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빙글빙글 세상이야기 (2017-12-01)

마음을 우선하는 소비트렌드가 뜬다!


필요한 것을 싼 가격에 사는 것이 능사라고 여기던 때는 과거로 묻혀가고 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만족스러운 제품, 스스로를 위한 선물, 소박해 보이는 것들을 사는 등 마음 가는 데로 소비하는 것이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한국의 경제 불황이 조금씩 누그러들면서 차차 안정기에 접어들자 ‘더 나은 소득’보다 ‘더 나은 소비’에 시선을 돌리면서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성비에서 가심(心)비로

가성비의 열풍은 점점 제품의 가격대비 성능을 강조하는 것에서 얼마나 만족할 수 있는지로 넘어가고 있다. 성능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던지는 것보다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감을 기준으로 삼는 가심비는 가성비에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특성을 가미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가성비가 객관적 성능에 중점을 뒀다면 가심비는 소비자가 해당 상품에서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한 일관적이지 않은 주관적 판단을 중요시한다.


주관적 판단은 정확하지 않은 효과를 내는 플라시보(위약)와 비슷해 가심비에 따른 소비를 플라시보 소비라고 볼 수 있다. 플라시보 소비는 소비자가 안전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을 잠재워 줄 때나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가성비 소비와 닿아있는 만큼 가심비 소비에서도 무작정 고가의 제품을 사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가구매나 평소 저렴한 물건을 골라 구매하지만 특정 물품은 비싼 것을 구입하는 ‘일점호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


가심비를 전략으로 삼기 위한 한 방법은 심리적 불안감을 이용하는 것이다. 옥시사태에서 불거진 제품안전 불신은 햄버거병,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유해물질 생리대 의혹으로 확산되어만 가 화학물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일컫는 ‘케미컬 포비아’로 이어져 사회 곳곳에 확산됐다.


소비자의 불안은 계란의 대안식품을 먹고 천연소재 생리대를 찾는 등의 소비나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더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상품을 택하게 됐다. 심리적인 안도를 위해 더 비싸게 비용을 지불하는 ‘위안비용’을 더 지불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는 마음의 위안을 얻어 비싸도 제 성능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스스로 믿어 버리는 플라시보 효과를 내는 것이다. 가심비 소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주체의 불안을 시시각각 이해하고 적절한 가격책정을 통해 제품구매가 과하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과 생활 사이의 줄타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직장을 좋은 연봉이나 회사규모, 인지도 등이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인지를 따지는 기류가 생기고 있다. 기성세대가 하고 싶은 일을 억누르고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에 비해 젊은 세대는 ‘저녁이 있는 삶’을 찾으며 퇴근 후 시간을 ‘내일을 위한 휴식’이 아니라 ‘오늘의 행복을 찾는 시간’으로 채우려 한다.
 

이렇게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 부른다. 워라밸은 사실 매우 오래된 개념으로 1970년대 말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1986년부터 사용됐다. 워라밸은 일과 그 외의 영역 특히 가정생활에 에너지와 시간을 적절히 분배해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하여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2030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입사 후 2년이 되기 전에 퇴사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에 달한다. 좁은 취업문을 뚫고 직장을 구하더라도 신입사원 4명중 1명은 입사후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는 것이다.
 

워라밸 세대는 일이 주는 성취나 스트레스에 대하여 스스로 보상하는 데 적극적이다. 취업포털커리어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4.2%가 자기를 위한 선물 ‘셀프 기프팅을 한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중 40.5%는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나를 위한 선물을 산다’라고 답했는데 셀프 기프팅을 위한 비용을 100만 원 이상 소비한 직장인도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또 ‘금액에 관계없이 셀프 기프팅이 사치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87.1%가 ‘사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워라밸 세대에게는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은 소비라기보다는 보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워라밸 세대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1시간 남짓한 짧은 점심시간 안에 즉각적인 휴식을 취하는 ‘패스트 힐링’이나 한밤중이라도 여가를 즐기는 ‘호모 나이트쿠스’ 등이 늘어나는 것을 참고해야한다. 이들은 짧은 시간이라도 직장에서 벗어난다면 자신에게 휴식이나 여가와 같은 보상을 주기 원하기 때문에 이 점을 활용한다면 사업 내 조직 구성이나 마케팅에 유용하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서

난징대학살을 고발한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책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으로 ‘소확행(小確幸)’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했다. 소확행을 풀어쓰자면 ‘작지만 확실한 행복’, 구체적으로는 ‘별 볼 일 없지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뜻한다.
 

소확행의 유행에는 더딘 경제성장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미래의 행복을 바라는 게 보통 성장기에 있는 사회의 특징이라면 그 성장속도가 완만해지면 무지개 너머를 보는 것보다 현재에서 행복을 찾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소확행의 개념은 일본에서만이 아닌 다른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휘게(hygge)’나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 등이 있다. 문화와 지역은 다르지만 거창한 목표보다는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공통적인 양상이다.
 

파나소닉은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보다는 ‘평소 프리미엄’이라는 콘셉트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제품의 기능을 소개하는 대신 일상의 소박함을 주제로 광고를 하는 것이다. 이케아도 비슷한 마케팅을 펼치는데 가구의 고급스러움보다는 집에 있는 가구들의 모습들을 보여주거나 가정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광고를 많이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 기업인 한화는 석유화학 같은 일상적인 제품과는 거리가 먼 분야를 중심으로 삼고 있지만 이러한 소확행에 집중해 고객과의 소통을 펼친 좋은 예를 보여준다. 한화 SNS 계정 ‘한화 데이즈’의 한 광고에서는 자사의 아쿠아월드를 홍보할 때 시설과 형형색색의 수영복을 입은 몸매 좋은 사람들을 보여주는 대신 얼음물이 담긴 대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짧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단순히 사업이나 그 성과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소소한 장면을 재치 있게 담아내 온라인계정 팔로워 수 100만을 국내에서 4번째로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소확행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몇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소확행이라는 메시지를 강요하듯이 사용하거나 과도하게 상업화하지 않아야 하며 소확행만이 해답이라는 환상을 심어서는 안 된다. 이는 지나친 긍정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데다 작은 행복이라고 해서 큰 꿈을 꾸지 말라는 패배주의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소확행은 현재의 행복을 만끽하라는 것이지 미래를 위한 꿈을 꾸지 말라는 것이 아니란 점을 유의해야 한다.
 

참고자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트렌드 코리아 2018>
 

신준호 기자shinister0107@gmail.com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HOT NEWS 더보기

ZOOM IN 더보기

식약신문
다이렉트셀링

업계동정 더보기

오늘의 날씨 및 환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