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WINE ❶ | 건강한 낭만의 술 (2018-06-15 09:42)

2000년 대 초반만 해도 와인은 특별한 술이었다. 특별한 날에 큰맘 먹고 마시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요즈음은 삼겹살이나 땅콩만 있어도 기꺼이 코르크를 딴다. 한창 와인 붐이 일 당시에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햇와인 보졸레 누보를 출시일인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맞춰 비행기로 공수하는 등 법석을 떨기도 했다.
이제 와인은 과도한 성장도 급격한 침체도 겪지 않고 조금씩 서민들의 생활 속으로까지 스며들면서 건강한 술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과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은 여전해 사랑을 고백할 때나 기념일에는 식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곤 한다.




남아메리카의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와인은 급격하게 대중화됐다. 그 이전만 해도 와인이라면 당연히 프랑스 와인이나 간간이 이태리 와인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생산량이 많은 스페인 와인조차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의 프랑스 와인과 이태리 와인은 서민들이 반주로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가격 면에서도 그랬지만 부수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코르크를 따기 위해서는 와인스크류가 있어야 하고, 그럴 듯한 와인 잔이 필요했다. 차차 시간이 흐르면서 웬만한 집이라면 스크류와 와인 잔 몇 벌쯤은 갖추게 되면서 취기가 번지듯 와인은 한국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피노 누아의 마술 ‘로마네 콩티’

와인은 색감과 향기와 맛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이전에 햇빛과 비와 바람과 흙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는 와인은 완성될 수가 없다. 그에 더해 수 천 년, 적어도 수백 년을 이어온 포도나무와 포도밭, 와이너리를 둘러싼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야 말로 와인의 정체성을 제대로 완성하는 소재가 된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잘 알려진 것처럼 가장 비싼 와인은 로마네 콩티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로마네 콩티라는 작은 마을에서 1년에 6,500병 남짓 생산된다. 포도밭의 크기는 축구장보다 조금 더 큰 6,000평. 피노 누아(Pinot Noir)라는 품종으로 우아하고 힘이 넘치며, 신선한 과일의 깊고 단단한 균형이 느껴진다고 한다. 짙은 농도, 섬세하면서도 강한 구조감, 실크와 같이 부드러운 집중도, 멋진 순수함, 피니쉬에서는 무겁지 않은 힘을 자랑한다. 이런 매력으로 인해 마법의 와인이라고도 한다.

부르고뉴 지역은 보르도 지역과는 달리 단일 품종만으로 와인을 빚는다. 보르도에서는 많게는 10여 가지 적어도 예닐곱 가지 품종을 브랜딩한다. 따라서 보르도 와인은 테루아(기후와 토양 등 자연적인 여건)에 블랜딩 기술이 더해진다. 그러나 부르고뉴 와인은 전적으로 테루아에 의지한다.

로마네 콩티는 1,00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빈티지(생산년도)에 따라서는 4,00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아무리 못해도 몇백만 원 기본이다. 웬만한 부유층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사실이다. 서민들이 맛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각출하는 것. 와인 한 병을 아껴서 따르면 8잔 정도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8명이 100만 원 정도씩 내면 겨우 한 병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샤르도네의 품격 ‘샤블리’
부르고뉴에는 로마네 콩티가 아니어도 훌륭한 와인들이 많다. 최북단 샤블리는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 격으로 여겨진다. 세계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 산지인 샴페인과 붙어 있다. 샤블리의 흙은 굴 화석에서 만들어진 석회석과 진흙질로 돼 있다. 샤블리 화이트의 특징은 신맛이 강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옛날에는 바다였던 관계로 미네랄을 다량 함유해 독특한 맛에 반영된다. 샤블리라는 이름은 미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세계(유럽을 제외한 신생 와인 재배국)지역에서 화이트와인을 통칭하는 이름으로도 쓰일 만큼 화이트 와인에  관한 한 샤블리의 명성은 확고부동하다.

샤르도네 단일 품종을 주로 재배하며 레드 와인은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단맛이 없고 토양으로 영향으로 생굴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생굴뿐만 아니라 사시미나 스시와도 찰떡궁합. 샤블리를 고를 때는 빈티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샤블리는 토양보다는 기후에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로마 황제의 영지 ‘알록스 코르통’

알록스-코르통(Aloxe-Corton)은 와인 애호가나 전문 여행가가 아니라면 생소한 이름이다. 로마 식민지 시절부터 농업에 종사해온 오래된 마을이다. 마을이 형성될 무렵 로마의 황제였던 오르통의 영지에서 마을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몽라셰, 뫼르소(Meursault)와 함께 유명세를 삼분하고 있다. 그러나 몽라셰나 뫼르소와는 달리 레드 와인의 명성도 자자하다. 알록스 코르통과 인접한 코트 드 뉘는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데 그 토양의 영향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레드 와인용 피노 누아, 피노 리에보, 피노 브로가 재배되고 피노 블랑도 소량 재배된다. 화이트 와인용으로는 샤르도네가 사용된다. 석회암층인 고지대에서는 화이트 와인이 생산되고 그보다 아래 쪽 저지대 포도밭은 철분이 많아 레드 와인 생산에 좀 더 적합하다.

알록스-코르통의 레드 와인은 검은 빛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강렬한 색상을 띤다. 떫은 맛이 강하고 각종 베리류 향이 넘쳐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에서는 감귤류와 열대과일 향에 견과류와 바닐라 향이 오묘하게 어우러진다. 색상은 황금빛으로 생선류와 흰살 육류와 잘 어울린다.

이 지역의 가장 유명한 와인으로는 샤를마뉴가 있다. 샤를마뉴 대제의 이름을 딴 이 지역은 처음에는 레드 와인을 생산했으나 늙은 대체의 흰 수염에 레드 와인이 묻는 것을 거북해 한 왕후의 권유로 화이트 와인으로 대체됐다. 코르통 샤를마뉴라는 와인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알렉상드르 뒤마를 무릎 꿇린 ‘몽라셰’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 등의 소설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뒤마는 몽라셰 와인을 가리켜 ‘고딕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파이프오르간 소리와 같은 느낌이어서 경건한 마음으로 모자를 벗고 무릎을 꿇고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알록스-코르통, 뫼르소와 함께 3대 화이트 와인 산지로 꼽힌다. 특히 몽라셰는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색의 석회질 토양을 바탕으로 샤르도네 품종을 주로 생산하며 보조품종으로 피노 블랑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달콤한 꽃향기와 레몬의 신맛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후 아몬드, 열대과일 향 등의 부케가 풍부하고 후추향, 구운 빵의 향, 계피향 등 피니시가 긴 것이 특징이다. 피노 누아 품종을 사용하여 소량의 레드 와인을 생산하나 A.O.C.명칭(프랑스 와인 명칭 시스템)은 블라니(Blagny)로 다르게 사용한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