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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돈 냄새 (2018-04-06)

그는 ‘사람냄새’에 대해 말했습니다. 비즈니스라는 것이 냉혹하기는 해도 적어도 사람끼리 이어지는 다단계판매에서만큼은 따뜻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다단계판매원 사이에는 몇 가지 불문율이 있습니다. 돈 거래하지 말 것, 판매원 간 연애하지 말 것, 술 미팅하지 말 것, 더치페이할 것, 포교하지 말 것 등등입니다. 업체에 따라 그룹에 따라 몇 가지 조항이 추가되기는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만 정리하자면 이 정도일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사람냄새란 적어도 술 한 잔 정도는 하면서 이런저런 세상얘기들도 좀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일하는 곳의 리더 판매원은 1년에 약 20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고 했습니다. 엄청난 액수지요. 그렇지만 그 리더는 위의 사항을 준수하면서 하위의 파트너들에게는 좀 박하게 군다는 것입니다.

돈을 벌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 일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돈을 벌면 벌수록 더 돈에 집착한다고 합니다. 마치 바닷물을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이 심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돈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사람에 대해서는 관심도 애정도 물러서게 되지요.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식으로 머릿속이 재구성되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다단계판매에 뛰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어려운 선택을 했을 겁니다. 사람냄새보다는 돈 냄새가 더 간절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번 후에 인간적으로 살기를 바라는 것은 좀 어려운 요구일 수도 있습니다.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자면 아주 많은 돈을 번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교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인간적인 것의 기준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간적인 것의 기준은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아주 많은 돈을 번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끝내 사람냄새 나는 사람이 아니라 냄새나는 사람으로 비치게 되는 거지요.

그렇지만 사람의 후각 능력은 저마다 개인차가 있고 각자 선호하는 냄새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냄새라고 해서 다른 사람도 싫어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전장에서 돌아오기 전 미리 전령을 보내 아내 조세핀에 씻지 말고 기다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냄새는 개인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가 원하는 사람냄새가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특별한 주제 없이 ‘사람들’끼리 둘러 앉아 술잔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고 ‘정스럽게’ 지내고 싶어 하는 심정만은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했지만 만약 그의 스폰서라는 사람이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좀 곤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드물게 술을 마시지 않고도 술을 마시는 사람보다 더 유쾌하고 즐겁게 보낼 줄 아는 사람이 있기는 해도, 술을 마시지 못하는 어떤 사람들은 술 마시는 행위 자체를 혐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술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행(蠻行)으로 치부되기 십상이었으니까요. 드물게는 술과 관련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므로 사람냄새와 술 냄새를 동일시하기도 곤란한 노릇입니다. 다만 1년에 2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하부에 모여 있을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과는 격의 없이 어울릴 줄 알면 더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합니다. 

물론 그 리더의 말을 들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고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듣게 마련이니까요.

어쨌거나 사람에 목말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발견이었습니다. 사업의 진척 여부를 떠나 인간적으로 진척되어 간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 될까요?

이 땅의 다단계판매원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따뜻할 수는 있겠지요. 인간적이라는 말은 결국 체온을 나눌 줄 안다는 말일 테니까요. 36.5℃의 인간 약 800만 명이 다단계판매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체온을 모두 더한다면 약 2억 9,000만 ℃가 됩니다. 우주의 모든 것을 녹일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그 두 사람도 서로 뜨겁게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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