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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믿지 마세요 (2018-02-09 09:47)

SNS를 하다가 우연히 신기한 애플리케이션 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이 앱은 탈의를 한 상태에서 자신의 상반신 사진을 찍은 뒤, 특정 기능을 사용하면 뭉글뭉글했던 몸에서 식스팩을 가진 ‘몸짱’으로 바뀌는 마법이 일어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피부톤을 조정하면 복근에는 구릿빛이 띠게 됩니다. 상상만으로도 멋진 일입니다. 몇 번의 손짓만으로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 되는 겁니다.

언젠가 친구와 함께 시내에 나와 소주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소주 4병을 기웃거리던 순간, 친구 녀석이 ‘아는 동생들을 잠깐 불러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우연히 저희 근처를 배회하고 있던 찰나에 친구와 연락이 닿았던 겁니다. 동생들의 간단한 호구조사를 마친 뒤에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습니다. 그들은 두 여인이었고, 10분 남짓 머물렀습니다. 고추밭에 코스모스가 피어난 듯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문제는 다음날이었습니다. 당시 취기가 오른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의 얼굴이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제 휴대폰에는 낯선 여인의 번호가 저장돼 있었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보았습니다. 평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신념이 그 순간 기지를 발휘했던 겁니다. 어쨌든 그녀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 상당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무릇 사람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지만, 10분 동안 담소를 나눈 것 이외에는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수려한 외모만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상형이었습니다. 호감을 갖고 그 이후로도 연락을 주고받다가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마침내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온 겁니다. 그런데 식당에 도착해 약속 시간에 다다랐던 순간, 웬 모르는 여인이 말을 거는 게 아닙니까? 분명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저를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취중에 만났던, 제 이상형이었습니다.

그간의 사정은 모두 거두절미하면, 지금은 그 친구와 지기지우의 다정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바뀌지 않는 프로필 사진의 출처에 대해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는 그 사진에 대해 ‘인생샷’이라고 칭하면서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앱을 소개했습니다. 인생샷은 인생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제법 잘나온 사진을 말합니다.

물론 그녀의 실제 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렇다고 외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굳이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프로필 사진을 내걸었던 이유가 궁금했던 겁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자기만족이라는데,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인지 다른 사람의 선망에 목말랐던 건 아닌지 헷갈렸습니다. 프로필 사진은 모두가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문득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생각납니다. 그의 작품을 떠올려보면, 유독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이 생각납니다. 고흐는 절친한 사이였던 폴 고갱과 성격차이로 빈번하게 다투자 홧김에 자신의 귀를 잘라냈습니다.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려냈습니다. 귀가 잘린 모습을 자화상에 담기도 했습니다. 만약, 고흐가 자신의 그림을 온전한 귀로 붓질했다면 어땠을까요? 뛰어난 작품성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아마 저라면 고흐에 대한 구미가 덜 당겼을 겁니다.

다단계업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컨벤션, 세미나 등에 참석했던 업계의 관계자들이라면, 주차장에 ‘억’ 소리 나는 자동차가 주차돼 있는 모습을 봤을 겁니다. 어마어마한 그 광경을 처음 목격한 사람들이라면 이 업계에 대한 환상이 생기겠지요. 그런데 환상으로 빚어진 그 위상을 보존하기 위해 일부러 자동차를 빌려서 오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지나친 과시욕과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업계의 모습이 반영된 현상일까요?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본연의 모습을 숨기면서까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행복해지고 싶은 걸까요, 그런 척 하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제가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곰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곰으로 살다가 죽는다는데, 왜 오직 인간만이 내가 아닌 누군가를 흉내 내기 위해서 살다가 죽는 것일까요? 왜 ‘나’이면서 내가 아닌 나의 모습을 짝사랑 하려는 걸까요.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을 때의 그 공허함을 모르는 것일까요? 확실한 건 뒷감당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라는 겁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입니다. 그들은 초록빛이 감도는 들판과 파란 하늘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흰색 구름 같은, 있는 그대로의 여러분을 사랑했습니다. 자신마저 속이는 카멜레온이 되지 마세요. 여러분은 있는 그대로 충분히 눈부십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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