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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A와 B

  • (2018-11-09 11:03)

사람이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사랑을 첫사랑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낯설어서 무엇이 첫사랑이었는지 헷갈려 할 때가 많지요. 그래서 그것에 대해 제각기 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람과 나눈 비밀을 첫사랑이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마지막으로 느꼈던 사랑을 첫사랑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문득 자신의 회사를 첫사랑이라고 표현했던 애사심 깊은 한 다단계판매원이 떠오릅니다. 편의상 그를 A라고 하겠습니다. A는 공공연히 그 누구보다도 회사를 사랑하고 있다고 자부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회사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었고, 다단계판매에 대한 관념도 뚜렷해 보였습니다. 주변 파트너들에게 인기도 많았습니다.

그중에는 사업 파트너인 B가 있었는데, 회사 설립 초창기 때부터 동고동락하면서 꽤 막역한 사이가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를 첫사랑이라고 말했던 A가 돌연 다른 사랑을 찾아 타업체로 직장을 옮기고 난 뒤로는 사이가 급격히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A가 회사를 옮긴 지 수개월이 지났을 무렵, 절묘한 타이밍에 B의 회사와 A가 새로 옮긴 회사가 행사를 비슷한 시기에 진행했고, 두 곳을 모두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A는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이제 막 이사를 한 사람처럼 몹시 분주해 보였습니다.

B가 있던 회사에서는 해서는 안 될 B의 대담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B가 공식적인 행사에서 A를 마치 배신자인 것처럼 매도하는 발언을 한 겁니다. 물론 공개적인 자리였던 만큼 그의 이름을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타지인인 제가 눈치를 챘으니, 아마 그곳에서 너털웃음을 지었던 참석자들은 누구를 흉보는 것인지 단 번에 알아챘을 겁니다.

그 자리에서 B는 A의 새로운 회사에 대한 비방도 서슴없이 이어갔습니다. 얼마 못가 그 회사는 문을 닫을 것이라는 매서운 저주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제품이 형편없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어쩐지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듯했습니다. 지금은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업계에 있는 한 계속해서 불편한 사이로 지내지 않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다단계업계의 특성상 판매원의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습니다. 죄다 이 회사 판매원 출신, 저 회사 판매원 출신 꼬리표 하나쯤은 달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이 문제가 개인 간의 갈등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A와 B의 경우처럼 개인의 불화가 회사와 회사의 반목으로 스케일이 커지는 일도 있습니다. A의 회사를 비방한 B의 경우처럼,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타사를 비방하고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려서 영업에 방해를 받는 곳도 두루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다단계판매업계 만큼이나 회사를 자주 옮기는 사업은 보지 못했습니다. 신기한 건 이 업계를 완전히 떠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더군요. 가끔 판매원들의 연락처를 수정할 때가 있는데 번호가 바뀌어서 하는 것보다 회사를 옮겨서 수정하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판매원들이 회사를 옮기는 일이 잦은 것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도는 판매원의 문제일까요? 회사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근본적인 업계의 시스템이 문제일까요? 어떤 것이 문제인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누구도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군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판매원들이 회사를 옮기는 일은 특별한 변화가 따르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를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회사를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행위는 분명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사적인 자리에서 흉을 본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까지 흉을 보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수만 명을 이끄는 리더가 말이지요.

동종 업계에서 업체와 업체가 서로를 폄훼하는 행위가 종국에는 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곁을 떠나겠다는 파트너를 한 번쯤은 붙잡고 설득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결국 떠나겠다면 쿨하게 보내주는 대인배의 풍모를 담아 보시는 건 어떨까요?

철없는 어린아이였을 때 기차는 앞으로만 간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굽어져 있던 것을 보고, 기차는 앞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고 깨닫게 됐습니다. A와 B, 혹은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또 다른 A와 B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한 번쯤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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