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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비타민C는 의약품입니다 (2018-10-26 11:18)

인류학자, 고고학자 등의 전문가들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의 평균수명이 열다섯 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오늘날이라면 잠깐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으면  쉽게 나을 정도의 감기나 가벼운 질병이 그 당시에는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질병이었습니다.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질병에 맞설 특효약을 찾는 마음은 현대인들이 찾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간절하고 절박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약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워낙 오래된 일이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단 고서, 다양한 기록물, 정황 등을 근거하여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만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도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으며 전혀 몰랐던 내용을 접해,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약의 발견과 활용은 인류가 탄생하기도 전인 아주 옛날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 아들이 읽는 ‘신기한 과학, 동물 이야기’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 따르면 남미에 사는 꼬리 감는 원숭이는 방충제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이 원숭이들은 노래기를 발견하면 잽싸게 잡아서 자기 몸 여기저기에 문지른다고 합니다. 노래기가 방출하는 화학물질을 몸에 바르면 뱀이나 해충 등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 터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예로 기생파리라는 곤충은 애벌레에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은 애벌레 몸속에서 성장합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될 무렵에 기생파리 유충은 숙주의 외피를 뜯어 먹고 바깥세계로 나오죠. 그러나 기생 당하는 쪽, 즉 숙주인 불나방 유충도 기생파리 유충에게 아무런 대책 없이 무기력하게 잡아먹히지는 않습니다. 불나방 유충은 기생파리가 제 몸에 알을 낳으면,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나도독미나리속의 독당근 같은 독성식물을 찾아서 먹습니다. 이렇게 독성식물을 뜯어 먹은 불나방 유충은 먹지 않은 유충보다 생존율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즉, 불나방 유충들은 제 몸속에 둥지를 튼 기생충을 퇴치하기 위해 약초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인류는 수 천 년 전 정착 생활을 시작했고, 세계 각지에서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파피루스, 점토판 등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을 알았던 초기 문명인들은 다양한 약이나 독약 등에 관한 특징과 사용법 등을 문자로 남겼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무엇을 먹으면 병에 걸리는지, 또 무슨 약을 먹으면 병이 낫는지에 대한 정보가 아마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본격적인 문자 기록이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비법과 비방이 축적됐고, 그중 탁월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명의’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권위가 부여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각 문명에서 의료 체계가 완성되었고 일부는 한약이나 아유르베다와 같은 이름으로 오늘날 의학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류 역사상 역사의 흐름을 결정지은 위대한 약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비타민C입니다. 현대인에게는 비타민C가 단순히 몸에 좋은 성분, 건강기능식품에 함유되는 성분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비타민C는 의약품입니다. 국내 식약처에도 대사성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죠. 비타민C는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이런 비타민C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오렌지와 레몬으로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창궐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괴혈병의 비극을 막아내기도 했습니다.

15세기에 시작된 대항해 시대. 세계적 규모의 문화 교류가 급속도로 진전된 시기였고 뱃사람들은 바다를 오가며 세계 각지의 역사와 문화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거친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뱃사람들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괴혈병이었습니다. 괴혈병은 비타민C를 식품으로 얻지 못하면 체내에서 약한 콜라겐 섬유만 만들어지게 되고 콜라겐 결합이 느슨해지면 혈관과 잇몸조직이 약해져 잇몸이 헐고, 출혈이 생기며, 심해지면 치아 결손 등의 더욱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괴혈병은 18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영국 해군은 4년에 걸쳐 항해하는 동안 1,000명 이상을 괴혈병으로 잃었습니다. 같은 기간에 전쟁으로 전사한 승조원은 고작 4명에 불과했는데 말이죠.

이런 지긋지긋했던 괴혈병에 대한 해답은 18세기 후한 영국 해군 소속 군의관이었던 제임스 린드가 찾아냈습니다. 실험을 통해 매일 오렌지 2개와 레몬 1개를 먹인 괴혈병 환자가 거의 완치됐습니다. 이 실험으로 제임스 린드는 ‘감귤류는 괴혈병에 특효약이다’라는 가설을 증명해낸 것이고 훗날 더 정확하게 비타민C가 부족하면 괴혈병에 걸린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비타민C가 이제는 대중적인 하나의 비타민 성분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예전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위협했던 무시무시한 질병의 특효약이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지 않으신가요? 다음에도 다른 약에 대한 역사와 재미난 스토리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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