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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같은 소리하고 있네" (2018-02-09 09:51)

이제는 누구도 방문판매법을 믿지 않는다.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애받지 않는다. 방문판매법의 진짜 문제는 고치고 손을 봐야한다는 게 아니라 법률로서의 역할이 거의 종료됐다는 데에 있다. 이것은 수당지급률 인상에 목마른 800만 다단계판매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대형 다단계판매업체 5~6개사를 제외한 군소 업체의 입장에서도 방문판매법은 법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막 시작하려는 업체에게 부과되는 공제조합의 무게는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업체의 대표들은 말한다. 공제조합이라는 것은 조합사의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개개의 기업에 부과되는 짐을 덜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조합가입으로 혜택을 본다고 하지 않고 당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

공제조합 자체의 문제도 작지 않지만 공제조합의 작동원리를 만든 것은 방문판매법을 비롯한 다수의 관련 규정이다.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라는 말이다.

모 업체의 대표이사는 최근 밀려드는 반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에 판매했고, 판매에 따른 수당까지 지급된 시점에서 발생한 반품이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휴일을 제외한 3일 안에 환불을 해줘야 한다. 지급된 수당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을 통하거나 판매원의 선의에 의지해야 한다.

지금 방문판매법 밖에서는 해외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 이미 10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다는 tps138을 필두로 말레이시아 국적의 엠페이스를 비롯한 유사수신형 업체들. 그리고 미국에 본사를 두고 해외직구를 통해 다단계판매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까지.

이제는 한국의 기업가와 판매원들도 방문판매법 바깥의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방문판매법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는 경영능력보다는 배짱과 깡다구가 성패를 좌우한다. 말 잘 듣는 가축으로 굶어죽기보다는 하다못해 썩은 고기라도 뜯어볼 기회를 원하는 것이다. 이들 기업에게 방문판매법은 자신을 보호해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감옥이며 형틀이다.

법이 법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상벌이 명확해야 한다. 갑갑하고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을 지켰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거나, 그 법을 지키지 않은 자들에게는 그만한 형벌과 고통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방문판매법은 그것을 지키려는 자에게만 유독 가혹하다. 그 누구도 방문판매법의 운용이 그것의 제정 취지에 부합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공무원들의 단속실적을 제공하기 위해, 그들의 의견에 반하는 기업들을 길들이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발단은 기업의 생리라고는 모르는 월급쟁이들이 일생일대 사활을 걸고 사업을 결정한 기업가들을 관리하고 감독하겠다는 발상에 있다. 기업가들에게는 피가 마르는 하루하루가 그들에게는 퇴근만 기다리는 지루한 하루하루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업체 관계자들은 새해 들어 많게는 50%, 적어도 30% 이상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피라미드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그 누구도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그저 회사차원에서 코인은 나쁘다는 식의 교육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순자(荀子)에 이은 법가의 종조 한비자는 “법이란 지키면 상을 받고 명령을 어기면 처벌받아 상과 벌이 분명하게 시행된다는 사실을 백성들이 마음으로 믿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백성들은 이렇게 말한다. “법 같은 소리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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