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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업계의 흑백사진<8> (2018-07-13)

뜨거운 감자, ‘공제조합’ 설립

2002년에는 방판법 시행에 대비한 대책 마련과 공제조합 설립 인가를 둘러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설립위원회 측과 공정위 간의 갈등이 가장 큰 이슈거리였다. 월드컵 시즌이었던 6월을 기점으로 매출의 하락이 하반기까지 이어졌고, 제조물책임법 시행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지켜야 할 법규사항이 많아져 대비책 준비로 바쁜 한 해였다.



외국계 회사 대거 한국진출
2002년 상반기에는 미국계 기업인 뉴트리션포라이프, 멜라루카 등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으며 하반기에는 노니 전문 업체인 모린다가 정식 오픈했다. 이외에도 렉서스인터내셔널, 유사나 등의 업체들이 한국시장 상륙을 예고했던 시기다. 일본계 회사로는 샤크리코리아가 7월 영업을 개시했으며, 화장문 전문 회사인 크라리스가 한국에 진출했다.

▷ 멜라루카를 비롯한 외국계 회사들이 대거 한국에 진출했다

다단계판매업체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문 제조업체들도 국내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태반 화장품 전문 제조업체인 코레코는 한국에 ‘코레코코리아’라는 다단계판매업체를 설립했고, 건강보조식품 전문 제조•유통업체인 모리카와는 ‘헬스앤피스코리아’라는 업체 출범을 서둘렀던 시기다. 하지만 헬스앤피스코리아는 2003년 국내에서 문을 열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체 서둘러 문을 닫았다. 싱가포르의 온라인 다단계판매 업체인 프로베스트도 국내 시장 진출을 꾀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회사들의 한국 시장 정착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동남아 지역의 다른 업체들도 계속해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 시장에 매력을 느낀 요소로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우호적인 태도 ▲암웨이, 뉴스킨 등 기존 진출 회사의 성공 사례 ▲학연, 지연 등의 인맥 관계에 따른 높은 확산 속도 ▲외제에 대한 높은 선호도 ▲좁은 지역으로 인한 운송비의 절감 ▲비교적 싼 물가 등을 꼽았다. 이러한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는 것은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의 발전을 입증하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업자 이동으로 인한 기존 외국 및 한국계 기업의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재개정 요구 목소리 커진 ‘개정 방판법’

2002년 한 해는 개정법 확정과 시행을 둘러싸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02년 2월 28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이래 세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의 확정을 앞두고, 상반기 내내 업계와 소비자단체•공정거래위원회는 의견 조율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고시•지침 등은 결국 시행일자인 7월 1일을 넘겨 확정됨에 따라 업계 전체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단계판매원의 청약철회 기간을 3개월로 제한하고, 가격 상한선을 13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 등은 업계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형사 처벌 조항이 여전히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 등은 타 산업 분야에 비해 다단계업계를 차별하는 처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 방판법 개정 이래 세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의 확정을 앞두고, 업계와 소비자단체•공정거래위원회는 의견 조율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정 방판법 중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됐던 것은 ‘소비자피해보상보험제도’의 도입이었다. 이 법안을 입안한 주무부서는 “소비자 피해 구제의 획기적인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 과정에서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2002년 7월 1일 시행된 제조물책임법(이하 PL법)은 소비자의 권익보호와 제조업체 경쟁력 강화를 목포로 했다. 그러나 PL법 시행은 기존 OEM업체나 제품을 공급받는 업체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PL 전문가들은 “PL법법 시행에 따라 제조물 결함에 대한 리콜이나 고발문제, 배상규모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경영상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품질관리 및 서비스 강화로 인한 원가부담도 늘어나게 된다”며 “PL법에 대한 정부차원의 홍보와 함께 기업들이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고, 다단계판매업체들도 PL전문가를 따로 두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은 2002년 8월 26일자로 공포됐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은 건강식품의 안전성 확보 및 품질향상을 도모하며 국민의 건강증진과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었다. 또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건전한 유통시장의 형성을 돕는다는 목적을 가졌다.


어지러운 업계에 희소식도
2002년 말, 대선을 앞두고 선거 유세에 나선 이들이 다단계판매업의 육성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제도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2002년 12월 17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설립위원회 공청회에 故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유세 특보단장이었던 유재건 국회의원이 참석해 화제가 됐다. 그는 “노 후보가 새 대통령에 취임하면 네트워크마케팅 육성정책을 3개월 안에 실현시킬 것”이라고 발언해 당시 법 개정으로 어지러웠던 업계에 희망을 안겨줬다. 또 “향후 건전한 유통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제도적인 뒷받침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 대학가에서는 다단계판매업에 대한 교육 붐이 일었다

대학가에서는 다단계판매업에 대한 교육 붐이 일었다. 국내 최초로 네트워크마케팅 CEO과정을 개설했던 건국대학교 경영대학원은 다단계판매업이 하나의 학문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왔다. 2002년 당시 1년간 5개 대학에 네트워크마케팅 교육과정이 잇따라 개설돼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건국대의 경우 2002년 말까지 제6기까지 수료생을 배출했고, 경기대는 2002년 6월 첫 교육생을 모집했다. 경희대는 7월 제1기 입학식을 가졌고, 중앙대와 성균관대는 9월에 각각 입학식을 치렀다.


공정위, 특판조합과 갈등 ‘뜨거운 감자’
2002년 하반기 ‘공제조합 설립 인가’를 둘러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하 특판조합)과 공정위간의 갈등은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개정된 방문판매법에 의해 2002년 12월 31일까지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을 체결하지 않는 업체는 사업 자체를 못하게 한다는 방침에 따라 모든 업체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을 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공제조합에 가입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 특판조합은 2002년 11월 4일 공정거래위원회, 조합사가 참여한 ‘정관 변경에 따른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공제조합 설립 과정과 인가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급기야 12월 중순 특판조합 측이 공정위 담당자 2명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당시에는 ‘특판조합 설립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설이 난무하기도 했다.

사건이 일단락 된 것은 특판조합이 이사장과 추진세력들을 교체, 공정위의 정관수정 요구사항들을 받아들인 다음이었다. 결국 직판조합과 특판조합이 유예 기한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12월 16일과 24일 각각 인가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유예 기한을 연장했고, 공제조합은 2003년 1월이 지나서야 정상적인 업무에 돌입할 수 있었다.

한편, 당시에도 업계 최고 관심사는 매출이었다. 2002년 총 매출액은 3조 8,560억 원을 달성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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