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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코인을 남기고 떠난 사람

  • (2018-10-19 10:21)

테헤란로에도 가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고 풍요의 계절이기도 하지요. 110년만의 무더위가 극성을 부렸다는 여름을 무사히 넘기고, 전국의 들녘에서는 대풍이라는 소식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더위에 취약하다는 채소류도 평년작은 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테헤란로의 가을은 그다지 풍요롭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이 엄청나게 오르면서 다단계를 이탈해 암호화폐로 입문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들어오던 곡소리는 점점 커져갑니다.

대부분의 ICO도 ‘폭망’이라는 멋진 단어로 요약되는군요. 다단계코인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비트커넥트가 참사를 빚은 이후로도 몇 개의 다단계코인이 더 등장했으나 결과는 신통치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코인들에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도했던 사람들은 곡소리조차 못낼 정도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채굴기도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마이닝맥스 사기사건 이후로 침체되기 시작한 채굴기 시장은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내놨다는 채굴기로도 한 번 침몰하기 시작한 시장을 끌어올리지는 못한 것이지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연말이면 1비트코인이 최고 2만 달러, 못 가도 1만 달러는 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다들 한 발씩 물러서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10월 비트코인 1만 달러 예언을 적중시켰던 마이클노보그라츠 갤럭시캐피털 회장은 올해 연말이면 4만 달러에 도달할 거라고 예상했더랬습니다. 그러나 그는 최근 1만 달러도 힘들 것 같다면서 꼬리를 내렸다는 군요.

벤처캐피털 회장이라는 사람의 전망과 예측도 이 모양이 됐으니, ‘스폰서님’의 예언과 전망들은 오죽할까요? 부푼 꿈을 안고 투자를 감행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제 서서히 소송이라는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소송이 진행되는 사례도 적지 않고 심지어는 주먹다짐을 통해서라도 본전을 회수하고 싶어 합니다.

거기에다 이르면 2020년, 늦어도 2021년에는 또 한 번의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칠 거라고 합니다. 암호화폐 관계자 중에서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금융위기 재발설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비트코인의 탄생배경이 2008년의 금융위기였던 만큼 2차 금융위기가 닥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한 암호화폐들의 진가가 나타날 거라고 합니다.

과연 그럴 것인지는 겪어봐야 알게 되겠지요. 일부 경제학자와 월가의 전문가들은 환율이 출렁이는 만큼 암호화폐도 출렁일 수 있다고 합니다. 암호화폐 자체가 주식과 함께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가 아니더라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짐바브웨 등등의 국가에서는 법정화폐조차도 고위험 자산이어서 하루가 다르게 환율이 떨어지는 중이라고 합니다. 커피를 마셔도 먼저 온 사람이 지불하는 커핏값과 나중에 온 사람이 지불하는 커핏값이 다를 지경이라고 하니까요.

올해 들어 만발했던 암호화폐 관련 예언들은 모두 ‘뻥’이었던 걸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암호화폐에 관한한 진정한 전문가는 없었다고 봐야하는 거지요. 세계 각국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입심을 겨룬 결과가 뻥이었다니 이런 황당한 일도 별로 없을 것 같군요.

내로라는 전문가들의 성적이 이 지경이니 우리 스폰서님을 타박할 일은 아닐 것도 같네요. 전문가나 비전문가나 암호화폐에 대해서만은 예측하기보다는 기대했던 거라고 해야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주 저지르는 착각이 이런 것이지요. 나의 기대가 객관적인 예상 또는 예측, 전망, 관측으로 비친다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테헤란로의 많은 사람들이 듣도 보도 못한 잡코인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군요. 떠나는 사람이야 ‘손을 털었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겠지만 남은 사람들은 ‘속았다’는 말로 그 사람을 원망합니다.

안 됐지만 모든 투자는 투자자가 선택한 결과입니다. 한두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는 말 뒤로 숨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판단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질 줄 알아야 어른이지요.

모든 투자는 돈이 내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걱정거리가 됩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암호화폐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점도 치고, 기도도 하고, 굿도 하는 것이지요.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자 이제 우리 헤어지기로 합시다. 코인을 남기고 떠난 사람은 웬만해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요.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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