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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탐방❶ (2018-01-05)

동대문의 실크로드, 광희동


동대문 광희동에는 한국 최대의 중앙아시아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1990년대 초반 러시아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같이 ~스탄으로 끝나는 국가들과 몽골 등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150여 개에 달하는 무역 중개업체, 음식•식료품점 등을 생계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8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 걷다보면 광희동 동대문 실크로드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을 기점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러시아와 몽골에서 쓰이는 꼬불꼬불한 키릴 문자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이 근방을 편의상 러시아 거리라고 부르는 만큼 러시아 사람들과 음식점이 꽤 보이고 메뉴판 사이사이 우즈베키스탄이나 몽골 음식들이 자기도 이 거리의 구성원이라고 주장하는 양 몇몇 껴있다.


▷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음식이 즐비한 식료품점

표지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식료품점에 들어가 보면 진열장에 보드카가 한가득 올라가 있고 인형 속에 인형이 들어 있는 마트료시카가 내부를 장식하고 있다. 식료품점에서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빵 아래 적힌 긴 글자를 인터넷 사전으로 돌려보니 ‘빵’과 ‘잿빛 빵’이라는 뜻이 나왔을 때는 약간 허무하기도 했다. 사전에는 ‘잿빛 빵’으로 나왔지만 아마 러시아의 흑빵이 아닐까 싶다. 호밀이 러시아 기후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호밀가루를 반죽으로 빵을 구워 검정색이 됐기 때문이다. 무게도 빵치고는 꽤 나가 들고다니면서 먹기에는 부담스러워 먹으려 집었다가 제자리에 내려놓고 나왔다. 호밀로 만들었으니 아마 밋밋하고 까슬까슬할 거라고 생각하며 여우가 담장 위 포도를 보고 신 포도일 것이라고 위안하듯 스스로를 다독였다.


▷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와 보드카

그렇게 식료품점을 나와 1분 거리나 될까 싶은 길 건너에 FORTUNE이라고 적힌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포춘이라고 읽어야하나 싶었는데 친절하게도 간판에 방송에도 나왔던 집이라는 광고와 함께 파르투네라는 한국발음까지 알려줬다. 방송에서 맛있다고 했다니 그 말만 믿고 안에 들어가서 삼사를 주문하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 러시아의 흑빵

먹기 전에 옆에 마늘바게트처럼 생긴 수하리끼를 집어먹었는데 너무 딱딱해서 갑자기 씹었다간 치아가 나갈 것 같았다. 입에 굴리면서 쉽게 바스러지도록 먹었는데 짭짜름한 것이 덜 딱딱했다면 감자칩처럼 간식거리가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사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음식으로 화덕 안쪽에 속이 든 반죽을 붙여 구워 만든 빵이다. 속에 고기가 들어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특이하게도 호박이 든 것이 있어 주문해보았다. 호박을 잘 먹지 않는 편인데도 생각보다 맛있게 먹었고 다른 얇은 소고기가 든 것도 맛을 봤는데 기름기가 있고 속 주변은 촉촉하면서도 겉은 바삭했다.


▷ 우즈베키스탄 전통 음식 삼사와 화덕

그래도 서양음식인지라 많이 느끼하다고 생각되는데 같이 반찬처럼 나온 고려식 당근김치를 같이 먹으니 속이 니글거리지 않았다. 이 고려식 당근김치 얘기도 중학교 한국사 시간에 잠깐 들은 적이 있었는데 러시아 쪽으로 넘어간 조선 사람들이 소련 스탈린 정권에 의해 강제로 이주당해 살았을 때 김치를 할 배추를 구할 수 없어 당근으로 김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음식과도 어울리는 당근김치를 보니 나름대로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음식이 맛이 있다는 사실에 묘한 느낌이 들었다.


▷ 당근김치와 수하리끼를 곁들인 음식들

중앙아시아 거리는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만큼 식당 하나에 여러 나라 음식을 본토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만일 기름진 음식이 싫다면 당근김치를 곁들여 먹으며 천천히 그 음식 특유의 맛을 즐기는 것이 어떨까?
 

신준호 기자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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