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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와 업계 (2018-03-16)

그리스로마 신화에 관심이 있거나 영웅전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테세우스를 잘 알 것이다. 헤라클레스에 비견될만한 아테네의 대표 영웅인 테세우스는 크레타 섬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와 관련된 ‘테세우스의 배’라고도 불리는 한 가지 철학적인 질문이 있다.

이 역설은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귀환한 테세우스를 사랑한 아테네인들이 그를 너무나 추앙한 나머지 그의 배를 보존하기 시작한 데서부터 시작한다. 아테네인들은 정성으로 배를 돌봤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배인 이상 판자는 썩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테세우스의 배가 썩어서 없어지는 일이 없도록 낡은 판자를 떼어내고 더 튼튼한 새 판자를 그 자리에 대신 끼워 넣었다. 커다란 배에서 작은 판자 한 조각을 갈아 끼웠더라도 이 배가 테세우스가 타고 돌아왔던 그 배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한 번 수리한 배에 다시 판자를 갈아 끼우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종국에는 원래 테세우스 배의 나무판자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배는 과연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할 때마다 이 테세우스의 배 역설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새 조직이 돋아나 통칭 때라고도 불리는 내 낡은 얼굴 피부를 벗기는 작업에 열중하다보면 나는 과연 어제의 나와 같은가를 고민하게 된다.

사람의 세포 대부분은 6개월이 지나면 대부분 교체된다고 한다. 얼굴이나 몸처럼 보이는 부분이 아니더라도 내가 모르는 사이 내 몸 안에서는 세포의 사멸과 생성이 끊임없이 반복되는데 과연 무엇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일까. 그렇게 변하다 보면 언젠가 카프카의 <변신>처럼 아침에 일어났을 때 파리로 변한 내 자신을 발견하고서도 나는 나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럿 있지만 나는 작은 변화라고 하더라도 한 번 바뀌었다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작은 변화가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헌 가죽이 헤어져서 뚫렸을 때 그를 보수하기 위해 어설프게 새 가죽을 덧댄다면 아주 작은 차이라고 하더라도 장력이 강한 새 가죽이 헌 가죽을 당기면서 결국 전부 다 못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직인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만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새롭게 들어온다면 조직은 순식간에 변화하게 된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새로운 인사발령이 꽤 많았다. 김상조 위원장이 새로 공정위원장이 임명됐다거나 특수판매공제조합 신임 이사장에 유재운 이사장이 추대되기도 했으며 한국 다단계판매에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한국암웨이의 대표이사가 김장환 대표이사로 변경되는 등 조직에 하나둘씩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더니 국지적으로나 대대적으로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혁신의 시대를 맞이해 빠르게 진화하는 세태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테세우스의 배 역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회계약론을 주창한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무어는 이 질문을 한 번 더 꼬아서 되물었다. “테세우스의 배에서 판자를 하나씩 갈아서 끼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배를 배1이라고 하자. 그런데 테세우스의 배에서 교체되어 버려질 낡은 판자들을 버리지 않고 그걸로 다시 테세우스의 배와 똑같이 생긴 배를 만들어 배2라고 부르자. 배1과 배2, 배 두 척이 생긴 셈이다. 그렇다면 둘 중에 테세우스의 배는 무엇인가?”

배1과 배2 모두 테세우스의 배라거나 배1만이 혹은 배2만이 테세우스의 배라는 답도 가능하고, 배1과 배2 모두 테세우스의 배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으며 논지를 바꾸어 형이상학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어느 답이든 두통을 일으킬만하다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지자와 장고의 합병은 아마 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질문과 닮은 바가 적잖이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은 깔끔하다고 하기에는 꽤 어려워서 합병한 지자의 임직원들이 합병 당한 장고의 임직원들에게 자리를 뺐기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장고의 임직원으로 채워진 지자는 과연 전과 같은 지자인가? 그리고 원래 지자의 임직원을 무엇이 되는가?

업계 내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합병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은 아니다. 어찌됐건 배가 두 척이나 생긴 것처럼 1+1과 같이 회사 자체의 규모의 증대로 나눌 파이가 커진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삼가 주의하여 두 회사의 장점을 살리고 마찰을 최소화하고 화합의 힘을 불어 넣지 못하면 죽도 밥도 아니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테세우스의 배의 판자마다 인격이 있고 말을 할 수 있다면 정감 가던 자신의 자리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투박한 손에 저주하는 말을 퍼붓지 않았을까.

배를 보존하고 싶은 아테네 시민의 입장만을 생각하기보다는 판자 하나하나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 조직을 이루는 판자가 무생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격체이기 때문에...


 
신준호 기자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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