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다단계업계의 흑백사진<10>

공제조합 후폭풍… 시장규모 뚝

  • (2018-07-27 09:27)

개정된 방문판매법이 시행된 이후 공제조합의 등장과 함께 시장의 규모가 1/5 수준으로 급격히 축소됐다. 결국 공제조합 가입에 따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업체들만 살아남은 셈이었다. 또 무등록으로 영업하거나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한 뒤 실제로는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하는 신방판이 유난히 기승을 부렸다.



건강기능식품법 시행, 시장 격변 예고
2002년 8월 26일 제정되고 공포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하 건강기능식품법)이 2003년 8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우리나라의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1999년 9,000여 억 원에서 2002년 1조 5,000억 원으로 3년 동안 평균 24%가 증가, 매력적인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그동안 방문판매업계와 다단계업계에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해왔었고, 시장이 성장하는데 비해 법 정비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사무관은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소비자 피해도 증가했다. 과학적인 제조와 건전한 유통판매를 통해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시키려는 의도로 탄생하게 된 것이 건강기능식품법”이라며 “시행 이후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품질의 제품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건강기능식품법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건강기능식품박람회와 학술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법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 까다로워 자칫 비현실적인 법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품질관리인 자격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거나 임상실험의 의무화 등은 중소기업체의 발목을 잡는 조항이 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우수건강기능식품 제조 기준’의 도입과 ‘새로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상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항목 등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벌이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반면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던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법 조항이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많은 이들이 반겼다. 시행 이후 일반 소매점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을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 중의 하나였다.

건강기능식품법 역시 방문판매법처럼 법 시행 날짜를 넘기도록 하위법령을 확정하지 못해 혼란을 겪기도 했다.


모래성처럼 무너진 GTS
2002년의 새로운 강자 GTS가 2003년 내내 버티기를 하다 결국엔 무너지고 말았다. 2003년 직판 비조합사(비출자사)로 출발했던 GTS는 추가 담보금을 내지 못해 직판조합으로부터 공제거래중지 후 3월 15일 공제거래를 해지 당했다. 다시 특판조합에 가입하긴 했으나 10월 10일 특판조합으로부터도 공제거래를 해지 당하며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게 됐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GTS의 예를 업계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제대로 된 기반도 없이 급성장만 추구하는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2002년의 새로운 강자 GTS가 2003년 내내 버티기를 하다 결국엔 무너지고 말았다.

사실 GTS의 몰락은 2002년 하반기부터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각종 사업부분에 수십 억대에서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했던 GTS는 숭민종합유통과 지분을 정리하며 재정난에 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사업자들의 대거 이탈과 집단 반품이 일시에 쏟아져 들어와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던 것. 거기에 경영진이 사퇴하며 경영의 공백이 생겼고, 신임대표의 취임 이후 외자유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마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볼 때 GTS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것은 2002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여 동안 밀려들어왔던 집단 반품이다. GTS에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전 직원 C씨는 “GTS 사태를 가까이에서 본 결과, GTS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한 측면도 있지만, 집단 반품을 일으킨 일부 사업자들에 의해 GTS가 피해를 봤다고도 할 수 있다”며 “GTS 신화는 결국 거품이었던 셈”이라고 했다.

사업자들에게 환불을 지연해 6월 11일 최초 시정권고를 받았던 GTS는 시행 권고 사항을 받아들였으나 결국 이행하지 못해 2003년 10월 10일 공정위로부터 1개월 간의 영업정지 및 검찰 고발조치라는 시정 조치를 받았다. 2001년 3월 부산시 등록업체로 출발해 최고 월매출액 300억 원을 기록했던 GTS는 2002년 4월 서울로 이전해 그 해 매출 랭킹 10위권에 들었었다.


다단계판매 개선 위한 토론회 열려
2003년 8월 14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다단계판매 현실과 정책 개선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보호과 유재운 과장은 ‘제품 가격과 평균 후원수당 공개 등을 강력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한 질의자의 질문을 받고, “현재 공제조합에서 제품 가격과 후원수당 비율 등을 체크하고 있다”며 “시장의 모든 제품에 대해 가격의 정당성을 확인할 순 없지만 제품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차이나는 것은 특별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업무 방향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 다단계판매 현실과 정책 개선방안을 위한 토론회

이날 정부•학계•시민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다른 토론자들도 모두 ‘투명한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하고, 다단계판매원의 인증제도와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함으로써 다단계산업의 정책이 ‘투명한 시장 만들기’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실이 주관해 열린 ‘다단계판매 현실과 정책 개선방안을 위한 토론회’는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규환 교수와 남서울대학교 국제경영학부 김창호 교수,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보호과 유재운 과장 등이 ‘한국 네트워크마케팅의 현주소와 발전 방안’, ‘다단계판매의 현실과 발전 방안’, ‘현실적인 한계와 개선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한국암웨이, 로얄 훼밀리 측도 업계 쪽 토론자로, YMCA 시민 중계실, 안티피라미드 운동본부 등도 시민단체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회에서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패널들이 많았다. 유재운 과장은 “다단계 문제의 95%는 환불과 관련한 것”이라며 “경영자와 임원진들의 공정거래 규범 준수 의지가 강력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암웨이 측은 “임원진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하위판매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상위판매원에 대한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함으로써 국내 다단계산업의 문제 요인에 대해 각기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한편, YMCA 시민중계실 측은 방문판매법 개정 이후 신방판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2단계도 다단계로 규정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 YMCA 시민중계실 측은 방문판매법 개정 이후 신방판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2단계도 다단계로 규정하자고 주장했다.


2003년 매출 1조 원 이상 떨어져
다단계판매 시장의 2003년도 총 매출액은 2조 7,521억 원으로 2002년도 3조 8,100억 원에 비해 1조 579억 원(27.8%)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암웨이를 비롯 다이너스티인터내셔날, 앨트웰, 하이리빙 등 주요 업체들의 매출 규모 역시 일제히 하락했다. 이는 2004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다단계판매사업자 주요 정보 공개에서 드러났다.

당시 총 매출이 전년 대비 1조 원 이상 하락한 것은 불경기의 지속과 함께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 체결의 의무화에 따른 업체 수의 감소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 순위를 보면 한국암웨이가 1조 548억 원으로 1위, 제이유네트워크 3,642억 원(2위), 하이리빙 2,547 억 원(3위)을 기록했다.

2003년도 말 기준 등록된 다단계판매원수는 446만 명으로 2002년도 말 기준 593만 명보다 24.8% 감소했다. 후원수당 역시 2002년 1조 2,435억 원에서 9,103억 원으로 떨어졌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