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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병가지상사 (2018-03-23 10:17)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의 역사책인 <당서(唐書)> 배도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배도는 당나라 중기의 재상으로서 큰 활약을 펼친 중신입니다. 이 말은 전쟁을 직업처럼 일삼고 있는 병가로서는 이기고, 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뻐하지도 낙심하지도 말고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태연한 생각과 앞으로의 대책에 보다 신중을 기하라는 뜻으로, 격려와 분발을 전하는 말입니다. 특히 전쟁에 패하여 낙심하고 있는 임금이나 장군들을 위로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말이기도 하지요.

여느 옛날 역사 기록에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유독 위, 촉, 오 3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편찬된 <삼국지>에 등장하는 위나라 장수 하후돈의 일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하후돈은 위나라의 시조인 조조의 심복이었습니다. 그는 소싯적부터 과격한 성격으로 자신의 스승을 욕보인 자를 맨손으로 때려 죽인 적도 있다고 합니다. 패기가 넘치는 성품을 지닌 하후돈은 용맹한 무장으로 성장했고, 조조의 신임을 얻어 훗날에는 최고의 장군인 대장군 자리에 봉해지기도 합니다. 


또한 조조를 따라 여포 정벌에 나섰다가 왼쪽 눈에 화살을 맞고, 눈알을 빼낸 뒤 삼킨 적도 있습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을 버릴 수 없다는 주옥같은 멘트를 남기고 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위, 촉, 오 세 나라를 통틀어 가장 어마어마한 충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그가 조조의 휘하에 머물며 겪은 전투에서의 가장 큰 패배는 박망파 전투였습니다. 이 전투에서 하후돈은 10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촉나라 유비군과 맞서기 위해 박망파로 향했습니다. 당시 유비의 군사는 4,000명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지요. 애석하게도 이 때는 유비가 삼고초려로 제갈공명을 스카웃했던 시기였습니다. 뛰어난 슬기와 계략을 지닌 지략가 제갈공명의 첫 고객이 마침 하후돈이었던 겁니다.


하후돈이 아무리 용맹하다지만, 제갈공명의 지략을 따라갈 수는 없었지요. 크게 패배한 하후돈은 스스로를 포박하며, 조조에게 목숨을 끊어달라고 간청합니다. 이때 조조가 말한 이야기 역시, ‘승패는 병가지상사’였습니다. 만약 이날 하후돈이 조조에게 용서받지 못했다면, 아니 조조가 하후돈을 용서하지 않았다면, 훗날 대장군에도 임명되지 못했을 겁니다. 하후돈은 박망파 전투 이후 오히려 더 큰 공을 세우기 시작했고, 조조의 남다른 신망을 얻게 됩니다. 심지어 조조의 침실에 유일하게 출입이 자유로웠던 장수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이 주군의 드넓은 아량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이야기하면 모든 일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는 있게 마련이고, 결과야 어찌됐든 ‘그럴 수도 있지’라는 겁니다. 


이 말은 싸움터에 나가는 장수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직업에 인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문구입니다. 판매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장수에게 있어서 결과가 승리와 패배라면, 판매원에게 결과는 물건을 판매하느냐 마느냐 입니다. 여기서 더 유연하게 생각해보면, 물건을 많이 파느냐 적게 파느냐가 결과가 됩니다. 물건을 많이 판매한 판매원은 그만한 수당을 받고, 기업의 매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매출상승이 기업 입장에서의 승리의 결과라고 한다면, 그 승리를 이끈 주역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실상은 많은 판매원들이 현재 전투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적이 예년만 못하다는 겁니다. 특히나 작년 같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고 하소연합니다. 가상화폐 때문이겠지요. 아마도 판매원들에게는 제갈공명의 등장보다 더 큰 공포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 이유로 자책하며 스스로를 포박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져본 놈이 이기고, 이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주로 진 데 있다는 이야기처럼, 물건을 팔고 못 팔고에 대해서 판매원 스스로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못 파는 것에서 판매원들은 파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또 언제나 실수하게 마련입니다. 그 실수에서 조조의 관용과 같은 은혜를 입기도 합니다. 이런 일상다반사에서 미래를 배우는 겁니다. 


심지어 푸른 바다의 전설 이순신 장군도 패배한 경험이 있습니다. 동방으로부터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유럽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징키스칸도 패배했고, 유럽을 지배한 나폴레옹 역시 패배했습니다. 오히려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오만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누가됐든, 또 어떤 위기의 상황이 닥쳤든 너무 근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패배의 경험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본인의 자산이 됩니다. 지고 있다면, 이제 어떻게 일어서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이니까요.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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