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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탐방❷

도심 속 숨은 일본 동부이촌동

  • (2018-01-12 11:18)
4호선 이촌역 4번 출구에서 조금 걷다보면 아파트와 주택단지를 병풍처럼 두른 상가들이 일렬로 늘어져 있는 길이 나온다. 멀리서 보면 그저 평범한 건물들이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일본어가 귀와 눈에 바람처럼 스쳐지나간다. 국내에서 관광객이 아니라 주부들끼리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을 본 일은 일반적이지 못한 축에 속하는 경험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듯한 두 아주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신경 쓸 새 없이 길가에 보이는 아기자기한 ‘일본’스러운 인테리어의 상가들이 눈에 밟혔다.

작년 가을에 일본을 다녀와 나름대로 일본음식을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평범해 보이는 우동가게 메뉴를 봤을 때 그것이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끼우동은 도대체 무엇인가, 쑥 비슷한 게 둥둥 떠 있는 사진을 보니 쑥이 든 것이라 짐작만 했는데 나중에서야 카케우동이라고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고명에 국물을 부어 우동으로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우동 메뉴들도 갖춰져 있어 우동 하나로도 이름을 내걸고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여기부터는 일본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동네마다 이자까야나 스시전문점, 일본 정식집은 있겠지만 이곳만큼 다양하고 가까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심지어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게도 종종 있어 서울에 있는지 일본에 있는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일본 음식은 접하기 쉬운 만큼 새로운 음식이라도 맛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동부이촌동이 국내에서 제일 오래된 외국인 마을로 알려진 만큼 깊은 맛을 자랑하는 가게도 많고 일본 식료품점 모노마트의 1호점도 있어 집에 돌아가서도 일본 음식을 먹고 싶다면 직접 요리할 수도 있다.

음식점만이 아니라 주변 병원, 부동산 같은 곳 유리창에도 일본어가 적혀있어 일본어로 상담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해 이곳에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모여 사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거리가 길고 일식집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게 아니라 오래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다리와 인내심이 조금 필요하지만 미리 무슨 음식을 먹고 어디로 갈지 정해놓고 움직인다면 더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반일감정 탓일까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일본인의 성격 탓일까 일본어로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해서 대놓고 일본인이 많다는 것을 티를 내지 않지만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알고 보면 눈에 들어온다. 음식의 가격은 꽤 비싼 편이라 한 끼 당 2만 원 이상을 넉넉히 챙겨두는 것이 좋다. 일본음식점이 있는 다른 거리들은 대부분 북적거리지만 여기서는 한가하고 조용하게 즐기고 갈 수 있어 사람이 많고 정신없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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