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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리사의와 돈 (2017-12-01)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초등학교 사회 시험에 단답식 문제로 나온 질문이다. 꽤 어려운 단어인 이윤창출을 기억해내 답안에 적은 뒤 스스로 시험을 잘 쳤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이라는 네 글자로 정리될 수 있는 만큼 단순하다. 그러나 소비자가 기업에게 바라는 것은 이윤창출과는 거리가 먼 윤리적으로 고상하거나 기업 창립자의 신념 내지 인생관이 대폭 반영된 듯한 슬로건이나 성숙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기업의 목적과는 전혀 연결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를 지키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윤리적인 기업은 승승장구하며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이윤을 더 내고 있다. 다르게 해석하자면 윤리, 도덕은 돈이 된다는 것이다.

이익을 봤을 때 그것을 취하기 전 의(義)를 먼저 따지라는 견리사의라는 고사가 있다. 요새의 양상은 이익보다는 의로움을 쫓을 때 더 큰 이익을 얻는 꼴이 많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 ‘필사즉생 필생즉사’라고 말씀한 것 같이 오묘한 상황이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창출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겐 왜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무언가 돌려주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인식이 있을까? 이 현상에 대해 거창한 경제학적 분석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간단하게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다는 단순한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수요란 ‘어떤 재화나 용역을 일정한 가격으로 사려고 하는 욕구’라고 정의내리고 있는데 이를 과감하게 말하자면 욕구라고 볼 수 있다. 이 욕구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 ‘도덕적인 인간이 되고 싶다’ 같은 마음도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욕구와 함께 소득의 일부를 지출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수요로 탈바꿈한다.

기업의 능력은 여기서 발휘된다. 기업은 소비자의 수요를 발견해내고 이를 공급해 실현시켜주는 능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은 소비자가 도덕적인 것을 원하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이에 발맞춰 움직인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 후진국의 노동착취 없이 만든 제품 등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는 것이다. 물론, 선의나 마음에서 우러나와 기업윤리를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질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 수요를 읽고 거기에 맞출 능력이 없다면 그 기업이 존속하기는 어려우니 별반 다를 바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활동이 고객충성도 및 프리미엄 가격 지불의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설문에서는 98.2%가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1.8%만이 전혀 필요 없다고 응답을 하였다. 특히 매우 필요하다는 분석이 37.7%로 나타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그만큼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좋게 평가될수록 기업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이미지가 고객충성도 및 프리미엄 가격 지불의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그와 비슷한 간단한 예를 들 수 있다. 평소에는 라면의 맛을 중시해 A라면을 즐겨먹는 편이었지만 B라면을 만드는 기업이 윤리적으로 우수해 그 기업의 제품만을 사기 시작했다. B라면을 만드는 기업은 서민들을 위해 라면 가격에도 큰 변화가 없고 직원 모두를 정규직으로 뽑아 사회적 이슈인 고용문제 해결에 한 몫을 하고 있으며 회장이 복지재단에 남몰래 거액을 기부하거나 복지재단을 직접 설립하는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윤리적인 소비를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반대로 요새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사회적 책임을 등진 기업의 제품 불매운동도 잦아지고 있다. 어느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의 회장이 가맹점주에게 폭언과 욕설을 뱉는 이른바 ‘갑질’ 행각으로 비난의 여론이 일어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기업이 윤리적이지 않다면 순식간에 이윤창출이 힘들어지고 종국에는 시장에서 매장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일 비슷한 가격의 제품을 구입하려 할 때 도덕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기업이 만든 제품과 그렇지 않은 회사의 제품 중 무엇을 고를 지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작금의 국내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윤리 등을 잊고 있는 모습을 숱하게 보이고 있다. 또한 보여주기 식 1회성 이벤트로 이를 메우려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소비자는 점점 영리해지고 있고 불매운동 같은 수단으로 자신들이 바보처럼 기업에게 돈을 뜯기는 고객인 ‘호갱’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소리치고 있다.

기업 내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서 등을 돌리지 않는 것은 이제 생존전략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읽고 응답할 차례다.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욕구는 계속될 것이며 진정한 패자가 되기 원한다면 이 ‘수요’를 파악해 사소한 흠, 작은 잘못이라도 피하고 살아남지 못한 기업이 저지른 기존의 실패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신준호 기자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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