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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에는 당근, 합법에는 채찍… (2017-12-08 10:57)

피라미드•유사수신, 정부가 키운다

가상화폐 등 피라미드 사업 정부 차원 대책 없어 판매원 유출 가속

한국은 다단계판매가 성공하기 위한 다양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구 밀도가 높고 단결심이 강한데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플 정도로 투철한 경쟁심. 복지 정책이 부실해 노후대책이나 질병 이후의 삶의 대책을 개인이 수립해야 하는 절박함마저 갖고 있다. 거기에 더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두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다단계판매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K뷰티•K헬스, 세계 최고 수준
K뷰티로 요약되는 화장품 산업은 중국과 아시아는 물론이고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으로 인정받는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인천남동공단의 소규모 화장품 회사에 요청하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화장품을 만들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은 상향평준화를 이뤘다.

화장품과 함께 다단계판매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강식품 제조 능력도 일취월장해 세계적인 유통업체의 생산 의뢰도 이어진다. 뉴트리바이오텍과 코스맥스바이오, 콜마비앤에이치 등의 건강식품 전문 기업의 기술력은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는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암웨이와 뉴스킨, 허벌라이프, 유니시티 심지어는 건강식품에 특화됐다는 매나테크도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한다.

그렇다면 천혜의 환경과 기술력까지 갖춘 한국의 다단계판매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기는커녕 한국 내에서조차 외국계 기업과 겨뤄 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외국의 기업이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한국 사람들에게 판매해 부를 창출하는 동안 왜 한국의 기업들은 제 나라의 상품을 제 나라 사람들에게조차 판매하지 못하는 것일까?


◇30년 째 다단계판매 본질 이해 못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영화를 누렸던 A사, J 사 등은 다단계판매 사업의 주인공이 판매원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뿐더러, 다단계판매 사업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고가의 내구제를 주력 상품으로 삼거나, 소비재라고 해도 시중가보다 터무니없이 높게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때 한국암웨이를 추격권에 두기도 했던 H사와 N사는 오너 일가의 탐욕과 현실에 안주하는 정책으로 말미암아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금으로서는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단계판매에 관한 한 한국에서는 스타기업 탄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많은 중견기업이 도전하고 심지어 모 대기업은 세 번째 도전하고 있는 데도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것은 다단계판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보편적인 분석이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방문판매는 문자 그대로 ‘파는’ 사업이지만 다단계판매는 문자와는 달리 ‘소비하는’ 사업이다. 방문판매는 판매원을 통한 판매로 영업이 종료되는 반면 다단계판매는 판매원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소비의 시작이 된다. 소비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교육하는 사업이 바로 다단계판매라는 것이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좌절이 무지와 독선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20억 원 내외의 소규모의 자본으로 출발한 소기업들은 자금난과 인력난을 견뎌내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고 분석한다. 앞서 살펴본 공제료 부담과 반품기한, 긴 반품기한을 악용하는 떴다방 리더들의 공세를 피해 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설립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바이너리 플랜을 적용한다는 것도 떴다방이 창궐하는 한 요인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는 “바이너리의 가장 큰 약점은 한 줄만 해도 된다는 착각”이라고 선을 긋는다. 이 전문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바이너리 방식이 유니레벨이나 심지어는 브레이크어웨이 방식보다 더 많은 사람을 추천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결국 경영도 모르고, 사업방식에 대한 이해도 없는 데다 자금난까지 겪다보면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장의 리더들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예상한 대로 위기상황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다만 판매원과 경영자들 사이에는 작으나마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경영자에 비해 판매원 리더들은 현재의 상황을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 들였다. 


<판매원>
<A씨…>
과거에 비해 사업이 더디고 수입이 떨어지는 것은 사업적 투자로 접근하던 환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가 잡히지는 않지만 타사의 리더들과 이야기해보면 대체로 30% 정도 판매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가상화폐 거품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말이나 2019년 상반기에는 회복할 것으로 본다. 지금은 그냥 열심히 하면서 견디는 수밖에 없다. 

<B씨…> 가상화폐 피라미드가 심각하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영세한 국내 업체일수록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네트워크 마케팅의 본질을 모르고 방문판매를 통해 돈을 벌어서 달려드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방어전략 등을 세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말로 힘들다. 물류 쪽 리더들, 특히 회사를 옮긴 사람들은 더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나? 뛰어난 제품을 갖고 있는 회사라면 어렵더라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위기상황이 불법피라미드 업체들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이다. 강력하게 제재해서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짜 가상화폐 피라미드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주식을 사고 팔 듯이 재테크 차원에서 거래하는 거라면 몰라도 다단계방식으로 운영하는 회사라면 정말 문제다.

        

<C씨…>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불법을 방조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다단계판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차원의 문제다. 다단계판매란 소비재를 유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그런데 지금은 돈을 유통하는 금융이 되어 가고 있다. 국내 법은 다단계 방식의 금융업을 금지한다. 그러나 말로만 금지하면서 제재나 처벌은 하지 않는다. 이것은 방조의 차원을 넘어 장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모호한 환경 속에서는 더 쉽고 더 빠른 것을 찾게 마련이다. 그러나 쉽고 빠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판매하는 대형 피라미드 업체도 문제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이름 없는 코인으로 유혹하는 회사다. 대형 사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비트코인의 상승률을 예로 들면서 10원짜리 코인을 1억 원어치 사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그냥 투기꾼이지 피해자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한국이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서 1위라고 한다. 다른 나라는 10년에 걸쳐서 서서히 성장해왔는데 한국은 지난 4월경부터 비정상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 이러한 위험 지표에도 불구하고 정부차원의 대책이 없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경영진>

<A씨…> 다른 업체는 힘들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비교적 매출이 꾸준하다.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 회원들도 일부 가상화폐로 빠져나갔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니까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법을 어겼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공정위나 공제조합은 불법업체에 대해 손을 쓸 수 없다면 합법 업체에도 규정이나 규제 같은 말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B씨…> 우리 회사는 가상화폐보다 본사가 더 큰 문제다. 한국의 상황을 무시한 채 과도하게 돈에 집착한다. 그렇다보니 회원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가 없다. 이것은 또 회원이 등 돌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C씨…> 가상화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월 20억 원 정도 매출이 빠졌다. 그렇지만 다른 업체보다는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정통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 출신이 별로 없다. 그렇다보니 외부의 소식을 전해 듣는 것도 좀 더디다. 정통 업체 출신들은 각각 다른 업체에서 일하더라도 그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서 전파가 빠른데 우리 회원들은 그렇지는 않다. 

그리고 처음부터 불법과 합법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해 와서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가상화폐로 인한 타격은 장기화될 것으로 본다. 보드마케팅이나 분할마케팅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 않나. 기업 차원으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업계 전체 차원에서, 정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법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이다. 


<D씨…> 우리는 거의 영향이 없다. 개인적으로 재테크 차원에서 하는 사람들은 꽤 있는 것 같지만 조직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우리 회사는 특정 리더 회원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는다. 사업자 매출보다는 소비자 매출이 더 많아서 이렇다 할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가상화폐 등의 불법피라미드, 유사수신 조직을 방조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일부 업체들은 정말 어려운 것 같더라. 결국 이 문제의 답도 소비자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광풍이 지나갈 때까지 견디는 수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은 거의 모든 판매원은 지금의 위기를 제공한 것은 정부의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정하지 않은 법과 그것의 집행이 선량한 판매원까지 불법업체로 내몬다고 이들은 믿는다. 법을 준수하지 않는 업체에는 벌칙이 없고, 법을 지키는 업체에만 갖가지 징벌이 가해지는 상황에서는 굳이 빈약한 인센티브를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불법업체판매원>

<A씨…> 도리어 묻고 싶다. 당신이라면 뭘 하겠나? 1,000만 원 매출을 올렸을 때 350만 원만 받을 수 있는 일과 800만 원을 받는 일 중에 선택해봐라. 합법적인 업체에서 일을 해도 다단계꾼이고 불법업체에서 일을 해도 다단계꾼이다. 우리가 등록 안 된 업체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누가 있나? 우리는 공제조합 없이도 반품 환불 다해준다. 그리고 공제조합에 가입했어도 대학생들 데리고 (사업을)하는 업체도 있고, 노인들 데려다가 하는 업체도 있다. 몇 천만 원짜리 매출도 치고. 똑 같은 일 하는 거다. 


<B씨…> 직판조합 가입사에서 10년, 불법업체에서 5년 그리고 다시 또다른 직판조합 가입사에서 5년 째 일하고 있다. 수입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것저것 간섭하는 게 많아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앞으로 1~2년 동안은 가상화폐가 대세라고 본다. 가상화폐로 다단계를 한다고 해서 다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돈 못 버는 게 피해라면 공제조합 가입업체의 판매원이 더 심하지 않나? 국내의 불법업체라면 금방 문을 닫지만 해외에 본사를 둔 경우에는 롱런할 수 있다. 엠페이스, 원코인 등등 수두룩하다. 


<C씨…> 물류 다단계는 답이 없다. 2015년부터 비트코인 관련 다단계를 했다. 그 일을 통해 20년 동안 공제조합 가입업체에서 일하느라 빚진 거 다 갚았다. 최고 직급자로 엄청난 수입을 올렸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2014년에 그 일을 그만 뒀는데 아직도 그 회사 제품이 집에 쌓여 있다. 대부분의 리더들이 비슷한 실정일 거다.


이들을 향해 법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불법피라미드를 피해자가 없는 교통법규 위반과 동일하게 여긴다.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날 확률보다 불법피라미드에서의 사고 확률이 훨씬 낮다고도 말한다.

최근에 공제조합 가입 신청을 했던 모 업체의 임원은 “왜 불법을 하게 되는지 이해가 된다”고 말한다. 뚜렷한 이유 없이 가입승인을 미루면서 임대료와 인건비 등 수 천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지만 공제조합 측은 사과는커녕 일언반구 설명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공제조합에 가입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이들은 공통적으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렇지만 공제조합 가입 과정에서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꼈다고 덧붙인다. 공제조합이 이 정도라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느 정도일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제 다단계판매 업계는 국민들의 불신과 냉소를 지나 구성원들 자신이 자괴감을 느끼는 수준에 이르렀다. 법을 지킴으로써 감수해야 할 손해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다면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대답할 차례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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