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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8년 미리보는 트렌드③> 인적쇄신으로 새 물결 일으켜야 (2018-01-19 11:22)

성패의 열쇠 판매원… 보호장치에는 구멍

사회전반에 만연한 다단계판매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판매원 자신보다는 주변의 기관단체에 의해 조작된 혐의가 짙다. 공무원 또는 그에 준하는 사람들의 공명심과 성과주의, 무사안일이 빚어낸 가장 큰 폐단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를 감수하고 다단계판매업계에 입문하려는 기업은 각종 규제를 수용하고 관련 법규를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다단계판매라는 영역으로 진입한 직후부터는 외풍 또는 외압으로부터 보호받는 울타리가 아니라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감옥에 갇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감옥에 갇힌 이상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힘이 센 사람이라고 해도 가장 허약하고 비루한 교도관을 이길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업계 리더, 임기에 떠밀려 보내는 일 없어야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똑같은 일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우리 업계의 한 공제조합은 그야말로 ‘갑질’의 표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들의 해악은 이미 공제조합에 가입한 업체는 물론이고 가입하려는 업체에까지 두루 미쳐왔다.

아예 가입원서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가입하기 위해서는 사무실, 직원, 제품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공지한 후 가입불가를 통보함으로써 막대한 재산손실을 입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진행된 것이 아니라 구두로, 졸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는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조합의 직원들을 대거 교체함으로써 전문성까지 상실하는 바람에 기업들의 당면한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민원인의 제보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에 따라 비호 또는 결탁 의혹까지 불거진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새해를 기대하는 것은 이 조합의 수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으로 이 업계를 모르지 않고 대기업 근무 경력까지 갖춰 업무에 효율성을 더하고 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것이라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인적 적폐를 쇄신하지 않는 이상 조합의 면모가 새로워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차례 지적돼 온 소비자 응대는 어떤 식으로든 개선할 수 있어도 업무 능력은 하루아침에 배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 출신도 받아 봤고, 학자 출신의 이사장도 받아봤는데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면서 “지금의 이사장도 초기의 의욕을 임기 후반까지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공제조합사의 관계자는 “2년 임기에 1년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한 정관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누가 이사장이 되든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임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으나 현 이사장의 적극적인 행보를 직접 목격하면서 정관에 얽매여 일할 줄 아는 이사장을 보내야 하는 것은 업계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사장의 임기를 능력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10만 명이 훨씬 넘는 조직을 지휘했고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경호처장을 역임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업계가 모실 수 있는 가장 중량급 인사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다단계판매업계의 구성원이 됐다는 점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임기연장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자질•인성 미달 경영자 퇴출해야
다단계판매의9할은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경영자의 자질은 판매원이 이루어낸 성과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들어 몇몇 다단계판매업체에서 리더 판매원의 자격을 정지하거나, 자격 요건을 임의로 변경하면서 경영자의 인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업체의 경영자들은 자신의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게 아니라 창립자와의 개인적인 인연이나 직전 경영자에 대한 음해와 비방을 바탕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의 경우에는 한국의 사정에 어두울 뿐만 아니라 한국인 경영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실인사를 단행하기 쉽다.

이처럼 정실인사가 횡행하게 된 데는 부족한 인재풀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한민국 다단계판매의 1세대와 2세대까지만 해도 본격적인 경영자 교육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후로는 경영수업에 관한 명맥이 끊기면서 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비인간적인 업계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단계판매업계가 요구하는 경영자상은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귀한 줄 알고, 그 사람이 이룩한 업적을 자신의 그것으로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기실 다단계판매업계의 경영자란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기보다는 리더판매원의 능력에 편승하는 사례가 많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수업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야전에서 사람들을 규합하는 일과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1, 2세대 경영자와는 달리 3세대로 내려오면서 술수를 통해 경영권을 획득하기는 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는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임직원 중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제조합이나 그와 유사한 채널을 통해 신분을 조회하고 인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 자체가 탐욕으로 눈이 가려졌을 경우에는 뚜렷한 방안은 없다. 상반기 중 한국지사 설립이 유력한 모 기업은 대한민국의 법규를 준수하겠다는 지사장 후보 대신 매출신장을 자신한 사람을 경영인으로 낙점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의 많은 관계자들은 이 업체가 성장하더라도 여러 가지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분쟁이 발생하면 발생할수록 다단계판매에 관한 이미지는 나빠지게 마련”이라면서 “매출도 중요하지만 상식이 허용하는 규범 안에서 (매출을)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임원이 경영 능력은 없으면서 몇몇 리더 판매원과 결탁해 지사장을 음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불량 임직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도 다단계판매시장을 건전화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판매원 보호 방안 마련해야 업계 안 떠나
다단계판매 성패의 열쇠는 판매원이 쥐고 있다. 얼마나 유능하고 상식에 부합하는 판매원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는 명백하게 나뉜다. 많은 사람들은 최근 들어 판매원들이 영악해졌다고 말한다. 한 회사에 모든 것을 걸었던 과거와는 달리 문어발식으로 여러 회사와 접촉하면서 금전적인 이득을 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일정한 무리를 지어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들을 대놓고 비난할 수 없는 것은 이들 중 대다수는 한 번 이상 기업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판매원과 기업 사이를 이어주던 신뢰의 고리가 끊어진 이상 이를 봉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한 판매원은 “판매원은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한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공제조합은 반품을 해주는 곳이지 제명됨으로써 발생한 막대한 금전적 손실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안도 마련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 많은 수는 가상화폐를 활용한 기업으로 옮겨 앉았다. 업계로서는 손실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그곳에 안착한 이상 업계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라는 말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누가 가해자였든 이미 신뢰가 사라진 마당에 그들이 업계를 전전하는 것도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다”면서 “가상화폐 등의 유사수신행위가 그들을 흡수함으로써 다단계판매업계는 오히려 자정의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 번 유사수신으로 빠지면 소위 ‘물류’로 분류되는 다단계판매는 그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상화폐가 붐을 일으키면서 다단계판매 업계의 매출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고 각 업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자연스레 물갈이가 이루어지면서 사행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오던 판매원들이 물러나고, 입소문과 소비자 전달이라는 다단계판매의 본질에 입각해 사업을 전개하는 판매원들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1세대 다단계판매원 중에는 암웨이나 하이리빙이 출신뿐만 아니라 재팬라이프 등 범죄적 요소를 요소를 바탕으로 일을 배운 사람도 적지 않다. 지금도 일부 업체에서 합숙이나 불법대출 등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재팬라이프의 폐해가 대를 이어온 것이 사실이다.

판매원의 물갈이를 연령을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과거 대학생다단계로 일컬어지던 조직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 업체의 리더 판매원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학습한 대로 행동하게 마련”이라면서 “재팬라이프 등지에서 다단계판매를 배운 사람들은 아는 게 그것밖에 없으므로 불법적인 판매방식을 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판매원은 “가상화폐가 등장함에 따라 다마(초기 진입비용)가 큰 업체들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면서 “전체적으로 매출이 부진하기는 해도 판매방식과 판매원이 물갈이 되는 좋은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단체를 방불케 하던 교육방식이 핵심만 전달하는 정보전달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세대교체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전문가들 역시 “가상화폐를 통해 다단계판매업체 중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2018년이 새로운 다단계판매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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