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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2018-06-01 09:35)

도로명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 1(번), 지번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1가 1(번지). 서울의 중심 종로 한 가운데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로명주소와 지번주소가 같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자리 잡고 있다. 교보문고를 세울 때 교보생명그룹 창립자이자 초대 회장인 신용호 회장은 “서울 한복판에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서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며 임대료로 얻을 수 있는 비싼 수입마저 포기했다. 이곳에 책을 사고 읽기 위해 오갈 때마다 문 앞과 입구 모퉁이 바위에 새겨진 신용호 회장의 명언이 보이면 경건하고도 엄숙한 흥분마저 느끼게 된다.

교보문고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설립 배경 외에도 책을 그 자리에서 읽기 편하도록 한 배려에 있다. 원목을 그대로 사용해 만든 웅장하고 아름다운 책상, 책 냄새와 어우러진 교보문고 특유의 나무와도 같은 향, 책을 읽는다고 눈치주지 않는 점원 등은 내겐 감동 그 자체다.

안타깝게도 요새 많은 사람들은 책을 그저 돈을 위한 수단으로 보기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문 고전과 같이 좋은 책이 잘 팔리는 게 아니라 잘 팔릴만한 책을 뽑아내 비슷한 내용의 책들이 가판대를 가득 매운 모습은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그래도 그 중에서 무엇 하나 흥미를 끌거나 좋은 책 한권을 발견하게 되면 그날은 왠지 기분이 좋다. 그런 날은 지갑 사정을 고민하면서 가판대 앞에서 책을 읽다 잔액을 한 번 떠올리고 나중에 살까 싶어 제목을 휴대폰에 메모했다가 결국 다른 책 몇 권과 함께 계산대 줄에 합류한다.

신용호 회장의 명언에 감회된 나는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에 오롯이 빠져들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어떠한 책이 나오고 잘 읽히는가에 따라서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일종의 믿음을 가지고 있다. 책 그 자체는 어떠한 힘이나 능력도 없는 상품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고 무언가를 느낀다면 그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 사회가 있기에 책은 사람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까지 뒤바꾼다. 구텐베르크 활자의 발명으로 성경이라는 책 한 권이 민간에 보급 됐을 때만 보아도 그렇다. 성경의 보급이 부패했던 당시 로마 카톨릭에서 탈피해 종교개혁이 온 유럽을 휩쓴 계기가 된 것은 책 한 권이 미치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다.

책을 통해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그 당시의 상황이다. 물론 온전히 집필 당시 상황을 추측할 수 없거나 쓰였을 때의 사회를 반영하지 않은 것도 있어 온전하진 않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 과거에는 어떠한 것이 업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또 앞으로는 어떠한 트렌드가 부상할지 알아보기 위해 최근 10년간 발간된 직판업계에 대한 책을 읽고 분석해보았다. 수많은 업계 종사자나 관계자가 책을 냈겠지만 동기부여 등과 같이 정신적인 영역을 다루는 책은 트렌드를 읽는데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아 과감히 제외했다. 그렇게 ‘네트워크마케팅’, ‘다단계’, ‘직접판매’, ‘프로슈머’ 등을 키워드로 2009년부터 2018년 4월까지 발간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업계 관련 서적을 89권까지 추려냈다. 150페이지를 넘는 두꺼운 책은 거의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광화문 교보문고만이 아니라 재고가 있는 다른 지점과 영풍문고, 북스리브로, 예스24 등 다양한 서점을 돌아다니며 휙휙 책장을 넘겼다.

2015년까지 출판된 책만 하더라도 다단계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오해를 바로잡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사업에 뛰어들 것을 종용하는 책들이 절반 가까이 됐다. 대부분 내용이 비슷하고 몇몇은 자신의 경험만을 일방적으로 정답인 양 적어내려 독자가 처해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실용적이지는 못했다. 그러다 2016년에는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출판된 책의 양도 두 배 가까이로 늘었고 다단계 업계 내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고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에 관한 서적이 많이 늘었다.

그리고 2017년에 출판된 책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태를 잘 반영해 4차 산업혁명까지 다루는 책들이 늘어나는 등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피로하기에 급급해 객관적인 자료와 수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책들이 많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담고 있어도 업계와 잘 연관 지어 설명하지 못한 책들이 있어 실망스러웠다. 심지어 최근 출판된 책들 중에는 저자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그 내용의 신뢰성마저 잃게 만드는 것들도 부지기수였다.

좋은 책은 좋은 사람을 만들 수 있다. 언젠가 직판업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이며 판매원이 아닌 사람이 읽기 쉬운 접근성이 뛰어난 대작이 등장한다면 항상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사는 업계에 좋은 시절이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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