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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업계의 흑백사진<6> (2018-06-29)

‘빈곤 속의 풍요’ 새천년

새천년의 도래라는 기쁨마저도 자본주의의 우울 앞에서 그 빛이 바랜 2000년이었다. 기업의 도산과 2차 구조조정의 가시화, 실업자의 급증 등 전반적인 경기 불황은 다단계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러한 불황의 늪에서도 총 매출 2조 원 돌파라는 사상초유의 신기록을 세웠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통신 상품
다단계판매업계는 2000년 전자상거래와 통신 관련 상품 등 IT와 관련된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업계에 전자상거래가 속속 도입되면서 각 업체마다 자체적인 전자상거래 툴(Tool)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암웨이를 비롯한 굴지의 외국계 회사들과 일부 국내 업체는 자체적인 기획으로 전자상거래의 물꼬를 터 온라인에 새로운 교두보를 마련했다.

통신 관련 상품은 그야말로 ‘대박’을 냈다. 통신 상품을 주력 아이템으로 선정한 회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판매원들로 인해 연일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다이너스티인터내셔날, HDN, 나라콤, ITI, 쎌컴인터넷 등의 업체는 불과 ‘두 살배기’도 채 되지 않았지만 폭발적인 사업진행으로 강세를 보였다. 다이너스티인터내셔날의 경우 당시 월 매출이 130억 원에 이를 정도였다.

▷ 2000년 당시 통신 관련 상품은 그야말로 ‘대박’을 냈다

초기 등장했던 국제전화선불카드를 비롯해 별정통신사업자를 이용한 선불전화카드, 이동전화 후불요금제, 인터넷폰 등 다양한 통신 관련 제품을 선보이며, 21세기를 열어갔다. 당시에는 통신 사업이 너무 호황을 누리다 보니, 업계에서는 통신 아이템을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한편, 2000년 9월 다단계판매에 관한 체계적인 학문적 틀을 정립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건국대학교 경영대학원 과정에 새롭게 네트워크마케팅 CEO과정이 신설된 것. 산학협동의 기틀을 마련하고 업계의 위상정립과 진보된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 및 판매원들이 대거 참여해 학문적 열의를 보였다.
▷ 네트워크마케팅 CEO과정 제1기 입학식 모습


매출액 2조 원 돌파
새천년 들어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매출액이 2조 원을 달성하느냐 마느냐’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다단계 합법화 이후 사상초유의 매출 규모인 2조 원을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해에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업계 내에서는 2000년 10월 하순부터 2조 원을 돌파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2000년 총 매출은 서울•경기 지역 업체들로만 1조 9,000억 원이 넘었다. 전국 매출을 합치면 2조 원이 넘는 수치였다. 2000년 들어 회사들의 총 매출액을 보면 최소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해야 15위권 진입이 가능했다. 그만큼 시장 규모가 예전에 비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총 매출액의 83%가 10위권 회사들에 몰려있다는 시장 구조의 불안함은 여전히 내재하고 있었다.

당시 매출이 성장한 요인에 대해 다단계판매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의 전환과 사업 기회의 확대가 맞물리면서 호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IMF 시기 잠깐의 하향세를 제외하고는 매년 100%가 넘는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경기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시장규모가 커졌다. 특히 상위권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통신 관련 제품, 기능성 속옷의 강세가 매출 신장에 기여했다. 


경기침체로 화이트칼라 다단계 유입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연속, 불황의 장기화 여파로 다수의 실업자들이 배출돼 다단계업계로 유입되면서, 업계는 빈곤 속의 풍요를 누렸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지표는 마련돼 있지 않았지만, 한 일간지에서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대다수의 실직자들이 생계를 위해 다단계 사업 설명회장을 찾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심각한 취업난과 고용불안, 실업인구의 증대로 다단계판매업계에 배타적 성향을 보였던 화이트칼라들이 대거 업계에 진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외국계 다단계판매업체들의 한국 진출도 활발했다. 2000년 5월, 다이나믹라이프코리아의 오픈을 필두로 외국계 다단계판매업체의 진출이 활발히 이뤄졌다. 이들의 진출로 업계가 새롭게 재편되고 시장규모도 더욱 커졌다. 당시 오픈이 예고됐던 또 다른 외국계 회사는 메리케이코리아, 에이본, 니켄코리아 등이었다. 이 밖에도 월드트로닉스, 월드웰니스 등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진출이 점쳐지기도 했다.

▷ 방문판매법 개정안을 두고 공정위와 시민단체 간의 갈등이 고조됐다

방판법 개정안 두고 설전
2000년 정기 국회를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새로운 방판법 개정안을 언론에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띈 내용은 ▲소비자 피해보상 보험 가입 ▲청약철회 14일 이내 ▲정보공개 의무화 ▲상품 가격 제한 폐지 등이었다.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보상 보험 가입에 대해 다단계판매와 관련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단계판매업체가 반품 지연이나 도산, 폐업 등으로 계약해지나 환불이 불가능할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하고 당시 환불 보증금 제도는 폐지한다는 것.

당시에는 다단계판매업체가 매달 매출액의 10%를 환불 보증금으로 법원에 공탁하거나 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을 맺도록 하고 있었으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잘 몰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결국 이 같은 개정안은 2003년 방판법이 개정되면서 공제조합이라는 새로운 기관을 탄생시켰다.

개정안이 알려지자 공정위와 소비자 단체 간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가장 큰 이슈는 100만 원 가격 상한선 폐지였다. 공정위는 “다단계판매업자에 대해서만 100만 원이 넘는 상품을 팔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난다”고 밝혔지만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청회를 갖고, 상품가격 상한선 폐지방안에 대해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공청회 참가자들은 불법, 편법적 영업행태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 당시 가격 상한선 100만 원을 더 하향 조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이 같은 시민단체와의 마찰로 100만 원 가격 상한선 폐지에 관한 법률 개정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다단계 안티운동 활발
2000년은 다단계 안티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던 시기이기도 하다. 2000년 4월 1일, 서울 YMCA, 안티피라미드 운동본부가 함께한 제1회 불법 다단계업체 규탄대회를 SMK본사 앞에서 치른 것을 기점으로 다단계 안티 운동이 활발히 진행됐다. 오프라인과의 연대로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던 다단계 안티운동은 ‘안티엠엘엠’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피라미드•다단계 안티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단계판매업체 전부를 피라미드로 오인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 제1회 불법 다단계업체 규탄대회를 기점으로 다단계 안티 운동이 활발히 진행됐다

불황의 틈을 비집고 유사 다단계가 활개 쳐 생활고와 실적의 시름에 잠겨 있는 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해 새천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피해액수 2,490억 원, 피해자 3만 5,000여 명에 이르는 금융피라미드 사기사건으로 해당 사기범 유 모 씨에게 법정 최고 구형인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 사건은 “유명 벤처회사에 투자하면 월 21∼26%의 이자를 보장 받을 수 있다”며 주부, 학생, 노인들을 속여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이 밖에도 32억 원 상당의 다단계 펀드 사기사건뿐만 아니라 금융피라미드 사건이 심상치 않게 발생해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전자상거래 회원모집을 빌미로 온라인에서도 불법 다단계가 기승을 부렸다. 인터넷을 이용해 우후죽순처럼 퍼진 불법 사이버 다단계는 회원모집으로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며 가입자를 속여 금전적 피해와 대인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꺾기’, ‘묻지마’, ‘감(感)투자’ 등 사행심을 조장하는 불법 유사 다단계도 성행해 다수의 피해자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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