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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①> 길 잃은 다단계, 어디로 가야 하나? (2017-12-01)

편견과 자사(自社)이기주의 극복해야

“울타리 좁힐수록 업계에 마이너스 경계 넓혀야 파이도 커져”

다단계 위기론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건너온 쇼핑몰 기반의  유사수신 업체와 버거운 싸움을 벌이면서도 소폭이나마 성장해왔는데, 이번에는 가상화폐라는 초대형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적지 않은 기업과 판매원이 좌초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습격은 그것을 활용한 불법적인 다단계판매 행위에 그치지 않고 업계와 사법당국의 시선을 온통 잡아끄는 바람에 인터넷다단계 시장마저 확장되는 효과를 불러왔다. 미국과의 FTA협정이 체결된 이후 해외직구를 빙자한 다단계판매 업체에 대해서는 사법당국마저 기연가미연가 손을 놓은 형국이다. 더구나 상품권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이름만 가상화폐인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면서 다단계판매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낙관할 수 없는 다단계판매 시장은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국시장 한계 극복 위해 해외 진출 타진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을 타진하는 모 업체의 대표이사는 한국의 다단계판매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인식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그와 함께 오로지 자사의 제품만을 판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사람들이 다단계판매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는 말대로 안 됐기 때문이다.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라고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소수의 판매원이 특정 기업의 부를 독점하거나, 소수의 기업이 시장 전체의 절반 이상을 과점하면서 부정적인 인식은 더욱 고착화됐다고 설명한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단계판매원의 자신감이 떨어졌고, 그로 인해 점점 음성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네트워크 마케팅의 한계는 뚜렷해졌다”면서 “이 사업에 대한 인식, 개념, 패러다임 등을 바꿔야 하는데 그것을 실현하는 모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사업모델이란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네트워크 마케팅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다단계의 시장에 머물렀던 데서 벗어나 세계를 대상으로 역직구를 통해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자사 제품에만 매몰돼서는 다단계판매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그는 “한국의 5조 시장으로는 한국의 판매원들이 전부 돈을 벌기에는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면서 “전 세계 390조 원의 소비시장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무기로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이미지와 판매원 이미지 함께 개선돼야 

모 신생 업체의 대표이사는 이제 리더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리더라고 찾아왔던 사람들 모두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으면서 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떴다방’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리더였던 사람들은 늘어나는 형편이다.

그는 “이 업계를 오래 겪은 것은 아니지만 떴다방들이 지금처럼 창궐할 수 있었던 것은 3개월에 이르는 긴 반품 기한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말한다. 3개월 동안 수당을 받아 챙긴 다음 반품을 하더라도 3영업일 내에 환불을 해줘야 한다는 규정은 신규 업체에는 치명적인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의 주도로 관련 조항를 개선하려던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모두가 원하지만 대형 방문판매 업체와 대형 다단계판매 업체가 원하는 바는 아니기 때문이다. 3개월 반품 기한은 다단계판매 업체의 성장을 차단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잠재적인 경쟁자들의 싹을 미연에 제거할 수 있다.


◇“반품 기한 3개월 규정이 불•탈법 조장” 주장도

신규 진입을 앞둔 모 업체의 대표이사 역시 “불법 업체와 경쟁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반품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제조합에 가입하면 제품이 판매되고 나서도 3개월 동안은 좌불안석”이라며 “언제 반품이 들어올지 모르는데 제품이 출고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제료도 나가고 수당도 나간다. 과거에는 월급으로 나가던 수당이 요즘은 주간으로 나가기도 하는데 3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반품이 들어오면 완전 멘붕에 빠진다”는 것이다. “공제료를 낸 업체에는 반품 기한을 1주일이나 2주일 정도로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품 기한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품에 발목이 잡힌 소형 업체들과는 달리, 안정적인 반품관리가 가능한 대형 업체들은 소비자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다는 이유로 반품기한 단축에는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모 업체의 대표이사는 반품기한 논란에 대해 “소비자를 위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 정책 손질로 기업 부담 줄여줘야

이더트레이더를 시작으로 마이닝맥스에 이르기까지 수천억 원 규모의 사고가 연일 발생하다보니 불법 업체나 비교적 규모가 작은 유사수신 업체들은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드는 판매원들은 회사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떠난다는 것은 업계를 위해서도 그가 몸담았던 기업을 위해서도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다단계판매에 열성이었던 사람이 인터넷다단계 업체로 갈아타는 현상은 당장은 티가 나지 않지만 업계 전체에 서서히 균열을 낼 가능성이 크다. 가상화폐나 유사수신 업체는 다단계판매 업체와 경쟁할 제품이 없으므로 비록 다단계판매에서는 실패하고 옮겨 간 판매원이라고 하더라도 꾸준한 소비자로 남기도 한다. 그렇지만 인터넷다단계로 옮긴 사업자들은 유사한 제품에 보다 강력한 보상플랜을 앞세워 함께 활동했던 판매원을 물들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V사다. 사전영업을 이유로 지사 설립이 거부됐던 이 회사는 한국을 거점으로 일본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V사가 아니더라도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라인 등의 소셜미디어가 끊임없이 진화함에 따라 해외직구를 통한 다단계판매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SNS를 활용한 마케팅교육 프로그램까지 등장하면서 굳이 회사를 거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과연 대한민국의 다단계판매 업계는 공제조합을 거치지 않은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한국암웨이나 뉴스킨코리아 등 이미 인프라를 갖춘 대형 기업이 아니라면 그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 이유로 한국의 다단계판매 기업들은 자본의 활용도가 훨씬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품질과 보상에 집중하는 해외의 업체들과는 달리 공제조합 관련 업무와 반품 및 환불을 위해 자본을 소모하고 나면 품질 개선이나 양질의 보상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이것은 자본뿐만 아니라 인력 운용에도 함께 적용된다.

최근 사업을 포기한 모 업체의 대표이사는 “한국에서는 다단계판매 업체가 차근차근 성장하는 일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성장하면 할수록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매출이 뜨면 제품도 늘려야 하고 인력도 보강해야 하는데 사업과는 직접적인 연관 없이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 보니 그 과정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본사가 자리를 잡은 후에 해외 지사를 내기 때문에 자금압박을 받는 일은 거의 없지만 한국의 다단계판매 업체들은 그야말로 광야에 뿌려진 한 알의 밀알처럼 온갖 풍파를 견디며 성장해야 하는 현실 앞에 놓인다는 것이다.

공제조합에 가입한 회사의 평균 수명은 채 2년이 되지 않는다.(한국마케팅신문 6월 26일자) 그러나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회사의 상당수는 2년을 넘겨 10년 가까이 영업을 지속하기도 한다. 좌초하는 대부분의 업체는 영업부진과 경영미숙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기관과 단체의 경영 개입을 실패의 원인으로 꼽는다. 


◇진짜 문제는 상위 1% 판매원이 아니라 35% 수당상한선

지난 2016년에도 다단계판매원의 소득은 상위 1%에 집중됐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들은 이러한 현상을 부당한 판매방식의 증거라고 보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놓치는 것은 최대 35%까지 더 지급할 수도 있는 수당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한 방문판매법의 부당성이다. 소득이 상위에 집중 되는 것은 100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을 때 최대 35만 원만 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은 최저 임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계 G사에서 일한다는 L 모 씨는 “중국 기업의 가장 큰 매력은 후원수당을 아주 많이 아주 빨리 지급하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제는 판매원들이 옛날처럼 어수룩하지 않아서 같은 일을 하고 가장 빨리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택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매출의 80%를 판매원 수당으로 지급한다. 판매원의 경제상황을 정책에 반영해 추천수당은 매출이 발생하는 즉시 지급하는 방식은 월급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그만큼 숨통이 트이는 일이다.


또 다른 중국계 기업의 판매원 K 모 씨는 “우리가 사업자라고 불리기는 해도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수당을 빨리 준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중국 기업을 선택한 판매원은 노년층이 대다수로 다단계판매의 지속성을 믿지 않는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30년 가까운 세월을 다단계판매 업계에서 보내는 동안 지켜지지 않는 약속과 장담할 수 없는 회사의 운명에 익숙해진 탓이다. “회사가 어떻게 될지 그 앞길을 누가 알겠어요?” 그는 반문한다.

V사에서 일한다는 L 모씨 역시 후원수당에 상한선이 없다는 점을 인터넷다단계의 장점으로 꼽는다. 최초 N사에서 다단계판매를 배웠다는 그는 “일하는 양과 소득의 양이 일치하지 않을 때 판매원들은 좌절감을 느낀다”면서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회사라는 사실 때문에 반신반의하던 판매원들도 한두 번 수당을 받고나면 회사에 대해서 신뢰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제품 주문 후 배달까지 시일이 걸리고 택배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독립사업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판매원 개인의 역량만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어서 내 사업이라는 실감이 더하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N사 출신인 만큼 N사 출신으로 꾸려진 판매원 조직도 회사에서 관리할 때보다 결속력이 더 좋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V사가 처음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했던 것은 2013년이다.


◇강력한 사법처리 요구…현실은 ‘가벼운’ 벌금형

그렇다면 점점 더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는 업계가 당면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인터넷다단계 등 불법적인 조직에 회원을 빼앗긴 조합 가입사의 판매원들은 강력한 ‘형사처벌’을 원한다. Y사의 리더 판매원은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한 처벌이 따라야 법을 만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벌백계해야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분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기대는 법 현실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말 무등록다단계로 적발돼 벌금 600만 원을 납부했던 L사는 여전히 사업을 이어간다. 공개밴드가 비공개로 바뀌었고 좀 더 은밀해졌을 뿐이다.

L사를 고발했던 모 업체의 리더판매원은 “이런 식이면 굳이 공제조합에 가입할 필요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600만 원 벌금 내고 6,000만 원 버는 일이라면 그 누구도 그 유혹을 떨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품도 없고 불량판매원도 없는 아이러니

인터넷다단계 업체의 경우에는 아예 반품이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하더라도 판매원 자신이 소모하므로 회사의 부담은 전혀 없다.

이와 관련 V사의 L 모 씨는 “대부분의 반품은 구매 의사가 없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떠안기거나, 오로지 수당을 받기 위해 매출을 치기 때문에 발생한다”면서 “우리는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않았으므로 반품 자체를 판매원이 책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강매가 발생하지 않고, 미국에서 제품이 오자면 시간이 걸리므로 제품이 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반품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자체적으로 소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말은 강매하지 않고 반품 심사를 엄격하게 한다면 공제조합 가입업체에도 원칙으로 적용할 수 있다.

현재 허가받지 않은 인터넷 다단계나 불법다단계, 유사수신 업체 등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공제조합에 가입하려다 실패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V사와 L사를 포함해 중국 업체 C사, 미국업체의 제품을 취급하는 D사 등 이들은 공제조합 가입 과정에서부터 납득할 수 없는 부조리가 만연해 있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이들은 “한국에서 다단계판매로 성공하려면 일단 등록을 하지 않고 덩치를 키운 다음 사명을 바꾸거나 라이선스를 구매하거나, 기존 조합 가입 업체 중 막판에 몰린 업체와 인수합병을 하는 길 밖에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공제조합 가입에 실패한 업체들 사이에서는 조건을 갖췄다고 가입이 되는 게 아니라 ‘플러스알파’가 더 필요한 것으로 인식한다.


<다음호에 계속>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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