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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리더십, 고전에는 다 있다 (2018-10-26 12:22)


자기계발이나 리더십을 길러준다는 책들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러나 그런 책을 끼고 사는 사람들 중에 정말로 ‘계발’이 됐거나 ‘리더십’이 장착되어 성장한 사람을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그런 류의 책을 읽은 사람 자신들만 스스로 계발이 된 것으로, 리더가 된 것으로 착각하는 장면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자기계발서 또는 리더십 서적이란 고전의 ‘요약본’이나 ‘족보’ 같은 것이다. 엑기스만 뽑아 놨다는 뜻이다. 이러한 것은 암기를 위해 편집한 것이다. 리더십이라는 것은 결코 외운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체득되거나 스며드는 것이다.

고전을 읽은 사람들이 구태여 자기계발서나 리더십 서적을 읽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 갈리아 전쟁기
카이사르/ 김한영 번역/ 사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다. <카이사르의 전쟁기>는 제목 그대로 전편이 싸움하는 내용이다. 더구나 전쟁을 수행하는 장군이 직접 기록한 것이어서 현장감과 박진감이 넘친다. 이 책은 카이사르가 갈리아 지역(지금의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델란드)을 정복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들려주고 있다. 갈리아를 정복한 이후에는 함대를 편성해 브리타니아(지금의 영국) 원정을 나서기도 한다. 육군이 해군으로 변신하는 장면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 준다.

카이사르가 적은 병력으로 광대한 갈리아 지역을 정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속도’와 ‘정보’다. 이 책에는 자주 ‘강행군’이라는 말을 이 나온다. 한 시간에 4km 이상 행군하는 것을 강행군이라고 하는데, 카이사르에게 강행군이란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예측할 수 없는 곳까지 진군하는 것을 뜻했던 듯하다. 또 한 가지 ‘정보’는 상대의 생각과 움직임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중요했을 것이다.

핵심은 과연 카이사르의 부하들은 리더의 어떠한 매력에 이끌려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일까? 책 속에 답이 있다. 


2. 야간비행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용경식 번역/ 문학동네
생텍쥐페리의 거의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야간 비행』 역시 정통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 비행기 조종사로 생업의 전선에 있었고,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군의 공격을 받아 지중해로 추락했던 그의 삶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특히 비행사라면 비행을 할 때마다 목숨을 거는 기분이었을 테니 글로써 스스로를 다잡기도 했을 것이다.

항공망 책임자 리비에르는 냉정하고 무자비한 사람이다. 그는 단호하게 규칙을 적용하는 것만이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사건이란 사람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멀리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또 부하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면서 사적으로 가까워질 경우 규칙을 제대로 적용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소설 속에서는 감독관 로비노가 리비에르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는 비행사 및 직원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리비에르에 의해 그런 시도들이 좌절된다.

특히 평생에 걸쳐 일해 온 정비사를 해고하는 장면은 안전을 책임진 사람이 자세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안전 관련 기관에 리비에르와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사고가 훨씬 줄었을까? 아니면 그가 먼저 해고됐을까? 


3.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인규 번역/ 문학동네
헤밍웨이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지금까지 위대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책 덕분이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죽음을 찾아간 것 또한 <노인과 바다>라는 스스로 세운 견고하고 거대한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용이라고 해봐야 산티아고 노인이 먼 바다로 나가 청새치를 낚아 돌아오는 게 저부다. 그 단순한 이야기를 헤밍웨이는 마치 마라톤 중계를 하듯이 지루하지 않게 산티아고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고기를 낚았으나 항구로 돌아왔을 때는 뱃전 매달아 둔 청새치는 간 데 없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과연 산티아고 노인의 심경은 어땠을까? 이것은 놓친 월척에 대해 뻥치는 낚시꾼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게는 단지 운이 따르지 않을 뿐이야. 하지만 누가 알겠어? 어쩌면 오늘 운이 닥쳐올는지. 하루 하루가 새로운 날이 아닌가. 물론 운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나로서는 그보다는 오히려 빈틈없이 해내고 싶어. 그래야 운이 찾아 올 때 그걸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게 되거든". 세상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산티아고 노인의 독백이다. 


4.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이덕형 번역/ 문예출판사
성인을 위한 <15년 소년 표류기>라고 해도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정적인 차이점이라면 <15소년 표류기>가 모험 자체를 주제로 삼아 아이들이 이룩한 작은 사회의 작동 원리 따위에 주목하고 있는 반면에, 『파리대왕』은 인간의 본성을 더 깊이 탐구한다.

<15소년 표류기>에서 브리앙과 도니펀이 그랬던 것처럼 <파리대왕>의 랠프와 잭 또한 권력을 두고 다투고 끝내 서로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새로운 패거리를 구성한다. 그러나 브리앙이 도니펀을 위기에서 구출해냄으로써 화해하는 것과는 달리, 랠프와 잭의 갈등은 좀 더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인간의 본성으로 표출된다. 좀 더 도덕적인 랠프가 그나마 표류이전의 도덕에 입각해 무리를 꾸리는 것과는 달리, 공격적이고 부도덕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잭은 그의 무리를 선동하여 리더 격인 사이먼과 이들 어린 세계의 프로메테우스 격인 돼지를 살해한다.

과연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작가는 묻는다. 과연 칼에는 칼로 대응해야 하는지, 도덕으로 맞아줬던 상대방이 악행으로 보답할 때에는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만의 하나 악의 기미를 우리가 먼저 감지했다면 그 싹이 더 자라기 전에 미리 습격해 잘라버려야 하는지.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쏟아내는 집중포화와 같은 질문 공세에 골이 띵해진다. 


5. 안나카레니나
레프톨스토이/ 연진희 번역/ 민음사
이 세상에 딱 한 권의 소설만 남긴다면 어떤 책을 남길 것인지 전 세계의 유명 작가들에게 물었다. 수많은 작가들이 ‘단 한 권의 소설’로 선택한 것이 <안나카레니나>다.

이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와 결혼한 안나 알렉산드로브나가 총각인 브론스키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거기에는 브론스키로부터 당연히 청혼을 받을 줄 알았던 리키가 있고, 리키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하는 레빈이 있다. 굳이 주인공을 고르라고 한다면 안나와 레빈이다. 그렇지만 톨스토이는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이나 단역에게도 저마다의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사상을 담아 놓았으므로 섣불리 지나칠 수는 없다.

예상대로 안나는 브론스키와의 금지된 사랑을 찾아 떠나면서 불행을 자초한다. 대체 브론스키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란 어떤 것이기에 자신이 소유한 모든 명예를 버리고, 심지어는 그렇게 사랑한다는 아들마저 버리고 그를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궁금해진다.

반면에 브로스키의 사랑은 때때로 안나의 지독한 사랑에 지치기도 하고, 증오의 감정을 가지기도 한다. 이것은 끝내 키티와 결혼한 레빈이 불편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레빈은 브론스키보다는 훨씬 도덕적이고 현명하게 위기를 헤쳐 나간다. 톨스토이 자신을 형상화했다는 레빈의 말과 생각에 주목할 것.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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