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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업계의 흑백사진<4>

사법당국의 집중포화에 ‘아수라장’

  • (2018-06-15 09:25)

1997년 12월 24일 우리나라 국민은 IMF구제금융이라는 위기를 겪어야 했다. 이후 1년 동안 전 국민은 단군이래 최대의 금융환란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다. 불황이야말로 도약의 기회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업계 역시 연초부터 불어 닥친 검경의 구속수사와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긴축과 재편의 살얼음판을 걸어왔다.


SMK 4개월 천하로 끝난 1위
국내 다단계판매업계에서 요지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한국암웨이가 1997년초부터 소비자단체와의 분쟁으로 반품사태를 치르는 중에 SMK가 4개월 동안 1위로 급부상했던 사건이 있었다. 1997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매출 1위를 차지했던 SMK는 ‘한국 다단계의 대표기업 SMK’라는 슬로건으로 TV와 운동경기장, 심지어는 버스에까지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폈다. 하지만 곧이어 2월 16일 SMK는 검경의 대대적인 수사와 언론의 집중포화 속에 대표자와 사업자들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2.16사태’를 맞게 된다. 이후 쏟아져 들어온 반품 액수가 한 달에 수십 억 원에 이르는 곤욕을 치렀으며, 구속수사를 받았던 당시 대표이사는 법원에서 실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비운을 겪었다.

▷ 1998년 2월 당시 선릉역 사거 리에 있는 SMK의 옥외 광고와 SMK에 대한 신문기사


사상 최대 규모의 구속사태
1998년 2월 한 달 동안 다단계판매업체와 신방판업체, 불법 피라미드업체 관계자 712명이 검거되고, 107명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업계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결과를 빚었다.

당시 경찰청에서 발표한 총 229건의 단속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한 무등록영업이 9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허위 또는 과장된 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각종 금지행위 위반이 84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 밖에도 가격표시 의무•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약사법 위반 등의 사유로 단속됐다.

사법당국의 대규모 구속수사에 이어 각 주무관청으로부터 법률 위반과 신고의무 위반 등의 사유에 대한 200∼300만 원 가량의 벌금 또는 1∼2개월가량의 영업정지 처분이 이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검경의 구속수사에 대해 ‘실적쌓기용•민심잡기용’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으며, 행정관청에서도 단순한 신고지연 등의 사유에 대해 지나친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성의 소리가 나왔다. 이때의 구속수사와 영업정지 등의 처분은 소비심리의 위축과 함께 사상 최대의 저성장에 한몫했다.


방판협회 신임회장, 다단계업계에서 선임
1998년 2월 26일 한국 방문판매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방문판매업협회의 회장이 다단계업체에서 선임됐다. 1대 회장인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에 이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당시 뉴스킨코리아 한성태 대표이사는 관계기관과의 활발한 협력을 도모하는 한편 국내의 올바른 네트워크마케팅 정착과 성장에 힘쓸 것임을 밝혔다.
▷ 금융 피라미드조직을 운영한 노조미 코리아 관계자들이 서초 경찰서에 구속됐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 피라미드로 인해 몸살을 앓기도 했다. 1998년 7∼8월경 강남 일대에서 ‘곗방’, ‘떴다방’, ‘묻지마 마케팅’ 등으로 불리는 신종 금융 피라미드가 게릴라식으로 출몰했다. 이러한 불법 행위는 수시로 사무실을 옮기며 법망을 피해가는 수법을 사용하는 등 한층 고도화된 수법으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외국계 회사의 잇단 철수
1998년에는 대규모 외국계 회사들이 국내에서 철수하는 이변을 보여 사업자들을 당혹스럽게했다.

GNLD인터내셔날은 철수하기 수개월 전까지도 지속적인 현지 투자를 약속했었으나, 중국의 다단계 금지조치와 동남아시장의 악화에 자극을 받아 갑작스럽게 철수를 결정했다. 한때 매출이 급상승하며 선풍을 일으킬 듯하던 캐어코리아는 사업자들의 무리한 요구와 경영상의 미숙으로 문을 닫았다.

이처럼 국내 사정이 악화되자 미국의 뉴웨이스 인터내셔널 등 국내 진출을 계획하고 있던 회사들이 주춤거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외국계 회사의 전반적인 실적저조로 인해 1998년에는 최초로 국내회사의 매출이 외국계 회사 매출을 앞질렀다.
▷ 외국계 업체들은 현지화를 위해 국산품을 도입하는데 힘썼다

1997년 다단계 시장의 시장점유율이 47.6%이르던 외국계 회사의 매출이 외국계 회사의 철수 등으로 40% 이하로 떨어졌으며, 이에 비해 국내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47.9%에서 60%로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업체들은 소비자 단체와의 마찰, 외환보유고 위기, 국산품 애용 운동 등의 영향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현지화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한국NSP는 건강식품 제조회사인 (주)고제, 화장품 위택생산 전문업체 (주)한국콜마, 생활용품업체인 삼우정기 등과 제휴해 기존의 미국 상품 외에 국산품을 도입하는데 앞장섰다.

한국암웨이는 대대적인 ‘원포원(One for One)’ 전략을 실시해 국내 우수 제품을 암웨이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판매했다.

뉴스킨코리아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자 전량 수입해오던 화장품류 가운데 국내 수요가 많은 품목을 한국콜마와 서홍캅셀 등 국내 OEM업체를 통해 현지 생산했다.


중국 다단계판매 금지 파문
중국에서는 다단계판매로 인해 사회기강이 흔들린다는 판단에 따라 다단계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방문판매방식으로 바꿨다. 이 같은 중국의 강경책에 미국과 유럽의 직접판매협회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사업자들은 시위를 벌이는 등 사회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1998년 4월 초 피라미드 관련 시위가 발생한 후 중국 당국은 ‘다단계판매 경영활동 금지에 관한 통지’를 통해 “4월 21일부터 어떠한 형태의 다단계판매 활동도 금지하며 이전에 그러한 허가를 받은 기업도 모두 그 같은 판매활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원(중국의 최고 국가행정기관)의 통지문에 따르면 “소비자의 합법적인 권익보장, 공정한 경제촉진, 시장 경제질서와 사회안정 유지를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다”고 밝히고 다단계판매는 중국 현실에 맞지 않으며 이미 커다란 위험과 손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유명한 다단계판매업체인 암웨이, 메리케이, 타파웨어, 샤클리 등 대형업체들이 영업기반을 잃고 매장판매나 방문판매로 전환했다.

중국에서 다단계판매 사업을 하기 위해 시에 등록하고 활동하던 업체는 37개에 이르렀으며, 중국내 최대 다단계판매업체였던 암웨이는 회계연도(98년 7월 1일∼99년 6월 30일)중 중국에서만 1억 7,800만 달러가량의 제품을 팔았으며, 8만 여 명의 판매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당시 새 법령에 따르면 직접판매회사들은 점포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판매 사후 서비스를 보장해야하고 판매원에게는 서명 날인된 계약서를 발부하여 판매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또한 판매원은 재판매를 위해 회사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없으며 자신이 직접판매한 제품에 대해서만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중국의 다단계판매금지 조치는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법규개정 논의를 진행하던 국내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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