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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와 코인, 위험한 동거 (2018-03-09 10:38)

“새로운 돌파구… 해외 진출도 용이”

“기름으로 불 끄려는 격… 규정 준수해야” 반대의견도

가상화폐 열풍으로 위기를 맞았던 업체들이 가상화폐를 도입해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후원수당 상한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후원방문판매업체에서 시작돼 점차 다단계판매업체로까지 확산되는 형국이다.

이들 업체 중에는 상장된 코인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상장여부가 불투명한 해외발행 코인이나 블록체인 기술적용 여부가 의심스러운 자체 개발 코인을 지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판매원들은 상장과는 상관없이 코인 지급 정책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다단계판매업체 중에서도 가상화폐를 장착했거나 장착을 시도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5년부터 후원방문판매업을 해오고 있는 G사는 최근 중국에서 발행한 P코인과 한국에서 발행한 A코인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건강식품을 주로 판매해오던 이 업체는 회원 중의 상당수가 가상화폐 피라미드 기업으로 옮겨가자 회원단속을 고심하다 이같이 결정하고 회원가입 시점에서 매출 규모에 따라 일정량의 코인을 제공한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코인 가격이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거래소에 상장하게 되면 고소득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에 기존 회원들도 반기고 있고, 코인 지급소식을 접한 신규 회원 영입도 대폭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다른 후원방문판매업체 S사는 회원들이 출근할 때마다 자체 개발한 코인 500개를 지급한다. 매출이 발생할 때도 1만 원 당 100개의 코인을 지급하면서 판매원들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 업체의 관계자는 “사실 이 코인이 상장될지 안 될지는 우리도 잘 모른다”면서 “단지 회원들이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코인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들 또한 “전 세계가 가상화폐로 들썩이는데 나도 코인을 갖고 있다는 것은 득실을 떠나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았다는 묘한 안도감을 준다”며 “어차피 공짜로 생긴 코인이니까 전체적으로 가격이 폭락했다고 해도 느긋할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후원방문판매업체는 가상화폐 채굴기 한 대를 구입하면 한국 돈 20만 원 상당의 상장된 코인을 지급한다. 그러나 이 업체에 등록하는 판매원들은 채굴기를 보유하기보다는 채굴하지 않더라도 매달 같은 금액을 수당명목으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한다.

한 판매원은 “어차피 모든 가상화폐는 시간이 갈수록 채굴량이 떨어지게 마련이므로 채굴기를 보유하기보다는 2년에 걸쳐 매달 일정량의 코인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상품을 거래하지 않고 금전만 오가면서 일정액을 지급하므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다단계판매업체 중에서도 정책적으로 가상화폐를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늘었다. 모 업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사차원에서 채굴기를 구매해 채굴을 이어오고 있다. 채굴된 가상화폐를 회원에게 지급하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으나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업체의 대표는 “매달 일정량의 코인이 채굴되고 있고, 채굴 즉시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매출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을 구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역시 가상화폐 채굴기 구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업체의 대표는 “다들 가상화폐를 부르짖고 있고 가상화폐 피라미드로 빠져나가는 회원들도 많다”면서 “어차피 회원을 빼앗길 거라면 직접 가상화폐를 채굴해 보너스로 지급하는 것이 가상화폐의 공격을 가상화폐로 막아내는 셈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한 업체는 미약하게 진행되고 있는 해외사업을 보다 규모 있게 추진하기 위해 자체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 업체는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즉시 에어드롭(항공기를 통해 농약을 살포하듯이 불특정 다수에게 선물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각국의 소비자에게 뿌린 다음, 국제 거래소에 상장하고 해당 코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비교적 실현 가능성이 높지만 방문판매법을 해석하기에 따라서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어서 고민 중이다.

이 업체의 대표는 “이런 방식이면 해외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은데 방판법을 어떻게 적용할지 의문”이라면서 “만약 불가능하다면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가상화폐를 도입하려는 업체가 늘어나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단계판매업계는 지금 전쟁을 치르는 중”이라면서 “새로운 적군이 나타나면 그에 맞는 새로운 무기로 대항해야 하는데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다단계판매만 해도 부정적으로 비치는데 거기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상화폐를 얹는다는 것은 기름으로 불을 끄려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좀 불편하고 답답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어차피 모든 업체가 똑같은 조건이므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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