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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실 건가요?

  • (2018-04-20 10:59)

삶에는 매 순간 선택과 결정이 요구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사업도, 그리고 차가운 커피냐 따뜻한 커피냐를 고민하는 사소한 순간에도 말입니다. 이렇듯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언젠가 우연히 본 글 때문에 미망 속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모 포털 사이트의 회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지역신문에까지 보도됐다고 합니다. 

A씨라는 사람은 여동생의 소개로 한 여인과 사귀게 됐습니다. 그는 평소 헌신적인 성격이 몸에 배어있던 탓에 줄곧 ‘매너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습니다. 심지어 여동생조차 오빠 같은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을 정도였지요.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직장에 다니게 됐고, 여자 친구는 수험생활(아마도 공무원 준비를)을 했습니다.

여자 친구의 집안 환경이 넉넉하지 못해서 A씨는 학원비, 교재비, 데이트비 등은 물론이고, 자취를 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 직접 만든 반찬을 갖다 주기도 했습니다. 요즘과 같은 시기에 보기 드문 현부양부(賢父良夫) 스타일이었던 겁니다. 그러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마침내 여자 친구는 수험생활을 청산하게 됩니다. 여기에 겹경사까지 맞습니다. 아버지가 벌이던 사업이 제법 성공해서 집안 형편이 꽤 좋아진 겁니다. 여동생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누가 봐도 호불호 없는 준수한 외모를 가졌습니다. 게다가 주위의 환경까지 모두 다 웬만해진 겁니다.

그래서인지 선을 보라는 부모님의 권유가 잦았다고 합니다. 여자 친구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걸까요? 임용 6개월 만에 A씨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연애 8주년을 고작 한 달 남짓 앞두고 말이지요. A씨는 화도 내지 못하고,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 들였습니다. 여동생은 답답한 마음에 A씨를 나무랐고 전 여자 친구의 험담까지 했지만, 오히려 그는 그래도 사랑했던 사람이었으니 그렇게 말하지 말자며 여동생을 위로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보였지만, 그 역시 남몰래 방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A씨는 수개월을 방황하다가 결국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게 됐고, 연락처까지 모두 바꾸며 칩거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고, 2년 만에 합격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행히도 근무지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나 혼사가 오갈 정도로 관계가 발전하게 됐습니다. 그 덕분인지 전 여자 친구와 있었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A씨의 마음에서 잊히고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A씨의 여동생에게로 전 여자 친구의 모친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A씨가 연락처를 바꾸는 바람에 여동생에게 연락이 간 겁니다. 그 모친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놀랍게도 자신의 딸이 사고를 당해 오늘내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애타게 A씨를 찾고 있으니, 그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한 겁니다. 하지만 여동생은 겨우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간 A씨에게 또 다시 상처를 주는 것 같은데다가 왠지 모를 괘씸한 마음에 그 부탁을 거절하게 됩니다.

다음날에도 같은 용건으로 1시간마다 전화가 왔고, 딸이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게 해달라는 문자까지 여러 통 보내왔지만, 여동생은 철저하게 무시했습니다. 사고를 당한 전 여자 친구는 기적적으로 이틀을 버텼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A씨의 여동생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A씨와 이별한 뒤 제법 좋은 조건을 가진 남자와 결혼식을 올렸지만 2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고 합니다. 남편과 이혼한 후 문득 A씨가 생각났고, 그 뒤로 줄곧 그를 마음으로만 그리워했다는 겁니다.

여동생은 당장에는 전 여자 친구의 사고 소식을 A씨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몇 달 뒤에는 사실대로 털어놓았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여동생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여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여동생은 아무래도 마음이 찜찜했는지 모 포털 사이트에 자초지종을 털어놓고 시비를 가려달라고 청했습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잘했다’였습니다. 죽기 직전에 A씨를 만난다면야 본인들은 마음이 편하겠지만,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하는 A씨의 입장도 생각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같은 맥락으로, 죽음으로써 A씨를 저버렸던 죄를 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토록 헌신했던 A씨를 헌신짝처럼 내팽겨 친 것은 괘씸하다고도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의견도 있었습니다. 여동생의 판단이 ‘잘못됐다’였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어중이떠중이들이야 계산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이 판단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라는 겁니다. A씨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해야하는 기회를 여동생이 박탈했다는 이야깁니다. 게다가 숨겨야 할 심산이었다면 끝까지 함구해야했지만 결국 A씨에게 말을 꺼냈으니 여동생의 결정은 이도저도 아닌 게 됐다는 겁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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