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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세상이야기-언러닝 (2018-06-15 09:31)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청백리의 대명사이자 명재상으로 알려진 맹사성에 관한 다양한 야사와 일화가 곳곳에서 전해지는 데 그중에는 그가 과거를 갓 급제하고 나서의 일도 있다. 과거에 급제한 그는 하늘 높은 줄 몰랐고 자신의 재능을 맹신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방관으로 발령받은 맹사성은 당시 덕망과 학식이 높다고 알려진 노스님을 찾아 갔다. 맹사성이 물었다. “스님, 어떻게 하면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스님은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좋은 일만 하면 된다”며 당연한 대답을 했다.


스님의 학식을 얕잡아 본 맹사성이 자리를 뜨려하자 스님이 차를 권했다. 맹사성은 권하는 차를 거절할 수 없어 다시 자리에 앉아 차를 받는데 스님이 찻물이 찻잔에 넘치도록 따르기 시작했다. 넘친 찻물은 어느새 바닥을 적셨다.

맹사성이 찻물이 넘친다고 지적하자 노스님은 “어찌 찻잔의 물이 넘치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면서 얕은 재주가 넘쳐 인격을 망치는 것은 모르느냐”며 그의 교만한 됨됨이를 지적했다. 그러자 당황한 맹사성은 바로 자리를 뜨려 일어나 급하게 나가다 문틀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러자 스님은 웃으면서 “항상 몸을 낮추면 머리를 부딪치고 다닐 일이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 일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맹사성은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몸가짐을 하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찻잔이 이미 차 있으면 더 이상 차를 따를 수 없듯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는 이미 차 있는 지식을 버려야만 할 때도 있다. 이처럼 잘못되거나 낡은 불필요한 기존 지식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쉽도록 하는 것을 언러닝(폐기학습, unlearning)이라고 한다. 언러닝이 무엇인지, 어떻게 활성화 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불확실성이 커질 때 더욱 필요한 언러닝

언러닝은 성과와 직결되지 않는 쓸모없고 잘못된 기존의 지식을 버림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학습방법이다. 사람들은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배운 사실들을 기반으로 행동하는데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게 되면 기존 지식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돼 오히려 발목을 잡게 된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앞으로 펼쳐질 일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세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방식으로 적응하는 언러닝이다.


때때로 새로운 지식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거의 사고방식을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학습이 새로운 대안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라면, 언러닝은 오랜 동안 굳어진 타성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에 학습된 사고의 틀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다. 


언러닝을 활성화하려면

때로는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성하라 

조직 내에 의도적으로 위기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과거의 성공 경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업체인 Toyota의 성공 비결은 조직 내에 창조적 긴장감을 조성하여 끊임없는 개선을 추구하려는 ‘일상화된 위기 경영’에 있다고 한다. CEO인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타도 Toyota’ 없이 Toyota의 발전은 없다”며, 현재의 성공에 절대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말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상시 위기 경영을 통해 Toyota는 한 때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던 지식이나 시스템 등을 과감히 버리고 끊임 없이 개선, 또 개선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일상화된 위기 경영의 기업 풍토를 정착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 중의 하나는 도전적인 목표 설정이다. 도전적인 목표는 기존의 방법이나 사고를 통해 달성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폐기학습의 도구로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실패로부터 학습하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과거에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에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기업들은 어느 정도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당장 큰 문제가 없으면 현상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특히,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그 위험을 구성원들에게 부담시키는 기업에서는 기존의 사고를 버리기 어렵다.


하지만, 실패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잘못 학습하게 되면, 이는 오히려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가로막는 패배주의를 학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톰 피터스(Tom Peters)는 실패에 대한 과도한 학습이 오히려 조직을 경직되게 만들어 변화를 어렵게 하는 장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예를 들어, 1938년 소형차를 생산하는 데 실패한 포드 자동차는 “우리는 소형차를 생산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러한 결론은 조직 전체에 확고하게 학습됐다. 실패가 기존의 생각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결국 오랫 동안 학습된 고정관념을 극복하지 못한 포드는 198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소형차 생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필요

조직 내에 비판적 의견이나 다른 생각을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으면, 새로운 기회나 해결책에 단서가 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은 단지 한 개인의 튀는 아이디어로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는 사람은 질책이나 비난을 받게 될 거라는 두려움이 조직 내에 만연하면 기존의 익숙한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없을 게 된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들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어떤 사안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말해 모두가 찬성할 때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 있다. 악마의 변호인이 있다면 토론은 활성화되고 선택의 여지를 모색하기 수월해진다.  만약 조직 내 위계질서로 인해 악역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전문성이 있는 외부인을 초빙하여 그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포기의 미덕

학습을 통해 변화를 추진하려면, 새로운 지식에 대한 학습과 과거의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 모두가 필요하다. 오랫 동안 굳어진 타성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지식이나 프랙티스를 학습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업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또 하나의 기회를 만들 것이다. 반면 과거에 집착하면서 자사 고유의 배타적인 관성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은 변화의 반쪽에 불과할 뿐이라며 기존 것을 버리는 포기의 미덕을 강조했던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충고는 일류가 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고 자료: LG경제연구원, 온라인행정학전자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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