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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의 판매원이여 단결하라! (2018-01-12 11:17)

다단계판매업이 한국에 들어온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회사의 횡포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는 판매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형 업체에 소속된 상위판매원의 경우 하부 매출이 월 수백억 원을 넘어 가는 등 웬만한 중소기업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매출을 달성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요. 매출에 비례하여 이들이 받아가는 수당 또한 막대한 금액입니다. 유명한 운동선수나 연예인에 못지않아 다단계판매원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지위가 견고하지 못해 뜻밖의 제명을 당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한국의 중견 기업 중 다단계판매가 잘 된다는 이야기만 듣고 뛰어든 업체의 사주들은 판매원이 막대한 금액의 소득을 얻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매일 같이 회사에 나와 잡담이나 하면서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한 달에 적게는 수 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지요.

그들의 단순한 생각은 그 리더 판매원을 잘라내면 그가 받던 소득은 회사에 귀속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는 과감하게 판매원을 잘라냅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지금까지의 사례로 본다면 리더가 받아가던 수당을 봉쇄하기는 했지만 그에 뒤따르는 막대한 매출 손실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모티브비즈라든가 도투락, 뉴웨이즈(모데어) 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회사 또한 매출 부진이 눈에 띄는 사례가 많습니다. 판매원의 아이디는 누구도 손대서는 안 되는 재산입니다. 더구나 월 수천만 원, 수억 원의 소득이 발생하는 아이디를 경영자와 회사 측이 자의적으로 삭제하거나 제명한다는 것은 절도 또는 강도에 해당합니다.

아마 판매원을 제명한 적이 있는 경영자나 임직원들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제명이라는 야만적인 행동을 취한 것은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에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여력이 판매원에게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야 회사의 돈으로 비싼 변호사를 써서 느긋하게 대응할 수 있으므로 재판이 아무리 길어지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판매원은 눈앞의 생계를 해결해야 하고 많은 소득을 올리는 상황에서 꾸려놓은 가정 경제를 재편해야 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부담으로도 등이 휠 지경으로 몰리게 됩니다.

회사 측의 제명과 수당정지 등의 행위는 부당함을 넘어 파렴치한 짓입니다. 권력의 남용이기도 하고 갑질의 표본이기도 하지요. 다단계판매를 관리•감독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공제조합은 이러한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기업의 편을 들거나 애써 판매원의 곤경을 외면합니다.

특히 공제조합의 경우에는 판매원들은 아예 관심의 대상으로 여기지도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판매원을 위한 역할이라고 해봐야 기업에서 반품을 거부할 때 대신 받아주는 정도일 뿐이지요. 이때 조합 측은 앵무새처럼 되뇝니다. “저희는 소비자 피해보상 업무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거지요. 소비자의 피해는 반품을 받고 환불을 해주는 것으로 끝나지만 판매원의 피해는 산정하기에 따라서 수억, 수십억, 수백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인지하지 못합니다. 지능의 결핍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심각한 ‘공감능력 결핍증세’를 보인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렇다면 판매원들은 30년 째 대한민국의 다단계판매업계를 이끌어 오면서도 왜 안전장치 하나를 만들어 두지 못한 것일까요? 왜 기업이 판매원을 종속적인 관계로 착각하도록 방치한 것일까요?

한때 이러한 피해를 입은 판매원들이 모여 협의체 구성을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협의체는 결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제명된 판매원은 새로운 회사를 찾아야 했고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판매원들은 강 건너 불 보듯이 외면했습니다. 자기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에 외면했던 사람들이 유사한 피해를 호소하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판매원 협의체는 다가올 미래의 재앙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보험의 성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많은 상위의 판매원들은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정말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판매원끼리 서로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자신의 일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닥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지요. 판매원이 아닌 사람은 판매원의 사정을 알 수 없습니다. 판매원끼리 뭉쳐야 영원한 숙제이기도 한 후원수당 상한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규제들도 혁파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조합을 중심으로 뭉쳐 그들의 이익을 도모하듯이 판매원은 판매원끼리 힘을 모아야 합니다. 힘이 없는 자는 아무도 돌보아주지 않습니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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