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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업계의 흑백사진<9> (2018-07-20 10:07)

“누구를 위한 기관•단체인가?”

2003년의 한국 다단계판매업계 역사는 조금은 우울한 해로 기록되고 있다. 1999년 이후 해마다 매출 신기록을 기록하며 급성장을 해온 반면, 2003년에 들어서는 시장의 축소와 매출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개정 방문판매법 시행에 맞는 대비책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기업의 투명성을 요구한 공제조합이 많은 업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바이너리 금지’ 소문, 제3의 공제조합 추진도
개정 방문판매법은 2002년 7월 1일자로 시행됐지만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시행 후에 확정되는 등의 문제로 인해 본격적으로 업계에 영향을 끼친 것은 2003년 1월 1일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방문판매법과 비교해 많은 부분이 달라지면서, 업계는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했다.

당시 개정 방문판매법의 주요내용은 ▲최소 자본금 5억 원 ▲후원수당 총액 범위 매출액의 35%이내 ▲가격 상한선 130만 원 ▲다단계판매원에게 부담을 지우는 금액 한계 연간 5만 원 ▲반품 기한 3개월 제한(다단계판매원의 경우) 등이다. 업계에서는 가격의 상한선이 상향 조정되고 다단계판매원에 대한 반품기한이 3개월로 제한됐다는 조항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 담보율을 최저 10%선으로 낮추겠다며 ‘앤젤공제조합’이라는 제3의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총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실태조사를 통해 17개 업체가 시정 조치를 받아 개정 방문판매법 시행 후 까다로워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업체들에 대한 행정조치가 잇따랐다. 이들 중에는 “불법 업체들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고, 법 준수 의지를 가진 합법 업체들만 옥죈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개정 방문판매법 시행으로 인해 공제조합 가입 의무화는 결국 업체 수의 대폭 감소라는 결과를 낳았다. 공제조합의 높은 담보율은 사업 환경을 더욱 힘들게 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담보율을 최저 10%선으로 낮추겠다며 ‘앤젤공제조합’이라는 제3의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한 세력도 있었다. 이들은 60여 개 회사에서 참여의사를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반면, 업계 전체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개정 방문판매법의 시행을 ‘올바른 유통시장으로 정착하는데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한편, 개정 방문판매법 시행 이후 바이너리가 금지됐다는 소문이 테헤란로에 파다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문판매법 상에는 바이너리를 금지한다는 조항은 없었다. 단지 후원수당 상한선인 35%를 지키기 위해서 바이너리를 채택한 회사들이 보상플랜을 대폭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었다. 2002년 말에도 바이너리를 채택한 회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다단계판매업체들이 대폭이든 소폭이든 보상플랜을 수정했었다. 당시 보상플랜 변경 바람이 분 것은 개정 법률의 시행에 따른 대비였던 셈이다. 


탈 많았던 공제조합, 고담보율 방침 고수
2002년 연말 업계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개정 방문판매법에 따라 소비자 피해보상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면 불법업체가 되는데, 유일한 대안이었던 공제조합이 12월 중순이 되어서도 인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10월 15일 먼저 인가 신청을 냈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하 특판조합) 설립위원회 측은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던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특수거래보호과장에 대해 ‘직권 남용 혐의’ 등으로 형사고소하기에 이른다.

이에 발끈한 공정위도 ‘공정위가 요구하는 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맞섰다. 자칫 잘못하면 거의 모든 업체가 불법 업체로 전락할 뻔한 순간이었다. 결국 직접판매공제조합이 10개의 조합사만으로 운영하겠다던 애초의 방침을 바꿔 비조합사란 방식으로 문호를 개방하기에 이르렀고, 설립위원회가 물러난 특판조합도 우여곡절 끝에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출범한 공제조합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정상적인 보증 업무를 할 수 있었다.

▷ 직판조합총회에서는 공정위 출신이 이사장 후보에 추대됐지만 부결 됐다

출범 이후에도 난항을 겪었다. 특판조합의 경우 조합 내부의 문제로 조합직원이 조합사 임원을 고소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직판조합은 2003년 9월 29일 열린 총회에서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조합사 간에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불경기 속 렉서스 유사나 오픈
2003년은 몇몇 대기업들과 굴지의 제약회사가 다단계업계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해였다. LG생활건강, CJ, 신세계유통, 애경산업 등의 중견 유통업체와 종근당, 일동제약 등의 제약회사들이 업계 진출을 모색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불경기 때문에 진출을 포기하거나 좀더 지켜보겠다는 반응이었다.
▷ 렉서스와 유사나는 오픈 시기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자주 비교 대상 이 되기도 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의 한 관계자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품을 유통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단계로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아직은 대기업들이 다단계판매업계에 진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소문만 무성했던 대기업의 업계 진출보다 더 큰 이슈는 렉서스와 유사나의 오픈 소식이었다. 두 회사는 2002년 하반기부터 오픈한 멜라루카와 타히티안노니인터내셔날(현 모린다) 이후 신설 법인으로는 가장 관심을 많이 받았던 회사들이었다. 멜라루카와 타히티안노니인터내셔날은 오픈 후 1년이 지난 당시 매출 20위 권 안에 진입, 안정권에 접어든 모습을 보였다.

2003년 6월과 7월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던 렉서스와 유사나는 오픈 시기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자주 비교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공정위, 낙하산 인사 논란
공정위 출신 인사들이 공제조합의 임직원으로 대거 유입,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은 한 해였다. 특판조합의 경우 2003년 당시 3명의 임직원이 공정위 출신이었다. 직판조합 역시 공정위에서 상임의원직 출신의 임직원을 두고 있었다.

공정위 출신 인사의 업계 진출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하는 이들은 “공정위 인사의 유입이 업계가 원해서라기보다 억지 떠넘기기식이기 때문”이라는 반대이유를 들었다. 반면 “조합의 이사장 자리는 특정 업체의 대표가 맡는 것보다 공정위 인사 등 외부 인사가 맡을 때 잡음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의견이 더 지배적이었다. 조합사 대표들 중에는 “밖으로 표현을 못할 뿐 공정위 인사의 선임을 바라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 2003년 국정감사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공정위 낙하산 인사에 대해 지적했다

2003년 10월 9일 공정위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벌인 당시 정무위원회 소속의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9월 29일 열린 직판조합총회에서 이사장 후보로 나왔던 L씨가 부결된 것은 업계가 공정위 퇴직 인사들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반발한 결과”라고 했으며 김 의원의 보좌관 역시 “업계가 원해서 영입한 것이 아니라 압력에 의해 억지 춘향 격으로 떠맡게 되었다는 혐의가 짙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고 문제 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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