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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 잿밥이라더니 (2018-06-29 10:00)

기어코 탈이 나고 말았다. 설립 초기부터 의심스럽고, 위험하고, 미심쩍다는 이야기들이 줄곧 들려오던 T사 이야기다. 이 회사의 회장은 각광받는 코인재벌이라고 한다. 코인을 통해 돈을 벌었던 만큼, 코인을 주물러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는 소문이 장안에 짜했다.

사람들은 코인 정보를 듣기 위해 220만 원의 매출을 치고 캐러멜 같은 환약을 받으면서도 환호작약했다. 이제는 남들처럼 보란 듯이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명은 결코 가난한 사람을 편들지 않는다. 회사 설립 후 6개월 정도 미친 듯이 오르던 코인은 급전직하하기 시작했다. 다들 알다시피 2,400만 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은 4분의 1토막이 났고, 해외의 투자전문가들은 아직도 바닥이 아니라는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나마 기축 화폐라는 비트코인이 이 지경이었으니 그 밖의 기타 잡코인들은 10분의 1, 20분의 1, 심지어는 상장 폐지되는 사례도 잇따랐다. 최근 들어서는 ICO만 하고 거듭거듭 상장을 미루는 코인들도 부지기수다.

전 세계적인 시장상황이 이 모양이니 아무리 코인재벌이라고 해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대박을 보장하면서 판매원들로부터 리플코인을 받고 나눠줬던 비장의 코인도 끝내 똥값이 되거나 매매 조차되지 않는 ‘환상화폐’가 되고 말았다.

모든 왕조의 결말이 그렇듯이 추앙받던 코인재벌과 우러르던 판매원들 사이의 갈등이 폭발했고 결국 ‘사기’ 운운하며 송사가 벌어지는 모양이다.

모든 사업에는 목적이 있다. 다단계판매는 다단계판매업자와 판매원이 함께 잘 살아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개는 서로를 인정하고 힘을 합쳐 온갖 난관을 헤쳐 나가게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소소한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그것이 송사로까지 번지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다단계판매업자와 판매원은 유통업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다. 그 영역은 노력에 비례해 확장되고 금전으로 보상받는다. 그런데 T사의 사업 행태는 그렇지 않았다. 코인이라는 달콤한 미끼로 유혹을 하고, 또 그 미끼에 취해 모여든 다음에는 벌레처럼 옹송그리고 앉아 요행을 바랐던 것이다.

그 미련한 판매원들은 회장이 코인재벌이므로 당연히 자신들도 코인 준 재벌은 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시장도 회장도 판매원을 외면했고, 결국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본 이들이 소송이라는 방식으로 봉기하기에 이르렀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눈이 어두웠던 회장도 판매원도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판매원에게는 어리석다는 평판이, 회장에게는 간교하다는 평판이 달라붙어 일생을 따라다닐 것이 뻔하다. 이들은 유통업에 종사했던 것이 아니라 금융업에 종사했으며, 일을 했던 것이 아니라 로또복권을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구매했던 것이며, 휴먼네트워크를 형성했던 것이 아니라 사기조직을 결성했던 것이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번 소송 역시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승리할 것이다. 어느 쪽도 정의라 할 건더기가 없으니 당연히 비싼 변호사를 사는 쪽이 이기게 돼 있다. 다만 다단계판매를 빙자해 코인장사를 자행한 T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명확해야 한다. 이제 공은 회장도 판매원도 아닌 공제조합으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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