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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세상 이야기 (2017-12-22 10:54)

위대한 분기점을 찾아서


독감에 걸린 한 사람이 많은 이들에게 독감을 전염시키는 것과 마찬기지로 사회적 유행이나 변화 역시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한 순간 폭발적으로 퍼지는 현상을 뜻하는 것이 바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한 기업의 국면을 전환시키기까지 하는 티핑 포인트에 대해 알아보자.


인종차별이 낳은 티핑 포인트

티핑 포인트는 200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이 1969년 <분리의 모델(Models of Segregation)>이라는 자신의 논문에서 자주 사용한 개념으로, 백인이 교외로 탈주하는 현상을 기술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다.


사회학자들은 특정한 지역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비율이 20%에 이르게 되면 그 지역 사회의 거의 모든 백인이 한순간에 떠나버리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화이트 플라이트(white flight, 백인 이주 현상)’라고 부르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비율 20%를 백인들이 흑인들의 이주로 인한 범죄 증가 우려를 견딜 수 있는 한계점이라는 뜻에서 티핑 포인트라고 일컬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다르게 오늘날 티핑 포인트는 일반적으로 전환점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어느 지점을 넘어서게 되면 국면이 전환되면서 폭발적인 속도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


전염성이 강한 마케팅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그의 저서 <티핑 포인트>에서 티핑 포인트가 활용된 예를 마케팅 분야에서 찾아 설명하기도 했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티핑 포인트는 베스트셀러나 어떤 사회적 신드롬의 전염성을 설명하기 용이한 개념으로, 소수에 의해 변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일의 80%가 20%에 의해 수행된다는 ‘파레토의 법칙’과도 유사하지만 티핑 포인트는 이보다 더 극단적인 양상을 보인다. 독감의 전염과 같이 극소수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사이먼 사이넥은 인구가 혁신가(innovator) 2.5%,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 얼리 어답터) 13.5%, 초기 대다수(early majority) 34%, 늦은 대다수(late majority) 34%, 느린 수용자(laggard) 16%로 이루어져 있다며, 티핑 포인트에 손쉽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혁신가와 초기 수용자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케팅에서 활용되는 티핑 포인트의 전형적인 예로 1958년 세워진 가죽 신발 브랜드 ‘허시파피(Hush Puppies)’를 들 수 있다. 허시파피는 바셋 하운드라는 개를 로고로 쓰고 있는데 이 브랜드 이름과 로고를 만든 사람은 세일즈 매니저 제임스 게이로드 뮤어(James Gaylord Muir)다.


뮤어가 동남부 지역에서 그 지역 세일즈맨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중 허시파피(hush puppies)라는 도우를 경단처럼 둥글게 해 튀긴 음식이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짖는 개에게 던져주면 그걸 먹느라 조용해져서 라고 한다. 당시 “짖는 개(barking dogs)”는 비유적으로 “아픈 발(sore feet)”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었고, 뮤어는 이 점에서 착안해 아픈 발을 조용히 쉬게 해주는 신발이란 뜻에서 허시파피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허시파피는 좋은 실적을 거두다 1994년 돌연 연간 매출이 3만 켤레로 급감하는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던 중 1994년에 개봉한 히트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Tom Hanks)가 허시파피를 신었다는 사실과 1995년 가을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이 패션쇼에서 허시파피를 부각시킨 일 등이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이듬해부터 갑자기 매출 상승세를 보이며 43만 켤레의 매출을 올리고 1996년에는 170만 켤레를 판매한 것이다.


티핑 포인트 활용하기 

말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법칙, 고착성의 법칙, 상황의 힘 법칙 등 크게 세 가지의 법칙이 맞물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소수의 법칙은 열정적이고 영향력 있는 소수에 의해 전파가 이뤄진다는 내용이며, 고착성의 법칙은 전달하는 메시지가 흡인력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고착되면 행동이 변한다는 법칙이다. 또 상황의 힘 법칙은 주변의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잘 전파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소수의 법칙에 대해 그는 특정 소수를 가리켜 ▲사회적 관계망을 연결시키는 ‘커넥터’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시장 내에서 전문가 역할을 하는 ‘메이븐’ ▲설득을 통해 확신을 주는 ‘세일즈맨’ 등으로 지칭하며 마케팅의 핵심적인 요소로 지목했다.


고착성의 법칙을 따르기 위해서 메시지 자체를 변화시킬 필요도 있지만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을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고착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1970년대 다이렉트 마케팅의 전설 레스터 분더맨(Lester Wunderman)의 ‘황금 상자’ 광고는 고착성 법칙을 따른 메시지 전달이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당시 세계 최대 통신 판매 회사 중 하나인 콜롬비아 레코드를 두고 레스터 분더맨과 맥킨 에릭슨(McCann Erickson)이 대결을 벌인 적이 있었다. 


맥킨은 26개 중 13개 시장에서 텔레비전에 돌출 광고를 하고 분더맨은 다른 13군데 지역에서 자신이 만든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냈다. 그리고 둘 중 효과가 높은 쪽이 전체 광고를 진행하기로 합의를 봤다. 새롭고 혁신적인 광고기법을 도입한 에릭슨이 이기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분더맨의 시장반응은 80% 이상이었고 맥킨은 19.5%에 그쳤다.


분더맨은 모든 와 <퍼레이드>에 그는 주문쿠폰의 구석에 작은 황금상자를 그려 넣은 뒤 ‘황금상자의 비밀’이라는 일련의 텔레비전광고 시리즈를 내보냈다. 그리고 황금상자를 찾은 고객에게 콜롬비아에서 발매한 음반 한 장을 증정했다. 시청자들은 광고에 수동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는 간당한 방법으로도 고착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열악한 조건이 제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레스터 분더맨(Lester Wunderman)


위대한 변화 역시 발생한 시대와 장소의 조건과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상황의 힘에서 강조하는 것은 어떤 행동의 유행이 특정 유형의 사람에게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를 “당신 주변을 돌아보라. 움직일 수 없는 무자비한 곳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적소(適所)를 찾아 조금만 힘을 실어주면 일순간에 바뀔 수 있다”는 말로 마쳤다. 티핑 포인트를 활용하기가 어렵게 보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참고자료: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티핑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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