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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심리학 (2018-04-27 00:00)

4월 27일은 <한국마케팅신문>에서 주최하는 골프대회가 있는 날입니다. 골프대회는 올해로 벌써 7회째를 맞이하는데요. 저 역시 호스트로 골프대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골프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골프는 2002년 봄에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했을 당시 학교에서 수업으로 골프를 신청해 1주일에 2시간씩 배웠죠. 물론 골프채나 골프화도 없이 훗날(?)을 위해 배워둘 필요가 있다 싶어 수강신청을 하게 됐습니다.

수업 전날 중고 골프숍에 가서 가장 기본이라는 7번 아이언을 하나 구매하고 수업에 참석했습니다. 코치에게서 기본자세와 그립, 스윙만 배우고 수업 때마다 100∼200개의 공을 쳤습니다. 이렇게 연습을 했어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 할리 만무했죠. 

한 학기를 마치고 아버지께 물려받은 골프채 세트를 갖춰 같이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과 바로 필드에 나갔습니다. 한국보다는 편하게 골프장에 갈 수 있었고 비용도 저렴했기에 겁도 없이 무작정 필드에 나간거죠. 흔히 필드에 처음 나가는 것을 ‘머리 얹다’라고 하는데 보통 잘하는 사람을 대동해 가르침을 받으며 첫 필드를 나가는 반면, 저는 고만고만한 친구들끼리 머리를 얹었습니다. 카트를 빌리고 3명이서 경기를 시작했는데 공은 셀 수도 없이 잃어버렸고 뒤에 기다리는 팀에 미안해 18홀이 아닌 9홀만 돌고 경기를 마쳐야만 했습니다.

솔직히 뛰고 몸으로 부딪치며 하는 운동을 더 좋아했기에 신사의 경기라 불리는 골프는 제게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처음 필드에 나간 이후 두 번 정도 더 필드에 나갔지만 영 적성에 맞지 않아 제 골프채는 집 한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고 10년 넘게 먼지만 쌓여 갔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주최하는 골프대회가 계획되고 저 역시 호스트로 경기에 나가야 한다니 처음엔 덜컥 겁이 났습니다.

10년 넘게 골프채도 안 잡아본 제가 경기를 하면 창피를 당할 것은 당연했고 같이 라운드를 하는 팀에게도 민폐를 끼칠 것이라는 압박감은 대회가 다가올수록 심해졌습니다. 대회 날, 어떻게 라운드를 마쳤는지 기억도 잘 안 나지만 확실한 것은 필드의 고운 잔디에 무수히 많은 구멍을 만들어 놨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첫 대회에서 민망한 모습을 보이고서도 골프에 대한 흥미나 오기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1년에 딱 한 번 골프채를 잡습니다. 실력은 당연히 늘지 않았지만 능청스러움은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는 라운드 전 캐디에게 제 실력을 미리 말하고 제가 속한 팀을 위해 이 한 몸 바쳐 다양한 몸 개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필드에서의 골프 실력은 형편없지만 우리나라 선수가 유명 대회에서 우승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통해 골프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유명한 선수들이 있지만 토미 볼트라는 선수에 대한 일화는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토미 볼트는 경기 중 실패나 실수에 대해 마치 온 세상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처럼 분노하는 거친 성격으로 악명이 높았던 선수입니다.

그는 1958년 US오픈에서 우승을 거뒀고, 53세가 되던 1971년 US PGA에서 또 한 차례 우승을 눈앞에 두었지만 화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스윙은 훌륭하지만 퍼팅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고, 1969년 사이프레스 크릭 코스에서 열린 US오픈에서 그는 퍼터를 연못에 집어 던지기도 했습니다. 그가 퍼터를 연못에 던지자 골프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들이 물에 뜨는 클럽을 만들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토미 볼트를 좋아했습니다. 그의 골프에 대한 말은 아직까지도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절대로 퍼터와 드라이브를 같은 라운드에서 부수지 마라.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퍼팅은 과민한 골퍼에게 0.6∼12m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2∼4번 정도 화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골프는 정신 건강에 좋다. 자기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나서 상대방을 미워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토미 볼트는 US PGA 투어 15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달성했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가 좀 화를 잘 참았다면 더 많은 우승을 달성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괴팍한 성격과 거침없는 감정 표현은 골프에서 마이너스로 작용되었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솔직한 면이 더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저 역시 형편없는 실력을 갖고 얼토당토 않는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이렇게 지면을 통해서 스스로의 민낯을 까발리는 것이 어쩌면 그의 일화를 듣고 적어도 골프에서 만큼은 솔직해 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지면의 해당 코너는 기자들의 칼럼을 자유롭게 적는 곳이지만 이번엔 개인적인 고해성사를 위한 곳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속 시원히 알리고 나니 다가올 골프대회에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라운딩을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압니까? 당일 뭐에 씌어 엄청난 플레이를 선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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