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목요일 오후> 이별의 품격 (2018-08-24)

무슨 일이든, 어떤 만남이든 끝이 있습니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는 고통을 견디는 방법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줄곧 되뇌었다지요.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도 합니다. 만남의 끝에는 반드시 이별이 따른다는 말입니다.

다단계판매사업은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사업의 첫 걸음이 ‘명단작성’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매달 새로운 명단을 작성해야 하고, 적어도 하루에 세 건 정도는 사업설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사업설명의 대상은 새로운 사람이어야 하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사람에 목숨을 겁니다. 일면식만 있어도 사업을 권유하고, 사업을 거절하면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매달립니다.

온 세상의 만물 중에 오로지 사람이 가장 귀하다고 했습니다. 조선 중종 때 박세무라는 학자가 지은 동몽선습(童蒙先習)에 나오는 말입니다. 동몽선습은 아이들이 천자문을 떼고 나서 본격적인 유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 같은 것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예닐곱 살 어린아이 적부터 사람이 귀하다는 사실을 훈장님으로부터 종아리를 맞아가며 달달 외웠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귀하디 귀한 사람과의 만남이 헤어질 때까지 유지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함께 하던 사업에서 이탈해 다른 업체의 판매원으로 들어가거나 다단계판매를 포기하는 동료들에게 보이는 매몰찬 언사들은 과연 이 사업이 사람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일이 맞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과거와는 달리 한 업체에서 종신 사업자로 활동하는 사람은 가물에 콩이 나는 것보다 더 드문 일이 돼 버렸습니다. 의리에 앞서 계산이 먼저 서는 세상이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동고동락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사자성어에 지나지 않게 됐고, ‘뼈를 묻겠다’는 말의 신뢰도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바닥을 헤매는 한 언제고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사람으로부터 상처 입은 사람들은 아무리  사업 기회가 좋아도 보기 싫은 사람과는 일을 하려들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과 부대끼더라도 마음이 상하고 갈등을 빚는 일이 허다한데 굳이 이미 마음의 빗장을 닫아 건 사람과 가슴앓이를 해가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람을 잃어버리는 아픔과 상실감은 무엇으로도 치유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애지중지 정성을 들였던 파트너라면 그 아픔과 상실감은 수십 배 수백 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 사람을 아끼고 사랑했다면 헤어지는 길까지 잘 배웅해야 합니다. 나중에라도 사업에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이 보다 확장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떠나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새로운 업체에서의 사업을 위해 떠나는 사람이라면, 그 새로운 길을 선택해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장아장 아기 걸음으로 스폰서의 손을 잡고 이 바닥에 들어와서 혼자서도 온갖 풍파를 헤쳐갈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은 누구의 덕이었을까요?

사람이란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있는 모습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 사람인(人) 자가 바로 그 형상을 빌렸다지요. 억지로 밀어내거나 지나치게 끌어당긴다면 사람의 모습은 어그러지고 맙니다. 거리도 알맞아야 하고 스킨십도 적당해야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거지요.

세상에는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습니다. 미국의 여성 작가 어슐러 K. 르귄의 소설 중에 <라비니아>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중 로마를 세운 아이네아스와 라비니아의 짧은 결혼 생활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소설의 막바지에 이르러 라비니아는 말로써 자신을 위로하려던 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절대로와 영원히는 인간들의 말이 아니라 신의 말”이라고요.

어쩌면 우리 인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 바로 ‘절대로’와 ‘영원히’가 아닐까요? 절대로 변하지 말고, 영원히 함께 하자던 약속들 중 지켜진 것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것이 바로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 인생이라는 겁니다. 영원히라는 말은 절대로 지켜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별은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당연한 이별에 대해 저주를 퍼붓는다고 해서 이별을 반납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인생이 더 측은해질 뿐이지요. 떠나가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서로의 앞날을 위해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은 어떨까요? 이별의 품격에 대해 생각하는 목요일 오후입니다.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ZOOM IN 더보기

HOT NEWS 더보기

현장 스케치

동영상배너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식약신문
다이렉트셀링

업계동정 더보기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