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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업계의 흑백사진<20> (2018-10-19)

반전의 수레 올라탄 2008년

2004년도 이후 계속 줄어들기만 했던 업계의 매출이 2008년부터 반전의 수레를 타기 시작했다. 2008년 업계 총 매출은 2조 1,354억 원을 기록, 전년대비 20.36%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자정적용을 통해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며, 앞으로 지속성장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편 2008년은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조희팔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무늬만 방판’ 논란 방판업체의 승리로
‘무늬만 방판’ 논란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법적 다툼에서 방문판매업체들이 승리하면서 일단락됐다.

2007년 23개 대형방문판매 업체에 대해 대대적인 직권조사를 벌인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 엘지생활건강, 대교, 웅진코웨이, 나드리화장품, 화진화장품 등에 대해 ‘다단계판매’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 중 웅진코웨이와 나드리 화장품은 소비자 피해가 많아 검찰에 고발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자사의 판매방식은 다단계판매가 아닌 방문판매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2008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 ‘시행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공정위와 행정소송을 벌였다.

▷ ‘무늬만 방판’ 논란은 방판업체의 승소로 일단락 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9월 3일.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취소 건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한 방문판매 기업 5개사(아모레퍼시픽, 대교, 한국화장품, 코리아나화장품, 한불화장품)에 대해 원고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9월 11에는 엘지생활건강과 나드리화장품도 승소했다.

그러자 참여연대가 이에 반발, 탈법적인 다단계판매에 면죄부를 부여했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당시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한 대형 방문판매회사들은 4∼5단계 이상의 판매원을 두고 자신이 모집한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룹실적 또는 팀실적에 기초해 경제적 이익을 받는 등 사실상 다단계판매조직과 동일한 판매조직을 결합해 운영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피해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종전의 대법원 판결과도 다르게 다단계판매원으로부터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를 반드시 하위판매원으로 가입시켜야만 다단계판매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예치제 도입 ‘반짝’ 점화
2008년 하반기,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기관 예치제도(은행 예치제) 시행을 추진했다. 이 제도는 다단계판매업체의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을 금융기관 예치를 통해서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공정위가 이와 관련, 방문판매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다단계판매업체들은 담보금, 수수료 등으로 부담스러운 공제조합 가입을 선택하기 보다는 금융기관 예치를 선호할 것으로 점쳐졌다. 은행 예치제가 시행될 경우 입지가 좁아질 수 있었던 공제조합은 조합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는 등 대비책 마련에 진땀을 흘렸다.
▷ 공정위는 은행 예치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업계 관계자들은 은행 예치제에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2008년 12월 10일 한국소비자원에서 열린 ‘방문판매법 개정 공청회’에서 개정안을 옹호해줄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들이 난색을 표했던 것. 당시 패널들은 예치제를 도입하기보다는 공제조합 제도를 좀 더 손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잘못된 현행법과 운영법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 실질적인 보완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은행 예치제는 이듬해 백지화 됐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꾼, 조희팔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불법 방문판매업체를 차려놓고 전국적으로 끌어 모은 수조 원의 투자금을 챙겨 대표이사가 돌연 잠적한 것.

해당 업체의 대표 조희팔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에 10여 개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와 헬스용 기구 등을 ‘역렌탈’해 수익금을 돌려주겠다며, 3만 여 명의 투자자로부터 4조 원을 가로챘다.

조 씨가 운영했던 회사는 역렌탈이라는 방식을 미끼로 했는데,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였다. 그는 회원이 가입하면 그 돈을 융통해 먼저 가입한 회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당시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서울에 자회사를 차려 놓고 인천지역을 포함, 부산과 대구 등 명칭이 다른 3개 법인을 만들어 피라미드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으며, 1인당 투자금액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렀다. 이 업체는 사법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회사이름도 수차례 변경하기도 했다.

조희팔은 사기 행각이 드러나자, 검찰이 기소하기 직전인 2008년 말 중국으로 밀항했고, 2012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희팔이 2011년 12월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판매원 수, 수당 늘려야 사행성 감소”
판매원의 수와 상위 1%의 후원수당 금액이 증가할수록 사행성은 감소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8년 8월18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사단법인 한국경영학회 주관으로 제10회 경영관련학회 통합학술대회에서 남서울대학교 원종문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학술대회는 ‘경영이 나라 경제를 살린다’는 주제로 개최됐다.
▷ 제10회 경영관련학회 통합학술대회

원 교수는 “다단계판매의 경우 총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선 판매원의 수를 증가시킴과 동시에 최상위계층의 총 후원금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후원수당 수령 판매원수의 경우 실제 판매에 집중하지 않고 판매원 모집에 집중하게 돼 총 매출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사행성 조장은 오히려 총 매출을 감소시킨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또 “다단계판매가 판매수당의 단계적 누적분에 의존하여 판매와 더불어 판매원 모집에 노력을 집중하는 유통기업인 반면에, 방문판매는 판매원을 육성하여 판매량을 늘리고자 하는 제조기업의 유통사업부 혹은 유통 담당 자회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의 후원수당 지급구조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양화장품 인기
2008년에는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잘 알려진 오메가-3, 동충하초, 가시오가피 등을 주성분으로 한 이른바 ‘보양 화장품’이 봇물을 이뤘다.

코리아나는 오메가-3를 주성분으로 하는 화장품을 론칭했고, 미샤는 동의한방의 3보(三寶)로 알려진 동충하초, 산삼, 녹용 등을 넣은 한방 화장품을 선보였다. 이 밖에 여러 화장품 업체에서 글루코사민과 로열젤리, 가시오가피 등을 주성분으로 한 화장품을 출시했다.
▷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주성분으로 한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다

당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 업체들이 선보이고 있는 보양화장품의 경우 가격대가 1,000원에서 4만 원대로 기존의 제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소비자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소비자들 이미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보양 화장품을 더 선호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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