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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사랑방 이야기

  • (2018-07-27 10:07)

다단계판매원의 사랑방으로 불리는 테헤란의 한 카페에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제품설명을 하던 판매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가 말하기를 ‘이 샴푸만 써도 대머리였던 사람도 머리카락이 풍성하게 자란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탈모인구는 7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카페 안에 있던 7명 중 1명은 그것에 관심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샴푸에 발모기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허위광고에 해당합니다. 그 효과에 대해 허와 실을 따지기 이전에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라는 겁니다. 사업설명회가 한창인 곳에서도 예사입니다. 선릉에 있는 모 업체의 사업설명회에서는 건강팔찌만 착용해도 심장병, 고혈압에 효과가 있고, 아토피까지 완치된다는 강의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판매원들은 의심하기보다는 ‘오∼’하고 감탄하기에 바빴습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팔에만 두르면 되는 단순한 제품이었지만 강의를 들을수록 몹시 복잡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SNS상에서 활개치고 있는 허위•과대광고 때문에 소비자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한번쯤 했던 분들이라면 진저리 날 정도로 노출되는 광고영상을 봤던 경험이 있으실겁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대개 이러한 영상들은 소비자 체험담 형식으로 제작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을 취급하는 기업이 SNS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SNS에 글을 게시하는 것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에 있으나마나한 규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허위•과대광고로 가득 채워진 영상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업체들이 심의를 거쳤을리 없기 때문입니다.

업체들이 이토록 기고만장 할 수 있는 것은 이 부류의 광고를 당국이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SNS 대부분이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도 규제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광고 게시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지만, 페이스북의 경우 팔로우 수를 많이 보유한 사람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광고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이 방법은 기존의 유통업체들이 하는 광고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어 파급력도 어마어마합니다.

조작된 광고영상 촬영을 시도하려다가 소비자들에게 들통이나서 공분을 산 일도 있었습니다. 한 화장품 회사가 체험담 광고를 촬영하기 위해 분장사 구인 광고를 냈다가 낭패를 본겁니다. 구인 광고의 내용은 여드름 흉터를 분장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일부러 여드름 흉터를 내고 제품을 사용해서 사라진 것처럼 눈속임을 하겠다고 광고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지요.

실제로 저도 이러한 광고영상을 보고 혹해서 제품을 구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탈취제 광고였는데 뿌리기만 해도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한 남성은 이 탈취제를 뿌리지 않고 거리를 걸었을 때와 뿌리고 난 뒤 걸었을 때의 차이점을 실험했습니다.

탈취제를 뿌리지 않았을 때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뿌리고 난 뒤에는 그를 스쳤던 사람들이 실험자를 향해 부담스러운 시선을 날리는 등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어떤 향수를 쓰냐며 물어오는 적극적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영상에 감명을 받은 저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구매를 하고, 물건을 받자마자 들이 붓듯이 탈취제를 써봤지만 중요한 것은 향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뒤였습니다. 게다가 이 영상은 연기자들을 고용해 조작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허위•과대광고의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제품을 써보고 확실한 효과를 봤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은 의료인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이 시장을 배척하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는 빈번하지만, 자신이 쓰고 있는 제품들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약’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도통 납득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면서, 일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는 것이 제품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판촉을 위해 광고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하는 그들의 절박한 심정도 이해는 되지만, 그것이 모두 거짓 상술로만 가득 채워진 것이라면 업계에 대한 불신만 키울 것이라는 생각이듭니다. 이러한 행위는 개인과 특정 회사에만 타격을 입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허위•과대광고는 철저히 지양해야 합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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