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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세상이야기 (2018-02-23 09:55)

자부심의 두 얼굴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라는 말이 있다. 해병대를 나온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며 큰 고생을 겪은 것을 자부심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해병대는 전부 자원으로 이루어지는데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임에도 지원자가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자부심 때문인지 내부 가혹 행위가 용인되거나 기수를 따져가며 경례를 강요하기까지 하는 등 자부심이 부정적으로 변질되는 일도 빈번하다. 자부심이 가진 부정적인 측면과 함께 마케팅으로 이용했을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똥군기’와 ‘갑질’로 둔갑

대학 입학철에 접어들면서 몇몇 새내기들은 술자리에서 치룰 신고식과 같은 선배들의 ‘똥군기’를 걱정한다. 군대식 말투, 술자리, 복장, 집합 등을 강요받아 스트레스를 받았다던 사람들의 모습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해외 대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13년 뉴욕시립대 버룩 칼리지 내 학생 클럽 ‘파이 델타 싸이(Pi Delta Psi)’에서는 가혹한 신고식으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 일도 있었다.

신고식과 같이 불합리한 악습을 따르는 것은 ‘노력 정당화 효과(Effort Justification Effect)’의 영향을 받은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노력 정당화 효과란 자신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거나 큰 고생을 한 일에 대해 의미가 없거나 적을지라도 더 높은 가치를 매기려는 심리적인 현상을 뜻한다. 노력 정당화 효과의 영향 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고생해서 입학한 대학,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가입한 동아리 등에 자부심을 가져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그 조직에 헌신하게 된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Elliot Aronson)과 저드슨 밀스(Judson Mills)는 “엄청난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뭔가를 얻은 사람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같은 것을 획득한 사람보다 그것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원리에 따라 신고식이 가혹할수록 조직에 대한 신입회원의 헌신이 월등히 높아지기 때문에 대학 당국이 금지하더라도 가혹한 신고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54개의 부족 문화에 대한 연구에서도, 가장 극적이고 가혹한 입회 의식을 치르는 부족들의 내부 결속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Elliot Aronson)

 
노력 정당화 효과는 MBA 과정을 졸업한 졸업생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MBA 졸업생들은 특히 학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데, 이는 MBA 과정에서 학점을 받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밤을 새고, 매주 시험을 준비하는 혹독한 시련을 날들을 다른 과정에 있는 학생들보다 더 많이 경험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내주는 과제가 유용한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고 오로지 졸업장만이 노력의 결실과 자부심으로 남아 아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 역시 노력 정당화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피나는 노력을 통해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에 대해 사회적인 인정을 받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일부는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그 자신이 인정받고 대접 받으려 해 ‘갑질’ 피해가 발생한다. ‘내가 어떻게 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는데’, ‘내가 어떤 사람인줄 알아!’라는 생각은 자칫 자신은 특별한 존재이며, 따라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대접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파는 마케팅
흔히 사람들이 편리함만을 뒤쫓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자신이 들인 노력과 시간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이 유독 맛있게 느껴지거나 오랜 시간에 걸쳐 창작한 작품을 걸작으로 본다는 것이다. 

북유럽 최대 가구 업체인 이케아(IKEA)의 카탈로그에는 ‘고객이 왕으로 대접받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궁전 전체의 비용을 결국에는 함께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식의 궁전을 없애고 고객을 왕으로 떠받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제 고객이 직접 일해야 할 때입니다’라는 문구까지 덧붙이며 의도적으로 고객이 수고를 들이도록 했다.

카탈로그에 걸맞게 이케아의 가구는 손이 많이 간다. 직접 매장으로 차를 끌고 가 원하는 제품을 선반에서 꺼내는 것부터 시작해 제품 설명서를 읽고 직접 조립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보자가 조립한다면 꽤 오랜 시간 애를 먹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케아는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미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벨기에, 체코, 아랍에미리트, 중국, 러시아, 일본, 터키, 태국, 대한민국 등 세계 35개국에 253개의 매장이 있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듀크대학교 댄 애리얼리(Dan Ariely) 교수의 연구팀은 3가지 실험을 통해 그 이유를 찾고자 했다. 총 52명의 대학생이 참여한 첫 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수납 상자를 조립하도록 했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완제품 상자를 주고 살펴보게만 했다. 그 후 상자가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1점부터 7점까지 점수를 매기고 수납 상자를 경매에 올릴 최소 금액을 적게 했다. 실험 결과 직접 상자를 조립한 학생들은 평균 0.78달러의 금액을 적어낸 반면 상자를 단순히 보기만 한 학생들은 평균 0.48달러의 금액을 적어냈다. 또한 상자의 선호도에 대해서도 직접 조립한 학생들은 평균 3.81점을 준 반면 조립하지 않은 학생들은 평균 2.50점을 주었다.

두 번째 실험에는 총 118명의 학생이 참여해 둘씩 짝을 지어 각자 헬리콥터, 새, 개, 오리 모양의 레고 중 하나를 조립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레고와 상대방이 만든 레고에 각각 경매 입찰 금액을 적게 했을 때 학생들은 자기가 만든 레고(0.54달러)에 상대방이 만든 레고(0.33달러)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서 냈다.

마지막 실험에서는 39명의 참가자들에게 다시 한 번 이케아 수납 박스를 조립하도록 해 절반의 학생들은 조립하기 전 마지막 두 단계를 남겨두고 조립을 멈추도록 했다. 이후 상자를 얼마에 사겠는지 질문했을 때 평균적으로 상자를 끝까지 조립한 학생들(1.46달러)이 완전히 조립하지 못 한 학생들(0.59달러)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 듀크대학교 댄 애리얼리(Dan Ariely) 교수

 
이와 같이 불편함을 기꺼이 수용하고 자기가 만든 제품에 높은 만족도와 강한 애착을 가지는 성향을 가지며, 품질과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노동이 들어간 제품을 더 낫게 여긴다는 것을 노력 정당화의 일종인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고 한다.

이케아 효과는 마케팅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응용될 수 있다. DIY나 홈메이드 등의 트렌드 역시 이케아 효과에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케아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려 소비자에게 너무 어려운 수준의 과제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의 도전적인 과제와 불편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조리 간편식(Meal kit)’ 시장이 이를 잘 반영한 대표적인 예다. 하나의 메뉴를 만드는 데 신선재료 외의 모든 재료가 들어 있어 요리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과 수고를 동시에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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