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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桑田碧海) (2018-03-09 10:33)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바뀌는 걸 상전벽해라고 합니다. 기껏해야 1백년을 사는 사람이 상전벽해의 현장을 목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텔레비전을 통해 히말라야 고원지대에서 소금을 캐는 사람을 보고는 합니다.

실제로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에베레스트 산도 옛날에는 바다였다고 합니다. 만약 에베레스트 산이 바다였을 때 살았던 사람이 만년설로 덮인 산을 본다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전벽해라고 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헛것을 본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된 것 같다고도 했지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이야기입니다. ‘갑질의 종가’로 악명 높았던 한국특수판매공제합이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 친절모드로 돌아서는 바람에 회원사들이 오히려 당혹스러워 하는 모양입니다.

지난 2월 28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정기총회가 서울시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못해 참석해야 했던 회원사들은 입구에서부터 90도로 허리를 꺾는 임직원들을 마주하고 몸 둘 바를 몰랐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말투에서부터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아주 교육을 잘 받은 집안의 자제들을 방불케 했다는 겁니다. ‘돈 뜯기고 뺨 맞는’ 역할에 익숙했던 회원사들로서는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언제까지 갈까?’하고 의심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코미디 같기도 하지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이러한 변신(?) 변질(?) 변화(?) 변모(?)는 새 이사장이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장교 출신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기아자동차그룹, 대형 법무법인의 고문을 거친 유 이사장의 행보는 사실 좀 의외입니다. 상명하복의 수직체계가 분명한 조직을 잇따라 거쳤고 대기업의 이사, 좀 으스스한 느낌의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이력만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고객 친화적인 정책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가장 먼저 바뀐 것은 회원사로 보낸 공문이었다고 합니다. 내용이라야 뭐 별 거 있었겠습니까마는 어투가 아주 공손해졌다고 합니다. 사법기관의 취조문이나 군대의 전통문 같았던 공문이 연애편지처럼 바뀌었다고 너스레를 떠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그간의 ‘조합살이’가 힘들긴 했던 모양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판매원 입장에서도 공제조합은 필요악(必要惡)입니다. 필요악이란 없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회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요구되는 악을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제조합은 필요성보다는 악행으로 더 이름이 높았습니다. 특히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은 직접판매공제조합과 비교되면서 B급 취급을 받아왔던 게 사실입니다.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조직원의 운명도 달라집니다. 유 이사장은 부임 후 임직원들의 스펙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여느 대기업의 임직원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스펙을 지닌 그들이 왜 업계에서 B급으로 취급을 받아야 했는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좀 어색한 비유이기는 해도 지금의 문재인 정부를 보면 어느 정도 원인을 유추할 수가 있습니다.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충성했던 고위직 공무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를 받게 된 것은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리더의 잘못입니다. 그들은 그저 주군에 충성했을 뿐인데 정상적인 세상에서는 범죄가 되고 간신이 돼 버린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그동안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임직원들 역시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업계의 눈에는 부적절하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부하를 선택할 수는 있어도 보스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이순신의 부하가 되고 싶다고 원균의 부대를 이탈한다면 그는 탈영병으로 전락하게 되는 이치지요. 그야말로 부하의 운명이란 복불복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요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분위기가 아주 유연해졌다고 합니다. 격의 없는 토론이 오가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경직된 조직에서는 경직된 정책과 더 딱딱하고 모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하면 꽤나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지요.

그동안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가장 큰 문제는 고객응대 방식이었습니다. 친절하지 않기도 했지만 분명히 하지도 않았습니다. 책잡히지 않는 것이 목표였을 테니 그럴 만도 했지요. 주먹질은 뼈를 부러뜨리지만 말은 심장을 찢어놓는다고 합니다.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찢어놓았습니다. 그래 놓고도 이사장을 포함한 누구도 그런 줄을 몰랐습니다.

섣부른 기대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그 찢어졌던 가슴들이 치유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봅니다. 유재운 이사장이 가리키는 손가락이 회원사들이 바라는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뒷걸음질에만 익숙했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 비로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것 같습니다. 그들의 전진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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