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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세상이야기 (2018-01-12)

오감만족, 감각마케팅

연필이나 펜이 종이 위에서 사각거리는 소리, 창문을 드르륵 열 때 바람이 들어오는 소리, 소곤소곤 속삭이는 소리 등을 녹음하고 편집해 올리는 일명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 쾌락반응)’이 큰 유행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을 뜯는 소리와 바삭한 소리를 강조한 동서식품의 리츠 크래커 광고나 화장품 뚜껑을 열고 피부에 바르는 소리를 담은 이니스프리의 화장품 광고 등 이를 이용한 광고도 속속들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광고들이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감각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사람은 무의식 중 감각의 영향을 받는다. 이와 같이 신체를 통한 감각이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고 부르며 관련된 연구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콜로라도대학교의 로렌스 윌리엄스(Lawrence E. Wil-liams)와 예일 대학교의 존 바(John A. Bargh)의 실험에 의하면 잠시 따뜻한 음료를 쥐고 있던 사람은 차가운 음료를 쥐었던 사람보다 주변의 낯선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더욱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감각의 효과를 고려한 마케팅은 식료품, 화장품, 접객업처럼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일부 업계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관행이다. 예를 들어 던킨도너츠는 한국에서 판촉행사로 시내버스 안에서 던킨도너츠의 로고송을 틀면서 분무기로 커피향을 분사했다. 그 결과, 버스정류장에서 가까운 던킨도너츠 매장을 찾은 고객의 수가 평소보다 16% 증가했으며 매출은 29% 늘어났다.

또 다른 연구 사례에서는 감각이 사람의 태도, 기분, 심지어 기억력에까지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중에서 미시간대학교에서 감각 마케팅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 아라드나 크리슈나(Aradhna Krishna)가 싱가포르 난양공학대학교의 메이 르윈(May O. Lwin), 러트거스대학교의 모린 모린(Maureen Morrin)과 공동으로 수행한 실험에 따르면 향기가 없는 연필을 받은 경우에는 2주 뒤에 그 연필에 대해 기억하는 정보가 73% 줄어든 반면에 차나무 향이 나는 연필을 받은 사람의 기억은 8%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세 명의 연구자들은 흔치 않은 차나무 기름의 향기를 주입한 연필을 사용하도록 하자 그 연필의 브랜드와 기타 특징들을 기억하는 피실험자의 능력이 향상됐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똑같은 물을 마시더라도 종이컵 같이 무른 컵에 마셨을 때 더 맛이 없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크리슈나 박사 와 미국 러트거스대학교 마우린 모린 박사가 2008년 ‘소비자연구’ 4월호에 발표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똑같은 물을 마시더라도 종이컵 같은 무른 컵에 마셨을 때 더 맛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처럼 미세한 감각의 변화에도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감각은 사람의 태도, 기분까지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영향을 미친다.

감각을 이용한 마케팅 사례

시각-소리 없는 전쟁 
방송 매체의 양상이 라디오를 이용한 청각에서 화면을 전송하는 시각으로 전향돼 시각을 이용한 광고에 사람들이 노출되기 쉬워졌다.

이에 더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광고 환경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SNS에 게재된 영상은 클릭하거나 동영상 재생을 누르기 전까지는 소리가 없이 영상만 나오는데, 이를 이용해 소리가 원래 없는 시각적인 효과를 중심으로 하는 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벤 & 제리스(Ben & Jerry’s)라는 미국 아이스크림 업체는 자사의 페이스북 광고에 소리 없이 시각적 효과만을 사용한 광고를 내보내 제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시각적 효과가 주는 직관성은 뇌리에 쉽게 남는다는 장점을 이용한 것이다.
▷ 벤 & 제리스의 소리 없는 광고

청각-너의 목소리가 들려
최근 청각을 강조하는 광고의 예로는 ASMR을 들 수 있다. 기존 ASMR은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여 수면에 도움을 주는 용도로만 쓰였다면 최근에는 광고, 1인 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 ASMR을 이용한 리츠 크래커 광고

ASMR은 트리거(trigger)라고 부르는 특정 자극을 통해 팅글(tingle, 기분 좋게 돋는 소름)을 느끼도록 한다. 트리거는 사람에 따라 달라 그 효과가 개인차가 있다. 가장 보편적인 트리거로는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를 들 수 있으며, 이외에도 긁는 소리, 구깃구깃하는 소리 등의 환경소음 등이 있다.

미각-맛보기로 쉬워지는 구매
대형마트를 둘러보면 시식코너가 있는 것이 당연한 모습인 만큼 미각을 이용한 마케팅은 자주 사용된다. 특히 식료품 분야의 제품을 판매할 때 자주 미각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는데 향과 보이는 것만으로는 식품을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배스킨라빈스31에서는 매장에 ‘맛보기 스푼’을 배치해 소비자의 선택을 돕고 만족감을 높였다. 맛보기 스푼은 1~2가지 아이스크림만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제품을 맛볼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제품 체험기회를 확대시킨 것이 특징이다.
▷ 배스킨라빈스31

촉각-만져도 되는 것들
전자매체를 통해 촉각을 이용한 광고를 하는 것은 쉬워보이는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전자매체를 이용한 ‘만저볼 수 있는 광고’가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기술로 인해 가능해진 것이다. 현실의 사물에 대해 가상의 관련 정보를 덧붙여 보여주는 AR 기술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점점 실생활로 다가오고 있다.

코카콜라는 분쟁국가인 인도 뉴델리와 파키스탄 라호르 지역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2013년 Small World Machine을 선보인 적이 있다. 칸 광고제에서도 수상한 바 있는 코카콜라의 광고는 커다란 터치 패널이 달린 자판기에 나오는 제언을 따르면 콜라가 나오도록 했다. 자판기를 사이에 두고 손바닥을 맞대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함께 도형을 그리기도 하는 등의 활동을 멀리서도 가능하게 한 것이다.
▷ 코카콜라의 Small World Machine

촉각을 이용한 마케팅을 선보일 때 가장 큰 오해는 ‘자사의 제품을 만져보게 만들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다. 마케팅은 제품 판매를 포함한 더 넓은 영역의 개념으로, 코카콜라의 광고 캠페인은 브랜드 이미지 상승 등을 꾀하기 위해 촉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후각-센트마케팅
SPA 의류 브랜드 후아유(WHO.A.U) 매장에서는 은은한 오렌지 향이 나는데 후야유가 추구하는 콘셉트인 ‘캘리포니안 드림(Californian Dream)’을 떠올리기 쉽도록 캘리포니아 주의 특산물인 오렌지 향을 매장 곳곳에서 나도록 했다. 특정한 냄새를 맡게 되면 그와 관련된 기억이 떠오르게 되는 프루스트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 후아유(WHO.A.U) 매장

향기를 활용해서 이미지를 높이고 판매 향상을 노리는 센트마케팅(Scent Marketing)은 기존에도 기업들이 구사하던 전략으로, 후각신경과 뇌의 관계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후각신경에서 뇌로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은 다른 감각과 달리 중간 단계 없이 후각은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바로 연결된다. 향기는 감정과 기억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참고자료: 하워드 비즈니스 리뷰
 
신준호 기자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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