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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두 얼굴의 약, 모르핀 (2018-11-16)

이번 주도 2주 전에 이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미쳐 잘 몰랐던 의약품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우리는 평소 가벼운 두통, 근육통 등 통증이 있을 때 진통제를 찾습니다. 요즘은 상비약으로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진통제인데, 진통제만큼 우리 인류가 절박하게 갈구해온 의약품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절박한 요구와 노력의 결과, 인류가 손에 넣은 역사상 최강의 진통제가 바로 모르핀입니다. 제약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온갖 진통제가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까지도 모르핀을 능가하는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죠. 모르핀은 육체뿐 아니라 마음의 아픔 치료에까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소량의 모르핀을 투여하면 평소 느끼던 우울감이나 슬픔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모르핀 사용을 위해서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모르핀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효과적인 진통제보다는 인생을 파괴하는 마약에 더 가깝습니다. 역사 속에서도 모르핀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이 노출 되었습니다.

모르핀은 덜 여문 양귀비 씨방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양귀비꽃이 떨어지면 며칠 후 달걀 크기의 씨방이 남습니다. 이 씨방이 여물기 전 상처를 내면 하얀 우윳빛 즙이 방울방울 떨어지는데 이 즙을 모아 잘 말리면 우리가 아편이라고 부르는 마약이 만들어집니다. 아편의 효과는 아주 먼 옛날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5000년 이상은 충분히 거슬러 올라갈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아편의 효능을 널리 알린 계기는 16세기 연금술사이자 의학자였던 파라켈수스였습니다. 그는 아편을 바탕으로 삼아 환약을 개발했고, 이 약을 만병통치약으로 권장했습니다. 아편은 진통 및 진해 효과를 지니고 있어 만병통치약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질병 증상을 완화해 줍니다. 많은 의학자들은 이 시대에 사용된 의약품 중 현대인의 눈으로 보아 효과다운 효과를 내는 약은 아편 이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17세기 후반, 영국에서 아편팅크가 개발됩니다. 아편팅크는 적포도주 등의 술에 적정량의 아편을 녹인 제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감기와 콜레라 등의 감염병, 생리불순, 원인 불명의 통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처방되면서 마치 진짜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됐습니다.

아편의 무시무시한 탐닉성, 중독성은 이 시대부터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수많은 의학자가 환자들에게 아편 사용을 권장했습니다. 때문에 유아부터 노인까지 거의 모든 사람이 아편을 수시로 사용하게 됐고, 아편 입수가 비교적 손쉬웠던 18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아편 중독자가 급증했습니다.

그 무렵, 순수한 모르핀 성분을 분리하는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이 발견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아편의 불가사의한 작용은 생명의 신비스러운 힘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순한 물질에 포함된 성분임을 똑똑히 보여준 발견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 남북전쟁(1861∼1865) 동안 남군 측에서만 무려 1,000만 정의 아편 정제와 200만 온스 이상의 아편 관련 약제가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그 결과, 전쟁 기간에 아편 중독자가 속출했고, 이때 발생한 아편 중독자를 사람들은 군대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만병통치약으로 환영받았던 아편이 서서히 위험한 마약으로 민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죠.

모르핀은 여러 면에서 인류의 골칫거리가 되었지만, 진통 효과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합니다. 지금도 모르핀은 말기 암 환자의 극심한 통증을 완화해주는 효과적인 진통제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물론 금단증상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사용을 꺼리는 환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통증을 덜어준다는 본래의 목적으로 적절히 사용하는 한 중독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심각한 통증에 시달리는 모르핀을 투여해도 통증을 완화할 뿐 쾌락을 느끼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작용과 중독성 걱정 없이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모르핀이 개발된다면 그야말로 궁극의 진통제로 인류에게 크나큰 축복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그 꿈같은 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모르핀 수용체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고, 중독성에 관여하는 수용체, 진통작용에 관여하는 수용체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진통작용에 관여하는 수용체로만 약을 만들면 꿈의 진통제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됩니다. 아직 더 밝혀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좀 더 연구가 진행되면 모르핀이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갈구해온, 인류 역사마저 크게 뒤흔들어 놓았던 모르핀.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모두 보여 왔지만, 앞으로는 천사의 모습만 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김선호 기자ezang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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