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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과 38.5% (2018-05-04 11:12)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났습니다. 북한의 지도자가 남측을 방문한 것은 최초의 일이라고 합니다. 연초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원초적인 욕설이 오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평화분위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을 지경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휴전선이지만 여전히 38선을 통해 분단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해방 당시 미군과 소련군은 한반도의 북위 38도선 지점을 기준으로 남한과 북한을 나눠 남쪽은 미군이 북쪽은 소련군이 통치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끝내 지금의 휴전선이 설치됐습니다. 


두 정상의 회담 장면을 보면서 38.5%를 생각했습니다. 이 수치는 후원수당 상한선인 35%에 부가가치세 10%를 더한 것입니다. 38선과 마찬가지로 38.5%도 결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입니다. 38선이 생생한 현실의 선인 반면 38.5%는 좀 더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면서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선이기도 하지요. 38선이 남북분단의 상징이라면 38.5%는 다단계판매원에게 주어진 성장 한계선쯤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38선이 그어진 후부터 대한민국 사람들은 우리의 영토를 38선 이남으로 인식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 이북은 죽음의 땅이며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영토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남한의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 모든 인간 생활은 38선 이하로 한정됐습니다. 그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봉쇄된 채로 거의 80년 가까이 산 것이지요.  


투철한 반공교육을 받았던 50대 이상 세대들은 38선 이북에 대해 넘어갈 수는 없으나 언젠가는 합쳐져야 하는 우리 땅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아래 세대, 특히 청년들과 청소년들에게는 남의 나라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다단계판매원들은 38.5%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대부분의 경우 38선과 마찬가지로 없으면 좋겠지만 넘볼 수 없는 장벽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38선과는 달리 조금 특별한 용기만 가진다면 충분히 넘어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38선이 탄생한 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전 세계적인 혼란기였고, 이념적으로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첨예하게 맞섰습니다. 그러나 38.5%가 탄생한 것은 비교적 단순하고 명쾌한 이유였습니다. 암웨이라는 회사가 전 세계의 판매원에게 지급하는 수당의 평균치였기 때문이지요. 지금의 눈으로 본다면 좀 웃기는 이유이지만 다단계판매가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받아들여졌던 그 시절에는 암웨이야말로 진리라는 말과 이음동의어였습니다. 더구나 재팬라이프 등 피라미드 방식이 횡행했고 관련법규 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38.5%라는 수치는 일은 뼈 빠지게 하고 더 큰 보상은 요구할 수 없는 굴레 같은 것입니다. 왜 38.5% 이상을 지급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왜 아무도 그 너머의 더 넓은 세상을 궁금해하지 않는 것일까요?


비교적 참신하고 자유분방하게 사고하던 사람도 이 세계로 들어온 지 3년 여 만에 생각의 크기 자체가 38.5%로 쪼그라드는 장면을 목도했습니다. 이것은 결코 그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레비스트로스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1908년에 태어나 2009년에 사망한 프랑스의 파리대학교 민족학연구소장을 역임했던 사람입니다.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였던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인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적 규범을 수용하면서 인간이 된다”고 했습니다. 생각 자체가 38.5%로 축소된 그 사람은 다단계판매업계의 규범과 관행을 수용하면서 ‘호모다이렉투스’로 다시 태어난 것 뿐입니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38선 넘어 새로운 세상에까지 미치지는 못했으나 그 강고했던 벽을 부드럽게 하자는 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정상회담 이후 38선 너머에 있는 온갖 지하자원과 경제적 자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각 언론에서도 38선 양쪽에서 소모되는 분단비용이면 통일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38.5%가 무너진다면 온갖 사행성 마케팅이 창궐할 거라고 두려워합니다. 판매원의 몫을 더 챙기는 것이 사행성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기업의 몫만 챙겨온 것은 탐욕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족 같습니다만 지금 살아 있는 140여 다단계판매기업의 직급수당 자체가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입니다. 어떤 비즈니스도 사행성이 개입하지 않는 한 비전을 제시할 수가 없습니다. 목요일 오후에 분주한 사무실에 앉아 38.5% 너머에 있을 찬란한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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