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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업계의 흑백사진<2> (2018-06-01 09:17)

확대되는 시장규모… 흘러드는 흙탕물

1996년의 다단계업계는 변화무쌍한 시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는 업계의 튼튼한 기틀을 다진 해였다. 개정 방문판매법 시행으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고,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대표자들의 모임이 결성되는 등 다단계판매산업을 한국 시장에 뿌리내리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국내 대기업의 다단계 진출도 이슈 중의 이슈였다.


다단계판매 성장 본격화
1996년은 국내 다단계판매업체의 성장이 본격화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때에는 외국계 회사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으며, 업체 간의 전략적 제휴가 증가했다. 당시 업체의 수는 108개사, 총 매출액은 7,600억 원에 이르렀다. 1995년의 1,610억 원의 매출과 비교했을 때 급격히 증가한 수치이다. 1996년 당시 총 매출 순위 10개사는 한국암웨이, 뉴스킨코리아, 삼왕인터내셔날, 세모, 썬라이더코리아, 제이엘코리아, N.H.B.인터내셔날, 에스티씨인터내셔널, 렉솔코리아, 한국이엑셀인터내셔날 순이었다.

기준미달의 영업을 이어온 업체들에 대한 단속도 이뤄졌다. 통상산업부는 1996년 2월 20일 다단계판매업체를 운영하면서, 판매원 관리 등에 필수적인 기본 전산 프로그램을 갖추지 않은 7개사 업체를 등록 취소하도록 관할 시•도에 요청했다. 또한 1996년 1월 17일부터 31일까지의 다단계판매업체의 운영실태에 대한 조사를 통해 기재사항 미비 등 경미한 사항을 위반한 35개 업체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전산프로그램을 갖추지 않아 등록이 취소된 업체는 베터앤베스트, 고도산업, 만영, 동음실업, 대등산업, 동양에이전트, 코리언인터내셔날 등 7개 회사이다. 당시 통상산업부는 피라미드형으로 운영하는 업체나 자격 기준이 미달되는 회사에 대해 수시로 등록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엄중 단속의 강경한 의지를 내비쳤다.

▷ 업계 최초로 개최된 다단계판매업체 대표자들 조찬모임


방문판매법 제정 1년, 대표자들 집결

급격한 성장세와 더불어 직접판매업계의 새로운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다이렉트셀링>이 주최한 다단계판매업체 대표자들의 조찬모임이 업계 최초로 개최됐다. 1996년 6월 4일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에서 개최된 조찬 모임에는 통상산업부 유통산업과 정석진 과장, 방문판매업협회(현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배기정 전무가 참가해 업계에 종사하는 대표자들의 실질적 요구와 어려움에 대해 경청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이 제정된 지 1년 만에 갖게 된 조찬모임은 그동안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다단계판매산업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업체 대표자들이 만나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또한 방문판매법을 준수하지 않는 업체들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피해와 당시 다단계판매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업계가 새로운 활력을 모색할 수 있었던 자리가 됐다.

한편, 앞서 1996년 1월에는 세계방문판매협회(WFDSA, 현 직접판매세계연맹)가 발행하는 국제회보에 한국의 <다이렉트셀링> 창간 소식이 전해졌다. <다이렉트셀링>은 점차 증가하는 다단계판매업체와 방문판매업체를 대변해주고 올바른 잣대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매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1995년 11월 1일 국내 유일의 직접판매업계 전문지로서 창간됐다. 기업에게는 경영전략과 마케팅 방법론을 제시해 주고, 사업자들에게는 성공 노하우와 동기부여, 소비자에게는 좋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해 줬다는 평가다.
▷ 1995년 11월 1일 국내 유일의 직접판매업계 전문지로 창간한 <다이렉트셀링>


다단계 규제 약하다는 문제 제기도
1996년 7월 1일에는 방문판매법이 개정•시행됐다. 제정 이후 1년 만이다. 개정은 방문판매와 통신판매에 대한 변동사항이 주를 이뤘고, 다단계판매에 관한 법률은 대동소이했다. 개정돼 시행되는 방문판매법에는 문제가 없는 듯했으나, 당시 자유민주연합(자민련) 김칠환 의원이 방문판매법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의원은 방문판매법에서 개별상품의 소비자 가격 100만 원 이하를 30만 원 이하로 낮추고, 가전제품 및 통신관련 제품, 무형제품은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자고 했다. 또한 후원수당을 축소하고, 수직적•순차적인 판매단계를 제한하며, 마지막으로 수입 판매되는 다단계상품의 수입원가도 권장소비자가격과 함께 표기하자는 내용이었다.

1996년 10월 8일 통상산업부 유통산업과가 주최한 다단계판매 관련 업자와의 간담회에서 대부분의 판매업자들이 오히려 현행법이 제한하고 있는 규제를 모두 철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모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제기는 업계 입장에서는 청천병력과도 같았다. 이후에도 김의원은 외국계 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이윤의 일부를 우리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을 강구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설전을 이어갔다.


대기업 진출, 제조업체 간 업무협약 활발
1996년은 대기업의 다단계판매 진출과 다단계판매업체와 제조업체 간의 업무제휴도 활발했던 시기다. 에이본, 메리케이, 샤크리 등 세계적 규모의 다단계판매업체들이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김정문알로에가 ‘김정문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1996년 6월 22일 오픈식을 갖고, 본격 다단계판매산업에 뛰어든다.
▷ 대기업 최초로 다단계판매에 뛰어든 진로

이후 1996년 7월 대기업으로 꼽히던 진로가 ‘진로하이리빙’이라는 다단계판매업체를 설립, 건강식품, 기초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고품질, 고품격의 생활 추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5만 원 이하의 중저가 고품질을 지향해 큰 인기를 끌었다.

풀무원도 1996년 4월 풀무원생활이라는 이름으로 다단계판매업계에 진출했다. 특히 풀무원은 LG생활건강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다단계판매시장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합의에 따라 풀무원생활과 LG생활건강은 신제품 개발•생산, 판매망 확보를 위해 상호 협력하고, LG생활건강은 풀무원생활이 사용해오던 ‘에넨씨(N&C)’라는 브랜드로 생활용품을 생산•공급하게 됐다.
▷ 풀무원생활과 LG생활건강의 업무협력으로 탄생한 ‘에넨씨 에코’

이처럼 다단계판매업체들이 사업영역 확대를 통해 국내 제조업체들 간 치러진 업무제휴는 풀무원뿐만 아니라 여러 업체들 사이에서도 붐을 이루게 된다. 같은 해 10월 진로하이리빙은 애경산업과 제휴를 통해 ‘하이리빙 프리미엄’이란 브랜드로 세탁세제를 판매하게 됐다.

한편 1996년 말이 돼서는 영구적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회원을 모집하는 불법 통신 피라미드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합법적인 다단계업체들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시에는 통신 서비스(사용료)를 상품 판매를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았지만, “1997년 1월 10여 개 회사에서 곧 판매가 허용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로 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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