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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잡힌다’

  • (2018-06-01 09:36)

지난 2005년 ‘로하스’라는 불법 다단계판매업체를 차려 1,000억여 원을 가로채 필리핀으로 도주했던 천 모씨가 현지에서 체포된 후 한국으로 압송됐다. 천 씨의 압송을 지켜보면서, 과연 한국의 다단계판매업계는 그때로부터 얼마나 발전해왔는지 또 얼마나 정화되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번듯하게 자리 잡은 기업들 중에도 그 당시에는 무법과 불법을 오가면서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후원수당을 두 배로 주겠다고 회원들을 현혹했다가 반품사태에 직면했던 A사부터, 그 A사의 방식을 본 딴 후원수당 두 배 프로모션을 이어가는 S사, 조직방판이라는 이름으로 무등록 영업을 감행했던 A사 등등. 과거의 기업들을 지금의 관점으로 본다면 사실상 피라미드판매를 자행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일이다.

그 시절은 그나마 태동기였다는 핑계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구실로 면죄부가 주어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관련 기관과 단체와 NGO까지 합세해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으므로 공제조합에 가입한 상태로 불법을 자행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로스트 인 더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빚더미에 시달리던 형제, 전과자인 형과 순둥이 동생이 의기투합해 연쇄 은행 강도를 저지르고 성공하는 이야기다. 전과자인 형은 보안관에게 쫓기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쁜 짓을 하면 잡히게 돼 있어”

그 악당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쁜 짓을 하면 잡히게 돼 있다는 사실을 이번 천 모씨의 압송 소식을 접하면서 다시 한 번 절감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터폴과의 공조를 통해 얼마든지 체포할 수 있었음에도 13년이 지난 지금에야 체포와 압송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앞에서 강조한 것처럼 지금은 과거와는 달라서 등록업체가 불법을 저지르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규제와 감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공제조합에 가입하려는 업주들은 비교적 준법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지금 다단계판매업계의 당면한 과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주식분할, 가상화폐를 비롯한 유사수신 업체들과 등록하지 않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단계판매 사업을 벌이는 무등록 업체들이다. 이들이 위험한 것은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선량한 국민들로 하여금 사행적 행위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엠페이스를 비롯한 ‘분할 마케팅’ 업체나 가상화폐를 빙자한 유사수신과 피라미드업체들에 대한 조속하고 엄격한 수사가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한국에 근거를 둔 업체들이 적발되고 있기는 해도 대부분이 피해액 30억 원 안팎의 소규모 업체들이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수사기관의 공헌을 낮춰 보려는 것이 아니다.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까지 추정되는 해외에 기반을 둔 유사수신 업체를 일망타진하지 않고는, 적발된 소규모 국내 업체들에 대한 심판이 당위성을 얻기가 쉽지 않다. 영화 속 악당의 대사처럼, 13년 만에 체포돼 국내로 압송된 천 모씨의 사례처럼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는 잡힌다는 사실이 상식화되어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대한민국의 위상도 훨씬 더 높아졌고, 각종 영상장비와 무선인터넷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인프라를 십분 활용한다면 범죄자를 찾아내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다만 사법 기관의 의지 문제다. 소규모 국내 업체는 처벌하고 대규모 해외 업체는 그대로 둔다는 것이 정의에 합당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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