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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업계의 흑백사진<12> (2018-08-10)

매출 늘었지만… 빛 좋은 개살구

2004년은 다단계업계의 기업들이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자율적인 윤리경영을 도모하기 시작했던 해이다. 여기에 포인트•공유마케팅 위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마케팅 도입으로 인해 매출은 증대한 반면, 사업자 수, 후원수당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도입 붐
2004년 다단계판매업체들 사이에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이하 CP)의 도입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었다.

당시 한국공정경쟁연합회에 따르면 182개 기업이 도입했으며, 그중 다단계업체가 60여 개였다. 기업 활동에 있어 법질서 준수 및 윤리경영은 제재의 차원이 아닌 자율적 의무가 된 것이다.

CP란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기업 스스로 준수하기 위해 운영하는 준법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도입해 시행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직접주관으로 LG와 삼성그룹에서 CP를 도입했다.

▷ 업계에서는 한국허벌라이프를 시작으로 다수의 기업들이 CP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활동은 2001년 3월 공정거래질서 자율준수위원회에서 자율준수규범을 제정•선포하고, 실천사무국으로 한국공정거래협회를 둠으로써 시작됐다. 다단계업계에서는 한국허벌라이프를 시작으로 다수의 기업들이 CP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CP를 도입한 기업은 자율적 정화의지에 따라 법 위반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손해배상, 소송비용 등 경제적 부담은 물론 사실보도로 인한 기업이미지 실추도 예방할 수 있다.

또 관련 부서에 따라 벌점 완화 및 감면, 기업 실태 실사의 감면 및 서면 조사로 대체하는 등 실제 업무에 따르는 구체적인 혜택을 줌으로써 기업들의 호응도가 높았고, 대외적인 이미지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인식이 좋지 못했던 업계에서는 유용했다.


불추본 자진 해산 미스터리
자진 해산을 결의했던 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이하 불추본)가 2004년 3월까지 해체되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강행처리를 시사했던 불추본의 해산은 청산등기 신청까지 진행됐으며, 완전한 해산까지는 몇몇 일처리가 남은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공정위 산하 다단계 관련 첫 사단법인이자 세금감면기구, 업계정화 및 건전한 발전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탄생한 불추본이 자진해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불추본은 결국 해체 수순을 밟았다. 사진은 2003년 11월 불추본 임시 이사회의 모습

다단계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사단법인 인가를 얻기 위해 힘 있는 비다단계 단체가 필요했던 것인데, 이렇게 만난 다단계와 비다단계는 서로 만나서는 안 될 물과 기름의 결합이었다는 것이 뜻있는 인사들의 시각이다. 비다단계 인사들은 불추본이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도, 다단계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것이 없이 단지 그 단체에서 얻을 수 있는 명예나 실적만을 중요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서로간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양측은 공금 유용이나 회계 장부 조작 등 마찰이 잦았고, 심지어 이사진 구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불추본의 존재가치마저도 흔들리게 됐다.

공정위가 실시한 불추본 감사에서 공금유용이나 회계 장부 조작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된 불추본은 더 이상 존립해야 할 이유가 없어 해체 수순을 밟은 것이다.


방판법 개정 논란 7가지 쟁점
2002년 7월 1일부터 실시된 3차 개정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이 2004년, 시행 2년을 넘었다. 방문판매법은 우선적으로 소비자보호를 입법목적으로 한다. 부차적으로 잘못 운영되고 있는 특수판매업체의 추방을 통해 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3차 개정 방문판매법은 특수판매업체 중에서도 특히 다단계판매에 관해서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놓고 있는 등 규제의 강도를 높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단계업계에서는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편 YMCA를 비롯한 소비자단체들 역시 방문판매법의 개정을 요구했는데, 이들은 업계와는 대조적으로 보다 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55개조로 구성된 당시 방문판매법 중 다단계업계와 소비자단체에서 우선적인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쟁점은 7가지다.
▷ YMCA를 비롯한 소비자단체들은 방문판매법의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1. 현행법상 다단계판매는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인 경우를 의미하는데, 소비자단체에서는 판매원의 단계가 2단계 이상인 조직 판매방식은 무조건 다단계로 규정하는 방향으로의 개정 2. 소비자의 범위, 소비자와 다단계판매원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다단계판매원을 어디까지 소비자로 보아야하는가에 대한 논란. 3. 후원수당 지급한도에 대한 규정에서 후원수당은 다단계판매 방식의 핵심적 요소로 일률적인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4. 부담행위의 금지 조항에서 다단계판매원의 직급 유지 및 승급조건 등이 부담행위의 범주에 포함되는지의 여부. 5. 판매상품의 가격제한에 있어 상품판매의 가격상한선 책정은 영업활동의 폭이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6. 다단계판매원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에 대해 다단계판매원은 독립자영업자로 상벌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 7.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은 소비자피해보상의 실효성을 위해 강제된 규정이나 지나친 부담으로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한편, 중소 업체의 부실화를 유발해 오히려 소비자피해를 확대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등이었다.


포인트•공유마케팅 금전유통으로 변질
많은 다단계판매업체들이 포인트•공유마케팅을 도입하면서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났다. 간단히 말해 포인트마케팅이란 제품 구매시 포인트를 주고 이를 누적시켜 소비자에게 그 포인트만큼의 수익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이 포인트마케팅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 공유마케팅이다. 공유마케팅은 사업자들의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후원수당의 일정 부분을 회사가 규정한 직급의 사업자들이 상호 공유하게 하는 방식이다.

포인트•공유마케팅은 제이유네트워크를 시작으로 여러 업체들이 보상플랜의 한 방식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포인트•공유마케팅을 악용해 제품을 구매하는 물류•유통보다는 사람 모으기에 급급한 금전유통으로 변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 2004년 직판조합 정책세미나에서는 포인트•공유마케팅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됐다

불법적으로 운영됐던 포인트•공유마케팅 회사들은 일정 수익을 약정했다. 일정한 매출을 올려서 그에 대한 수익을 받는 게 아니라 사업자 개인 매출의 2배, 3배를 주겠다고 약정을 하는 것이었다.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의 경우 포인트로 계산하기보다는 금액을 확정해 놓고 이 금액만큼 제품을 구입하면, 일정 수익을 주겠다는 말로 사업자를 선동했다.

포인트•공유마케팅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장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에, 소비자 피해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포인트•공유마케팅은 업계 전체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4년도 다단계업계 총 매출액은 4조 3,759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3년 대비 63% 증가한 수치였다. 총 매출 순위 1위는 1조 6,794억 원으로 전년대비 452%의 성장률을 보인 제이유네트워크가 차지했다. 업계의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한국암웨이는 포인트•공유마케팅의 기세에 잠시 주춤했다.

이에 대해 당시 업계의 전문가들은 “포인트•공유마케팅의 경우 여전히 위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매출 증대라는 외형적 성장과는 달리 사업자 수 감소•후원수당 감소라는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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