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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업계의 흑백사진<23> (2018-11-16 10:44)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업계의 ‘동상이몽’

2010년은 방문판매법 개정을 두고,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업계간의 감정 대립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심지어는 방문판매업계가 불법 업체의 사례를 빌미로 다단계판매 자체를 사행 사업으로까지 폄훼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양 업계의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담팀을 꾸리고 공청회를 여는 등 수습에 나섰다.


자본금 5억 미만, 재정부실 논란
2010년 6월, 상당수 다단계판매업체들이 방문판매법에서 정한 자본금 5억 원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이들 업체들은 자본금이 줄어들었음에도, 관할 시•도청에 변경사항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기관운영 감사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관련된 법 개선을 요구했다.

당시 감사원에 따르면 방문판매법에서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하려면 자본금 5억 원 이상을 보유해야 하지만, 다단계판매업체 15개 업체가 이를 보유하지 못한 채 부실한 경영을 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15개 업체는 계속된 영업 부진 등의 결과로 미처리 결손금이 증가해 대차대조표상 자본 총계 항목이 5억 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이 중 8개 업체는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보다 많은 전 자본잠식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판매법 시행령 등에서는 법정 자본금 요건에 미달하는 다단계판매업자에 대한 제재 방법 등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공정위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다단계판매업자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법적 등록 요건인 자본금에 관한 사항은 이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업자들의 신용등급 공개도 의무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문판매법 개정 두고 설왕설래
2010년에는 방문판매법 개정에 대해 다양한 개정안이 난립하면서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여기에 방문판매법 개정을 위한 TFT(Task Force Team)까지 꾸렸지만, 방문판매업계와 다단계판매업계가 신경전을 벌이는 통에 난항을 겪었다.

논란이 된 것은 ‘다단계판매에 대한 정의’였다. 방문판매업계는 “후원수당의 지급 단계로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를 구분 짓자”고 했다. 후원수당의 지급단계가 2단계 이하이면, 방문판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이상이면 무조건 다단계판매에 해당한다는 족쇄를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방문판매법 개정에 대해 다양한 개정안이 난립하면서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단계판매업계 관계자들은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대형 방문판매업체가 다단계판매로 편입되는 것을 차치하고,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되면 이를 악용한 불법 업체들의 난립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원수당의 지급단계로 구분 짓게 되면, 몇 년 전 D사와 J사가 방판업체를 차려놓고 엄청난 후원수당을 지급했듯이,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1단계에서 60∼70%씩의 후원수당을 지급하면 다단계판매원 모두가 그 회사로 몰릴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후원이라는 단어 자체는 조직 관리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며 “방문판매는 후원수당이 아닌, 판매 행위로 일어나는 소매마진을 가져간다는 말이 맞다. 단어의 선정 자체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 “한국시장 쉽지 않네”
일본계 다단계판매업체들이 한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향후 이들 기업에 대한 관심이 몰렸다. 2010년 당시 한국에서 영업을 했던 기업은 2009년 진출한 엑설런트파트너스제이케이, 쓰리에이치라이프, 네츄러리플러스 등이었다. 이들 기업들은 장수국가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건강식품 및 건강 기구 등을 선보이며, ‘실버층’ 공략에 힘썼다.
▷ 2010년 당시 한국에서 영업을 했던 일본 다단계판매업체는 2009년 진출한 엑설런트파트너스제이케이, 쓰리에이치라이프, 네츄러리플러스 등이었다(사진은 네츄러리플러스 한국지사 오픈식)

일각에서는 재팬라이프, 니켄코리아 등 한국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기업들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의 까다로운 법적 규제가 일본 기업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업계의 우려대로 일부 일본계 기업들은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한국시장을 떠났다. 특히 쓰리에이치라이프는 대학생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학자금 융자를 받게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오다 발각돼 일체의 반품이나 환불 등의 절차마저 거치지 않고 철수했다.


웅진코웨이, 11년 만에 화장품 사업
2010년 웅진코웨이가 11년 만에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다단계업계에도 전운이 감돌았다.

당시 웅진은 방문판매를 통해 고기능성 화장품인 ‘리엔케이(Re:NK)’를 본격 출시했고, 기초•색조 등 64개 제품을 선보였다. 2011년 400억 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2,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과 함께 국내 3대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웅진코웨이는 고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를 론칭하면서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에서도 코디(가정방문 AS요원)인력을 제품 홍보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웅진코웨이의 화장품 사업 성공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하지만 웅진코웨이의 화장품 사업 진출의 성공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방문판매는 오랜 노하우가 필요한 대표적인 유통 채널인 만큼 단기간 내 승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웅진코웨이가 기존 정수기 방판조직으로 고객 접점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별도의 화장품 방판조직을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판매 관련 피해자 대부분이 젊은층
직접판매와 관련된 소비자 민원의 대다수가 20대 젊은층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직접판매협회(現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가 2009년 12월 발족한 자율규제위원회의 ‘자율규제위원회 민원 상담’분석 결과(2010년 3월17일∼10월31일)에 따르면 전체 상담 69건 중 92.75%가 20대, 40대가 4.35%, 30대와 50대가 1.45%로 나타났다.

당시 자율규제위원회는 “전체 상담자 대부분이 20대 초반인 결과로 볼 때, 이러한 민원에 접수된 직접판매업체들의 판매원 모집은 대학졸업을 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사회 초년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상담자들 대부분은 제2금융권 대출을 통해 제품구매를 했으며, 전체 상담자의 반 이상(40건)이 상위판매원들이 제품구매 후 청약철회 방해를 목적으로 물품개봉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상담자의 상담 거래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협회원사의 민원이 64%로 비중이 높았고 비회원사가 23%, 방문판매신고 후 다단계 영업을 하는 무등록 다단계의 민원이 12%, 기타민원이 1%로 나타났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만 원 미만에서 1,000만 원 이상까지 넓은 범위였으며,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의 피해를 본 민원이 40건으로 전체의 57.97%를 차지했다. 전체 상담 피해 금액은 4억 3,000만원으로 추산됐다.

한편, 공정위는 2010년 10월 27일부터 약 한 달간 대학생 등 20대 판매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단계판매업체 등 17개 업체에 대한 직권조사를 벌였다. 직권조사 내용은 ▲후원수당 35% ▲보상플랜 변경 3개월 전 통보 ▲청약철회 3영업일 이내 환불금 지급 ▲교사•공무원의 판매원 활동 ▲소매이익 지급 등이었다.

당시 대학생 다단계로 알려진 E사는 판매원들에게 소매이익을 지급하면서, 편법으로 후원수당을 초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매이익은 판매원이 회사로부터 회원가에 제품을 구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면서 남기 차익을 말한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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