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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입은 꼰대 (2018-05-18)

불통 비효율 불합리로 요약되는 우리나라 기업의 후진적 조직문화가 미미한 개선은 이뤄졌지만, 여전히 근본적 변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발표한 ‘한국 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에 이 같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중견기업 A대리는 “소통을 활성화한다고 복장 자율화하고, 직급호칭을 없앴는데 정작 의견은 잘 듣지 않는다. 듣더라도 보고과정에서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제도로 변질되곤 한다. ‘청바지 입은 꼰대’들이 따로 없다”고 비판했고, 대기업 B차장은 “강제 소등하고 1장짜리 보고서 캠페인 했지만 변한 게 없다. 불 꺼진 사무실에서 스탠드 켜놓고 일하고, 1장짜리 보고서에 첨부만 30∼40장이다. ‘무늬만 혁신’이다. 낭비이자 삽질”이라고 격하했습니다. 


국내 기업문화 현실에 대해서 아직까지 대다수 직장인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겁니다. 직장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기업문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는 2년 전의 후진적 기업문화 요소로 지적 받았던 습관적 야근, 비효율적 회의, 불통의 업무방식 등은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낙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기업문화 개선효과를 체감하는지를 묻자 ‘일부 변화는 있으나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이 59.8%, ‘이벤트성으로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28.0%로 직장인 87.8%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기업문화 혁신에 주력하고 있는 암웨이의 행보가 눈에 띕니다. 지난해 취임한 김장환 대표는 임직원과의 첫 전체 미팅에서 기업문화 선진화 방안을 공표한 바 있습니다. 모토는 ‘신나는 암웨이’였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리더는 혁신•열정•사람을 존중한다’는 경영이념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실천방안으로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윤리 기준을 확립하는 등 상호번영을 위한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 역시 이 같은 기업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덧붙여 사내에서는 디지털 강화에 주력하는 회사의 정책이 화두라고 했습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신나보였습니다. 


또 다른 회사 토탈스위스코리아의 송국주 지사장은 신년회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나눔 문화를 전파하고 서로 존경하면서 다 같이 성공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겁니다. 이때 당시 광역시가 아닌 전주시에 직영 지사를 오픈하면서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전주시 인근지역에 급증하는 회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송국주 지사장의 세심한 배려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되는 업체입니다.


젊고 역동적인 기업문화로 입소문이 자자한 코웨이는 지난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무려 7년 연속 선정됐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직급과 직책에 상관없이 모든 임직원을 ‘○○○님’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수평적 호칭 제도를 도입한 것이지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 사이에 자유롭게 1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끔 점심시간 탄력 운영제도 도입했습니다.  


이들의 기업문화는 낡고 낡은 전근대적인 것과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이렇듯 행복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모 다단계판매업체의 경우 회사 내에서 슬리퍼 등 실내화를 착용할 수 없도록 하고, 직원들을 감시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들 만큼의 과도한 CCTV 설치로 원성을 사고 있다고 합니다. 매 순간이 의붓어미 눈치 보듯 할 수밖에 없겠지요. 이처럼 답답한 생활에 넌더리가 나 회사를 벅차고 나가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매출 증대를 위해 판매원들 앞에서는 알랑거리지만, 목전의 제 식구는 챙기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직접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모 다단계업체의 회장이 기자 둘을 앞에 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함께 자리한 임원을 향해 “야”, “너”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성을 낸 겁니다. 막역한 사이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말을 하는 본새로 봐서는 홀대하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보는 사람이 더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최근 빚어지고 있는 총수 일가의 갑질논란과 맞물려 생각해보면 이 같은 일들이 뉴스거리로는 진부할 만큼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감정을 가진 동물입니다. 이 말은 갑질을 일삼는 이들의 변명이 되는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것에 의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더 적절한 문구입니다. 그들은 감정을 갖고 살아가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위해 부디 모서리를 둥글게 깎는 목수의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주시길 간곡히 당부합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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