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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내가 만만해 보여?” (2018-06-08 09:35)

우울한 소식입니다. 올해 들어 13개의 업체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나 이 참담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을 여는 회사가 줄을 잇습니다. 왜 그럴까요? 짐작하건대 우리가 군대라는 조직에서 배우고, 직장에서 세뇌 당했던 ‘나는 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현재 업계에는 약 140개 업체가 영업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회사 수를 세야 할 정도로 문을 닫는 업체도 많고 여는 업체도 많습니다.

문을 닫는 회사들의 특징을 한 번 살펴볼까요? 공제조합은 이들 업체의 폐업 원인을 ‘영업부진에 의한 자금난’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생각만큼 장사가 안 됐다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왜 장사가 안 됐을까요? 나름대로는 ‘죽이는’ 제품과 ‘끝내주는’ 보상플랜. 그리고 탁월한 리더사업자와 전능하신 대표이사가 존재했을 텐데 말입니다.

한 회사를 예로 들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면서 일단 망했다는 사실에 입각해 한 수 접고 보는 시선을 바탕으로 합니다.

첫째, 이 업체의 제품은 터무니없이 비쌌습니다.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금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애터미나 지쿱, 에이필드 등은 결코 고객 ‘눈탱이 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박리다매의 힘을 잘 보여주는 거지요. 어떤 업체는 한 때 상위권을 넘볼 만큼 야심만만했으나 이내 힘이 빠졌고 끝내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왜 힘이 빠졌을까요? 소비자로 하여금 재구매를 결정하게 할 만큼의 매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싸다고 느꼈을 겁니다. 비교적 오랫동안 이 바닥에서 굴러먹었다는 사람의 눈에도 비싸게 보였다는 것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둘째, 사람 귀한 줄을 몰랐습니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리더 두 사람을 팽개쳤습니다. 그들의 원칙을 회사의 꼼수가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들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이루어놓은 부분은 지킬 수 있다고 믿었을 겁니다. 그러나 다단계판매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빠져나간 후 외부의 많은 판매원들은 리더를 담지 못하는 회사라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셋째, 회사와 결탁한 판매원의 뜻대로 레그를 옮겼습니다. 다단계판매는 결코 개인기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퍼즐 같은 것입니다. 방문판매는 개인기만으로 이루어지지만 다단계판매는 조직사업입니다. 나 혼자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일입니다. 임의로 레그를 짜깁기한다는 것은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이를 빼내는 것입니다. 이 빠진 톱니바퀴는 한 바퀴는 더 구를 수 있어도 그 이상은 돌지 못합니다. 멈춰 설 뿐 아니라 주저앉습니다. 다시는 손 볼 수 없는 치명적인 고장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그 회사는 망했습니다.

다단계판매는 결코 만만하게 볼 사업이 아닙니다. 몇몇 재벌 기업은 웃음거리가 된 채로 이 사업을 접었습니다. 더 많은 중견기업들은 찍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이내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 상태로 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 대기업이든 중견 기업이든 다단계판매는 일반적인 기업 활동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상명하달 방식은 일반기업에서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그에 버금가는 행동력을 만들어내지만 다단계판매 업계에서는 오히려 갈등의 씨가 되고 끝내 앙금으로 남아 조직에 균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회장이라고 해도 일개의 판매원과는 그저 제품의 공급자와 판매자로 동등한 관계에 불과합니다. 판매원은 독립사업자입니다. 다수의 판매원들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원으로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첫 손에 꼽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대기업 회장의 사고방식으로, 중견기업 대표이사의 생각으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다가는 역풍을 맞기 십상입니다.

다단계판매는 정말이지 몹시도 어려운 사업입니다. 무엇보다 푼돈을 들고는 발조차 내딛지 못할 만큼 문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없이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수명만 좀 연장될 뿐 반드시 죽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 귀한 줄 알아야 합니다. 바람처럼 스쳐가는 사람들 중에서 회사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사람은 단 한 명일 수도 있습니다. 그 한 명이 만들어내는 멤버십이 지금의 뉴스킨을 만들고, 유니시티를 만들고, 시너지를 만들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최근 들어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와는 달리 전문적인 경영수업을 받은 임직원이 드물다는 겁니다. 어쩌다 이 바닥에 발을 들였고, 어쩌다 세월이 흘러 경험을 쌓았고, 이러구러 직급이 올라갔다는 사실을 잊고 그 세월에 비례하여 실력이 쌓였다고 믿는 것입니다. 정말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다단계판매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지경이네요. 슬프게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더욱이 상위의 10여 사가 90% 이상의 매출을 점하는 상황에서 나머지 10%의 시장을 두고 130개 사가 경쟁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예비 창업자라면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바닥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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