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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무등록 다단계 ‘불패’ (2018-05-18 10:14)

녹엽, 월드벤처스, 엠페이스 등… 방문판매법 근간 흔든다

합법 업체 혜택 줘야 불법 근절 돼

중국계 다단계판매업체 ‘녹엽’이 인기몰이를 시작하면서 판매원들 사이에서는 소위 ‘온라인다단계 불패’론이 다시 한 번 증명될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시장을 풍미한 온라인다단계업체는 부지기수였으나 실질적으로 한국정부에 의해 단속되거나 처벌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부 판매원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거나 자연도태 돼 왔다. 그러나 도태되기까지 적어도 3년 이상 존속하면서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체의 평균 존속기간인 2년보다 더 ‘오래 간다’는 믿음이 생겨난 상황이다.


◇FTA가 불러온 기회 혹은 재앙
온라인다단계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 직후 등장했던 이피엑스바디로부터 시작해 비슷한 시기에 엑세스, 쩐라이즈가 등장했고 이후 수많은 업체들이 난립해 전체 추정 매출은 공제조합 가입 업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요즘 성행하는 온라인다단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녹엽, 월드벤처스, 퓨처넷, tps138, 보웨이 등과 같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

그리고 엠페이스, 세비앙, 뜨레모아, 아디우보 등 제품 거래는 부수적이면서 금전만 수수하는 업체.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비트클럽네트워크, 에어비트클럽, 옴니아제네시스마이닝, 타이탄트레이드클럽 등과 같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채굴과 매매 업체이다.


◇해외직접구매 제품 판매는 위법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체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등 유형의 제품을 판매하는 ‘물류’ 업체들이다. 다단계판매업체에서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제품군과 겹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는 검증받지 않은 성분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각각의 국가에서 인정받은 제품이라면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만의 하나 부정한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라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금지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허용되는 성분의 경우 해당 제품의 ‘효능 및 효과’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체의 유사한 제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먹는 콜라겐을 주력을 삼는 비사이와 심혈관계 제품을 취급하는 보웨이가 좋은 예다.

해외직구를 통해 제품을 구매한 제품을 타인에게 재판매하는 것은 관세법을 어기는 것이지만, 이러한 사례는 등록된 해외 업체의 판매원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이어트 제품을 중심으로 핵심 성분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과하지 못한 제품은 본사에서 직접 공수하는 것이다. Z사의 다이어트 티, U사의 종합비타민 등이 포함된다.


◇무등록 다단계 영업 후 공제조합 가입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장기간 무등록 다단계판매 영업을 하고도 공제조합에 가입하는 사례도 있다. P사는 약 3년 정도 무등록 영업을 이어온 덕분에 조합에 가입하자마자 다수의 직급자를 배출했다. 무등록 영업 혐의가 있는 업체의 경우 과거의 실적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으나 P사는 따르지 않았다.

지금은 와해 직전에 몰린 tps138은 외형적으로는 중국의 쇼핑몰이라고 알려졌으나 실질적으로는 한국의 제품을 공급하는 플랫폼 역할에 머물렀다. 저가로 판매하면서 수당을 많이 지급하다보니 과부하가 발생했고, 이 와중에도 자신들의 수당은 챙기면서 납품업체에는 결제를 미뤘던 것이 결국 발목을 잡은 셈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새롭게 등장한 녹엽은 쇼핑몰 자체에 대한 신뢰는 담보할 수 있지만 회원가입 과정이 석연치가 않다. 영어에 비해 생소한 한자 사이트에서 제품을 주문하는 과정은 거의 고행에 가깝다. 이로 인해 스폰서가 가입을 원하는 파트너로부터 원화를 받은 다음 자신이 이미 확보한 포인트로 대신 가입해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럴 경우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돈을 받은 스폰서가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녹엽의 회원들은 한국의 저가 브랜드 애터미가 경쟁상대라고 주장한다. 제품 가격은 애터미보다 더 싼 대신 수당을 80%까지 돌려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제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조직을 구축하는 중인 한 회원은 “위험부담이 있다는 건 안다. 그렇지만 등록된 업체라고 해서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공제조합에서 임의대로 공제거래계약을 해지하거나 영업정지 등을 당할 일이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오히려 더 오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모 업체의 지사장은 “P사가 (조합에)가입한 것이 그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의 관례에 비춰보면 불공정한 것이지만 일반적인 상행위의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분한 시장테스트를 하고 가능성이 있을 때 공제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경제적인 상식”이라며 불합리한 한국의 다단계판매 시스템을 지적했다.


◇쩐라이즈, 불법이었으나 끝까지 투자자 찾아내 보상

  예보, 모데어, 모나비, 장고, 재팬라이프 등은 합법이었으나 보상 없어
엑세스와 쩐라이즈는 인터넷쇼핑몰을 표방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유사수신 형으로 진행됐다. 엑세스는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쩐라이즈는 한국에서만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자산동결 등을 거치며 폐업했다. 놀라운 것은 쩐라이즈는 파산했지만 투자자에 대한 보상은 시간과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이루어진 점이다. 폐업 후 약 3년이 지난 지난해 공식 집계에 포함된 한국의 판매원들에게까지 일정 부분 보상이 이루어졌다.

당시 한국의 사업을 주도했던 한 판매원은 “한국에서 투자된 전체 금액에 비하면 정말 터무니없이 작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최후까지 피해자를 찾아내 돌려준다는 점에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어떤 사업이든 허용하되 불법행위가 자행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금지는 하지만 정작 사고가 터졌을 때는 한두 명 사법처리하고는 정작 피해자들은 모른 척 한다”면서 “제이유나 조희팔 사건이 터졌을 때 과연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을 위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불법으로 몰린 특정 업체에 대해 사법처리 이후에는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 등을 꾸려 민사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대책위원회의 구성원들은 피해자 전체를 대변하기보다는 자신의 손실을 우선적으로 만회한 이후에는 각종 사법비용 명목으로 2차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례가 많다. 사법기관은 실적만 챙기고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인 지원이나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지는 않는다.

쩐라이즈와는 반대로 한국의 공제조합에 가입하고 영업했던 예보, 모데어, 모나비, 장고, 재팬라이프 등은 적극적인 피해자 보상에 나서지 않았다. 다단계판매사업에서는 반품을 받아주고 환불해주는 것만으로는 보상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수년 간 피땀 흘려 구축한 멤버십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쓰리에이치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이어오던 재팬라이프는 대학생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학자금 융자를 받게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오다 발각돼 본지에 보도된 직후 일체의 반품이나 환불 등의 절차마저 거치지 않고 철수했다. 이 업체에서 일했던 젊은이들은 공제조합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이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보겠다며 대출을 받았던 젊은이들은 신용불량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주네스에 합병된 모나비나 지자와 합병한 장고 역시 멤버십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나비는 주네스에 합병하면서 아사이베리를 원료로한 음료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수년 째 이루어지지 않다가 극심한 영업부진에 몰린 최근에야 공급을 재개했다. 그러나 모나비 당시 한국은 물론 중국에까지 폭넓게 조직했던 소비자 군단은 이미 와해되고 난 이후였다. 지자에 인수된 장고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장고 판매원이 회사의 합병을 따르지 않고 지자행을 거부했다. 지자의 일부 판매원 또한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회사 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불만을 품고 지자를 떠났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업계에서 반복되다보니 판매원들은 합법과 불법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득실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외에 본사를 둔 업체는 한국의 실정법으로는 처벌하거나 단속 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가상화폐는 유사수신”… “그래서 어쩌라고?” 

   단속 엄두 못 내는 동안 잘 나가는 가상화폐 다단계
가상화폐를 활용한 다단계판매는 한국의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떠한 제재도 가해지지 않는다. 가상화폐라는 것이 형체가 없는 것인데다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인터넷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관련 다단계판매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일부 가상화폐 사건과 관련 판매원에 대해 사법처리 했지만 여전히 그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것은 해당 서버 자체를 차단하지 않는 이상 판매원 전원을 색출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엠페이스 사건에서 보듯이 특정 사이트를 차단한다고 해도 우회 통로를 만들거나 사이트 자체를 옮겨가는 숨바꼭질만 지속될 뿐이다.

모 업체에 투자했다는 서울의 한 판매원은 “허용되지 않은 것인지 금지된 것인지 분명하지도 않고, 설령 대한민국에서는 금지됐다고 해도 해외에서 운용되고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업을 어떤 식으로 차단할 것인지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저 겁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산업이 발생하면 일단 금지부터 하고 보는 봉건주의적인 정책으로는 지금의 투자시장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선 허용하고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개선하는 방식으로 바꾸어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상화페에 투자했다는 지방의 또 다른 판매원은 “가상화폐 채굴•매매 업체들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대개 투자자의 돈을 대신 받은 사람들이 제 때에 회사에 넣지 못하고 갖고 있다가 유용한 사건들”이라며 “해외에서는 허용되는 사업이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모든 것이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진다. 그걸 낡은 방문판매법으로 차단하려고 하니까 잠재적인 범법자만 양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유사수신 혐의를 적용할 수 있었던 사건도 이제는 받은 돈만큼 가상화폐를 제공하거나, 투자자 본인으로 하여금 기축 가상화폐로 환전해 투자하게 할 경우에는 어떠한 현행 법규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 가상화폐 채굴업체의 관계자는 “모든 투자는 투자자가 책임져야 할 몫인데 이것을 국가가 나서다 보니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괜찮고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라면서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로 손실을 입었을 때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투자는 개인에게 맡겨 둘 문제”라고 강조했다.


◇등록업체 혜택은 없고 규제만 2중3중

뻔한 결론이지만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다면 등록하지 않은 다단계판매업체라도 단속도 처벌도 할 수 없다. 당연히 공제조합 가입사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더욱이 월드벤처스나 엠페이스, tps138 등 대규모로 세를 불린 업체들을 바라보는 영세업체의 입장에서는 법을 지키느라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해 문을 열었으나 여전히 적자에 허덕인다는 한 업체의 대표는 “마음 같아서는 홍콩에다 페이퍼 컴퍼니라도 차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등록한 업체에 대한 지원이나 혜택은 전혀 없으면서 조합 가입을 강요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원리에도 맞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의 대표 역시 “한국에 본사를 둔 업체는 처벌 대상이 되고 해외에 본사를 둔 업체에는 손을 못대는 것은 전형적인 사대주의로 비칠 수 있다”면서 “정상적인 국가라면 본사를 한국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영업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업체들의 주장대로 다단계판매기업이 공제조합에 가입했을 때 주어지는 혜택은 없다. 그저 영업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에 불과하다. 대신 담보금과 공제료 등의 금전적인 손실과 함께 각종 명목의 실사와 조사 등에 응해야 하며 조합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최악의 경우 공제거래계약이 해지될 수 있고 심지어는 과태료나 벌금 등을 요구받을 수 있다.


◇“해외 거점 다단계는 사실상 단속 불가”

그렇다면 이처럼 불합리한 규정이 이렇게 오래도록 지속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모든 법률이 그렇듯이 제정 취지는 그럴듯하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사행성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제조합 가입업체보다 훨씬 사행적으로 펼쳐지는 미등록 업체의 그것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일까? 서울 경찰청의 모 간부는 “해외에 거점을 둔 다단계판매나 유사수신은 처벌 주체가 불분명하다. 그 사업이 해당 국가에서도 불법이라면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협조요청을 통해 함께 단속할 수 있지만 그 국가에서 허용된 것이라면 손 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다단계판매에 관한 한 대한민국에 본사를 둔 업체에 대해서만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모 외국계 업체의 지사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꼭 사법처리가 아니다. 정부 당국도 사정이 있으니까 못하는 것이라고 짐작은 한다. 그렇다면 꼭 같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그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 달라는 것”이라면서 “우리도 등록된 일부 외국계 업체들처럼 본사에서 직접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한국의 룰을 지키자는 것이 본사의 방침이다. 본사의 경영진으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공제조합에 가입하면 뭐가 좋으냐는 것이다. 조합이나 공정위나 이런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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